[르포] "HLE 덕분에 한국·한화와 더 가까워졌어요"… 베트남 MZ가 외친 '한화생명'
2500석 티켓 판매 개시 4분 만에 매진 '열기'
e스포츠로 동남아 고객과의 접점 확대 전략

‘HLE 윈(Win·승리)’ ‘한화라이프 e스포츠 똣녓(최고)’
18일 오후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찌민. ‘2025 HLE 글로벌 팬페스트 인 베트남’이 열린 떤빈 체육관은 팬들의 열기로 들썩였다. 약 2,500명의 현지 청년이 ‘제우스(최우제·21)’, ‘피넛(한왕호·27)’, ‘제카(김건우·23)’, ‘바이퍼(박도현·25)’, ‘딜라이트(유환중·23)’ 등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함성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활약 중인 프로게임단 한화생명e스포츠(HLE) 선수들이 베트남 팬과 직접 만나는 자리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베트남에서 열렸다.

LCK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월드컵’이라 불리는 롤드컵(LOL 월드챔피언십) 한국 리그다. HLE는 한국 팀이지만, 체육관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모인 베트남 현지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팬이 몰리며 2,500석 전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지난해보다 수용 인원을 1,000명 늘렸지만 티켓은 판매 시작 4분 만에 모두 팔리며 인기를 입증했다 일부 팬들은 한국과 대만 등 해외에서 날아오기도 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체육관 입구에 모여, 페이스북 영상으로 현장 분위기를 함께 즐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HLE 유니폼을 입거나 팀 상징 색인 주황·검정·회색 액세서리를 착용한 팬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HLE 파이팅” “사랑해요”를 외쳤다. 선수들이 베트남어로 자신을 소개하자 체육관은 터질 듯한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마치 아이돌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자신을 피넛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링(28)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은 열정과 기개를 잃지 않았고 지난해 챔피언 컵을 들어 올렸다”며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직접 쓴 한국어 플래카드를 들고 선수에게 마음을 전하는 팬도 눈에 띄었다. ‘힘든 시간이 있을 때 포기하지 마’, ‘승패를 떠나 당신은 우랑(우상의 오타)이에요’ 등 서툰 문장 속 진심이 묻어났다. 최인규 HLE 감독은 “멀리 떨어진 해외에서 우리를 응원해주는 팬을 보며 울컥했다”며 “선수단에게도 큰 힘이 된다.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에 브랜드 인지도 높여"
베트남의 HLE 팬덤에는 e스포츠를 새로운 접점으로 삼은 한화생명의 전략이 숨어 있다. 한화생명은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e스포츠팀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2018년 락스타이거즈(HLE 전신)를 인수해 팀을 출범시킨 뒤 단순 후원이나 협찬이 아니라 선수 영입과 훈련, 팬 행사까지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다.
전문 훈련시설을 구축하는 등 적극 투자한 끝에 지난해에는 LOL 스포츠 프로 리그인 ‘2024 LCK 서머 스플릿’에서 창단 후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는 HLE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고, 팬층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진입이 비주류로 여겨지던 e스포츠를 주류 스포츠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성장 흐름 속에서 회사는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젊고 역동적인 인구 구조, 빠르게 성장하는 e스포츠 시장이 그 배경이다. 베트남 인구는 약 1억 명, 이 가운데 45%가 MZ세대다. 전체 인구의 55%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16%는 e스포츠 시청자다. 시장 성장성과 브랜드 확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 e스포츠단 관계자는 “10, 20대 글로벌 팬들이 자발적으로 ‘한화생명’이라는 이름을 외치는 것은 몇 년씩 TV광고를 해도 얻기 힘든 성과”라며 “미래 고객들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이 같은 전략 전개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에 깊은 관심을 가진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선 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과 젊은 고객층과의 접점 확대에 본격 나섰다는 후문이다.
성과도 뚜렷하다. HLE 위상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베트남 2030세대의 관심이 모기업인 한화생명으로 확장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팬페스트 행사 참석자의 30%는 HLE를 통해 한화생명을 처음 알게 됐다.

18일 행사장에서 만난 마이(23)는 “HLE 팬이 된 뒤 한국과 한화라는 기업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유나(38)라는 한국 이름으로 소개한 또 다른 베트남 팬은 “LCK 10개 팀 가운데 한화만큼 베트남을 자주 찾고 팬을 배려하는 팀을 본 적이 없다”며 “HLE 팬으로서 자부심이 크고 앞으로도 한화의 행보를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팀이 한화생명을 알리는 하나의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이 됐다는 뜻이다.
호찌민=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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