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40살 마을나무, 리조트로… 옹진군 면사무소·이장 묵인

조경욱 2025. 6. 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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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유지 내 4그루, 건설현장 발견
대가없이 처분… 법적 문제 소지

옛 북도면사무소 정문 화단에 있던 향나무 과거(2015년 9월) 모습(위)과 최근 사라진 모습(아래). /카카오맵,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인천 옹진군 북도면 생활문화센터(옛 북도면사무소) 부지에 있던 40년된 향나무와 단풍나무 등 4그루가 최근 갑자기 사라졌다가 인근 리조트 건설현장에서 발견됐다. 해당 나무는 대다수 마을 주민들도 모른 채 북도면사무소의 묵인 아래 옮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도면 모도에 리조트를 건설 중인 한 업체는 지난달 21일께 시도에 있는 옛 북도면사무소 청사부지 내 향나무 3그루와 단풍나무 1그루를 리조트 건설현장으로 옮겨 심었다.

옛 북도면사무소는 현재 생활문화센터와 주민자치센터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을 매일 다닌다는 마을 주민 A씨는 “오전에 생활문화센터에 오니까 이미 나무가 사라진 뒤였다”며 “수십년 자리를 지키던 나무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는 얘기가 돌아 의문을 품는 주민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 17일 방문한 옛 북도면사무소에는 나무가 뽑힌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원래 향나무 1그루가 있던 면사무소 건물 앞 화단에는 향나무 대신 울타리용으로 많이 쓰이는 회양목 묘목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었다. 또 다른 향나무 2그루와 단풍나무 1그루가 있던 주차장 방면 화단에도 회양목과 진달래로 추정되는 묘목이 대신 자리했다. 나무를 이식하면서 파손된 주차장 바닥에는 콘크리트를 새로 부어 보수한 흔적도 보였다.

사라진 향나무는 조경수로 널리 쓰이는 품종으로, 옛 북도면사무소를 지을 때 함께 심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도면 주민 B씨는 “1984~1985년께 면사무소 개관을 준비하며 직원들이 함께 향나무 묘목을 심었다”고 회상했다. 주민 C씨도 “1989년 북도면사무소 근무 당시 화단에 향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고 기억했다.

옛 북도면사무소 주차장 화단에 있던 향나무 과거(2017년 11월) 모습(위)과 최근 사라진 모습(아래). /네이버지도,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건축물대장에 적힌 옛 북도면사무소의 준공일은 1986년 3월30일이다.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향나무 수령은 최소 40년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경업계 관계자는 “나무의 관리 상태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수령이 높을수록 더 비싸다”며 “40년 이상 향나무는 보통 그루당 수백 만원 단위로 가격이 형성된다”고 했다.

취재를 통해 사라진 향나무와 단풍나무가 옛 북도면사무소에서 약 3㎞ 거리에 있는 모도 민간 리조트 건설현장에 심어진 것을 확인했다. 최근 옮겨 심은 향나무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버팀목까지 설치된 상태였다. 옹진군의 공유재산인 군유지에 있던 나무가 행정절차 없이 민간 업체의 리조트 땅으로 넘어간 것이다. 리조트 업체 관계자는 “면장과 마을 이장과 함께 논의해 나무를 뽑고 그 자리에 진달래 등을 새로 조경했다”며 “옛 북도면사무소를 매각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듣고 어차피 사라질 나무라고 생각했다. 필요시 지금이라도 원상복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장 D씨는 “향나무가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고 기존 자리에는 꽃을 심으면 좋겠다고 면장에게 건의한 것뿐”이라며 “면(사무소)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과 따로 논의하진 않았다”고 했다.

북도면장 E씨는 “건물은 매각할 때 감정평가를 하지만 나무는 그렇지 않아 옹진군 재산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마을 이장과 협의를 마친 후 대가를 받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 줬다. 나무를 뽑는 대신 봄에 꽃이 필 수 있게 조경을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공유재산인 땅 위에 심어진 나무도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처분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한필운 변호사는 “등기하거나 ‘명인방법’(토지 소유권과 별도로 나무 등을 거래하기 위한 별도 표기)으로 공시한 나무는 독립된 공유재산으로 관리하지만 이외 나무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관리 규정이 없어도 공유재산인 토지에 부합된 나무를 세금으로 식재하고 관리했기 때문에 이를 처분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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