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난 중고 가전… 자영업자의 바람과는 달랐다
10만원대 삼성·LG 에어컨 인기
온라인 거래 전년동기比 114% ↑
이면엔 경기침체로 폐업 줄이어

에어컨부터 제습기까지 ‘가성비 소비’가 확산되며 온라인·오프라인 중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때 이른 무더위와 물가 상승으로 중고 거래량이 급증하는 이면에는 경기침체로 늘어난 자영업자 폐업이라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오후 수원의 한 중고가전 매장 한쪽에 판매완료 스티커가 붙은 선풍기와 에어컨이 쌓여있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다가오자 냉방기기와 제습기 등을 찾는 손님들이 부쩍 많아졌다. 업주 방모(62)씨는 이날도 중고 에어컨 실외기를 분해해 세척 작업을 하느라 손을 바삐 움직였다. 방씨는 “경비실이나 창고처럼 새 제품을 들이기엔 부담스러운 곳엔 10만 원대 중고 에어컨이 인기”라며 “특히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 가전제품은 들어오자마자 팔린다”고 말했다.
여름 계절가전의 중고 구매 열풍은 온라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달 에어컨, 선풍기, 제습기 등 여름 계절가전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114%) 증가했다.

품목별로 제습기는 4.3배(332%)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고, 얼음정수기(245%)와 서큘레이터(224%)도 뒤를 이어 상승세를 보였다. 선풍기와 에어컨의 거래액 역시 각각 20%와 9.3% 증가했다. 거래량 역시 크게 늘었다. 제습기와 얼음정수기, 서큘레이터는 약 2배 가까이 거래 건수가 증가했으며, 선풍기(72%), 에어컨(46%)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일찍 찾아온 무더위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성비가 높은 중고 가전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며 “계절가전의 경우 실사용 기간이 짧아 고품질의 중고상품도 합리적 가격대에 형성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고 여름가전의 공급 증가 이면엔 어두운 배경도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높은 폐업률이 중고제품 공급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지난 4일 발표한 ‘경기도 소상공인 생존율 현황’을 보면 지난해 도내 소상공인 개업 점포의 1년 생존율은 76.3%, 3년 생존율은 50.9%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개년 조사 결과 중 가장 낮은 수치로 사실상 개업 점포의 절반 가까이는 3년 내로 문을 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중고가전 매장에서도 동일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도내 한 중고가전 매장 업주 A씨는 “매장에 쌓여있는 에어컨들은 전부 폐업한 가게에서 뜯어온 것”이라며 “대부분 얼마 쓰지도 않고 들어와 새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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