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사회적 인식 개선 앞장

#1. 2024년 9월에 태어난 ㅇ양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ㅇ양을 출산하며 아내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 혼자 매일 일터를 나가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 당장 본국인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지만 외국인이라는 신분은 ㅇ양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어렵게 만든다. ㅇ양에게는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위한 친자 확인 DNA 검사 비용 등은 생계에 부담이 크고 절차도 복잡하다. 제도 사각지대에서 ㅇ양은 복지 지원은 물론 영유아 누구나 맞아야 하는 필수예방접종 지원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2. 2023년 4월생으로 몽골 여권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는 ㅂ군은 올해 초 급성 폐렴으로 여러 차례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ㅂ군 가족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ㅂ군은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이주배경아동인 까닭에 일주일 병원비만 가정 한 달 수입의 4배가 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ㅂ군은 필수예방접종 지원 대상에도 속하지 않아 다양한 영유아 질병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에 따르면 ㅇ양, ㅂ군 같은 이주배경아동은 필수적인 복지 지원에서조차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초록우산 1948년부터 어린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언제나 어린이 곁에서 함께하는 아동복지전문기관이다.
일례로 이주배경아동은 건강보험은 물론 B형 간염, 결핵, 홍역 등 만 12세 이하 아동에게 해당되는 필수예방접종 비용을 현실적으로 지원받기 어렵다. 외국인등록번호, 임시관리번호 발급 전반에 대한 정보를 보호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에 앞서 한국어가 서툴러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만 1세 기준 필수예방접종률은 96.4%에 이르지만, ㅇ양과 ㅂ군 같은 이주배경아동은 통계 밖 존재이다. 이주배경아동은 체류 지위가 부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주배경아동은 부모의 한국 국적 취득 여부, 발급 비자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출생했더라도 외국인으로 간주된다. 우리 공동체 안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지만 외부인으로 규정되는, 난민처럼 취급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주배경아동 수는 이미 적지 않은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46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중 만 18세 이하 아동은 45만여명으로 전체의 18.4%에 이른다.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중도입국, 미등록 이주배경아동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록우산은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주배경아동이 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경기 시흥에서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를 직영하면서 이주배경아동 및 가족 특성에 맞는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곳곳의 이주배경아동과 가족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 지원 등을 병행하고 있다. 이렇게 초록우산이 지원한 이주배경아동 및 가정은 지난해에만 9033명에 이른다.
특히 초록우산은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배경아동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보고 올 하반기 ‘생명을 살리는 영수증’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필수예방접종 등 기초적 의료 지원조차받지 못하고 있는 이주배경아동의 현실을 알리고 이러한 아이들의 발굴 및 지원에 대한 대중적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다. 초록우산은 지난해에도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대한민국 N년차’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이주배경아동 문제에 대해 선도적이면서도 꾸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지금도 우리 곁에는 수많은 이주배경아동이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의료지원조차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이주배경아동이 배경을 이유로 다르게 규정되지 않고 공동체의 품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 주체들과 함께 발굴, 지원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판·검사 처벌 ‘법왜곡죄’, 국회 본회의 통과…곽상언 반대, 김용민·추미애 불참
- 검찰,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신상공개 검토···피해자 측도 “신상 공개해야”
- [속보]대통령 ‘의지’ 통했나···강남3구·용산 아파트값 2년 만에 꺾였다
- 이 대통령 지지율 67% 최고치…국민의힘 17%, 장동혁 취임 후 최저치 [NBS]
- [속보]서울 중구 북창동 화재···“건물서 연기” 신고
- 이 대통령의 경고 “불법 계곡시설 은폐 공직자들, 재보고 기회 놓치면···수사·처벌”
- 스크린골프장 비용 오르나···대법 “골프코스도 저작물” 골프존 소송 파기환송
- 조희대 대법원장, ‘노태악 후임’ 선관위원에 천대엽 대법관 내정
- 파리바게뜨, 3월13일부터 ‘빵’ 100~1000원 ‘케이크’는 최대 1만원 인하
- 행방 묘연 예비 초등생 124명, 경찰 수사 중···해외 출국이 118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