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회복지] ①양주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요셉의집' 중증장애인 위한 '진짜 공동체' 꿈꾸다

김현우 기자 2025. 6.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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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리 소재…'자립·성장·표현 실현' 중요 가치
1985년 모금운동·89년 '연곡작은자의집' 첫발
돌봄은 물론 교육·여가·의료 등 광범위한 지원
베테랑 종사자 다수 활동…지역과 소통도 활발
▲ 19일 오전 양주시 연곡리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요셉의집'의 체육관에서 종사자와 중증장애인들이 공놀이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양주시의 굽이진 산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마을 연곡리. 이곳에 특별한 집이 있다. 이름은 '요셉의집'. 중증장애인들이 24시간 생활하는 곳이다. 일반적인 사회복지시설과는 어딘가 다르다. 단순히 보호하는 기능에 그치지 않으며 이용자와 가족, 종사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모델'을 실천해 왔다.

▲가족의 절망이 희망으로…시설의 시작

요셉의집의 탄생은 한 가족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설립자인 故 황화자 목사(신학박사)의 남편은 사고로 인해 12년 동안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를 돌보기 위해 가족은 삶의 모든 것을 중단해야 했다. 생계는 무너졌고, 일상은 사라졌다. 이런 현실은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졌고, 큰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됐다.

"장애인도, 그 가족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

황 목사는 1985년 장애인 공동체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이 뜻에 동참한 교회 관계자들이 양주시 연곡리의 땅을 기증했다. 1989년 4월 5일, 조립식 30평 건물에 첫 입주자를 맞이하며 '연곡작은자의집'이라는 명칭으로 첫발을 뗐다. 설립자 황 박사가 1995년 소천한 이후 재단(현 한국장로교복지재단)이 운영을 시작했다. 1998년에는 요셉의집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1년 건물을 신축하면서 오늘날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시설 운영 방식이나 설계에 혁신을 이루면서 국내 선진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요셉의집에는 정원 35명의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간호사·물리치료사·언어치료사·영양사 등 35명의 종사자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돌봄에 그치지 않고 자립·교육·문화·의료·지역연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원을 한다. 건물은 사무동, 생활관, 기숙사, 강당 등을 포함 연면적 2417.72㎡ 규모다.
▲ '요셉의집'에서 사회복지사가 이용자들의 점심 식사를 챙기고 있다. 시설에 있는 이들은 장애 정도가 심한 만큼, 사회복지사 1명 당 4명 정도로 매 끼니를 도와야 한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그들이 '주체적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요셉의집은 '자립'과 '성장', 그리고 '표현'의 실현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중증장애인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모든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입소한 이들의 일상은 식사와 위생, 치료와 운동은 물론 외부 여가활동과 공공기관 행사, 지역축제 참여 등으로 구성돼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자립 생활을 위한 기회를 연다. 중증장애인들은 원하는 프로그램과 식단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숙소 내부 인테리어도 당사자가 직접 꾸민다.

2024년 한 해에만 '무한도전', '어쩌다 직장인', '드림하우스 체험홈' 등 이색적인 사업이 진행됐다. 사회적응을 위해 주민등록증, 복지카드, 은행카드 발급 등도 재발급했다. 이 외에도 방송댄스, 치유농업, 재활승마, 동아리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요셉의집 방송댄스팀은 지난해 10월 도장애인체육회 주관 대회에서 단체 댄스스포츠 부문 금메달(1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설 내 조직은 건강지원팀, 자립지원팀, 생활지원팀, 사회재활팀 등 기능별 팀으로 상시 운영되며 24시간 케어(3교대)를 기본으로 하는 정밀한 서비스 체계를 갖췄다.

중증장애인 가족들은 "시설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반응으로 요셉의집을 호평하고 있다.
▲ 19일 오전 양주시 연곡리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요셉의집' 정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이용인들이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산책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역과의 상생 활발…'베테랑 종사자'도 엿보여

요셉의집 운영 방식은 지역과 소통하고 성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역 내 자원봉사자 29명이 상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병원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외부 각계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도 활성화돼 있다.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지역 복지생태계 내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높은 담벼락을 허물고 훤히 보이는 정도로 낮췄다. 2022년엔 앞마당을 정원과 쉼터로 조성했고, 지역 주민들이 언제나 들어와 쉴 수 있도록 개방했다. '닫힌 공간'으로 인식되는 사회복지시설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엘리베이터 교체공사와 강당 리모델링 예산을 확보한 것도 바깥세상과 밀접한 관계를 두려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가스공사, 경기복지재단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또 요셉의집의 종사자 29명 전원이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에 가입해 있으며, 권익 향상과 전문성 강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도 사회 안에서 당당히 전문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요셉의집은 장기근속 종사자 비율이 높아 서비스 연속성과 전문성이 뛰어나다. 5년 이상 재직한 인력이 다수이며, 최근 김해선·이미리·여승준·오은미 등 4명의 사회복지사가 지방자치단체 및 국회로부터 모범 표창을 받았다. 최대 경력을 보유한 종사자는 16년 8개월의 물리치료사, 15년 8개월의 사회복지사다. 이를 비롯해 7년, 8년, 9년 등 베테랑급 종사자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광현 요셉의집 원장은 "장애인은 무조건적 보호만 받는 대상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위기 시 그 곁에 누군가 기꺼이 있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지역사회와 더 가까이 가는 것이 목표다. 장애인 인식개선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셉의집은 오늘도 마을 언덕 위에서 묵묵히 사회복지 공동체의 길을 걷고 있다.

/글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인천일보와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가 공동 기획한 릴레이 연재의 첫 번째 편입니다. 매월 한 번씩 복지시설을 찾아가 그곳의 역할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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