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회복지] ①양주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요셉의집'…이슬기 운영지원팀장

김현우 기자 2025. 6. 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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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포기 않는다”…14년 차 사회복지사 이야기
▲ 19일 양주 요셉의집 이슬기(36) 운영지원팀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는 14년 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해왔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매일 아침, 양주시 백석읍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요셉의집'에서는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행정 문서의 묵직한 종이 넘김 소리, 복도에서 생활재활교사들이 활동하는 목소리. 이 경계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이슬기(36) 운영지원팀장이다.

이 팀장은 인사·노무·회계·관리·급식영양 등 시설 운영 전반의 실무를 책임지고 외부와의 협력과 감사 대응, 교육사업 기획 등도 함께 맡고 있다. 바쁜 하루가 눈 깜짝할 새 흘러간다.

19일 오전 이 팀장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입을 뗐다. "늘 가족인 중증장애인이 우리의 옆에 있어요. 아무리 바빠도 바쁘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사회복지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정의한 그는 과거에 있었던 한 사례를 내놨다.

그는 "한 장애인의 변화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 변화의 순간에 함께 있다는 벅참이, 이 자리에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팀장이 처음 현장에 발을 디딘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우리는 사람을 다루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급여와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새로운 인력의 유입조차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어요."

게다가 매년 쏟아지는 제도 개편, 행정적 변화는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가 차원의 인력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팀장은 그때마다 무력감을 느낀다.

"한 명의 사회복지사가 감당해야 하는 수요는 여전히 포화 수준이에요. 구조적 문제가 좀처럼 바뀌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장과 동료들은 쉽게 '그만두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10년 가까이 외쳐온 '처우개선비 5만원 인상'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파업도 보이콧도 없이 다음 날을 준비해왔다.

이 팀장은 "지침이 반복되지만, 우리는 사람을 놓지 못하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이건 책임이고, 사명을 지키는 전문직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복지를 처음 배우던 시절, 교수가 '사회복지사끼리 결혼하면 넉넉한 생계는 포기해야 한다'고 한 말이 가끔 떠오른다고 했다.

이 팀장은 "이러한 말이 회자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좋은 일 하시네요'가 아니라, '전문직으로 존중받는 일을 하시네요'라는 말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전문지식과 실천기술로 사람의 삶을 다루는 전문가는 정당한 보상과 사회적 존중을 받아야 한다. 후배들에게, 나중에 만날 나의 아이에게 사회복지사를 자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인천일보와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가 공동 기획한 릴레이 연재의 첫 번째 편입니다. 매월 한 번씩 복지시설을 찾아가 그곳의 역할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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