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을 대체구장으로…유례없는 시도 곳곳 난제
- 축구·육상용 아시아드주경기장
- 야구 위한 ‘가변식 관람석’ 계획
- 세 시즌 동안 버틸 안전성 우려
- KBO 권장 기준 따른 조명 필수
- 기존 설치 조명으로 충족 불투명
- 보완해도 추후 철거비 등 난관
- 공 색과 비슷한 반개방 돔 지붕
- 뜬 공 처리 어려움 발생 할 수도
- 철거·복원까지 최대 295억 소요
부산시의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은 현재 부지에 새 야구장을 짓는 게 핵심이다. 시는 새 야구장을 건설하는 동안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대체 구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체 구장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하는 과제들이 충분하게 검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체 구장 문제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앙투자심사(중투심)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대체 구장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체 구장 문제가 지적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새 야구장을 건립한 사례는 드물지 않지만 재건축하는 동안 대체 구장을 지어 프로야구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참고할 국내 사례가 없고 해외로 눈을 돌려도 이벤트성으로 대체 구장을 꾸며 잠깐 사용한 사례가 전부다. 특히 대체 구장 예정지인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육상과 축구 경기 용도로 지어진 시설이어서 야구장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시는 기본계획 용역과 타당성 조사를 종합해 대체 구장 조성에 대략 2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야구 경기에 필요한 환경 조성 과정에서 사업비가 크게 불어날 수 있다. 그러면 전체 사업비(현재 3400여억 원)가 일정 비율 이상 증가해 중투심을 다시 받거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중 안전은 보장 되나
재건축 사업을 계기로 ‘본 구장’과 ‘대체 구장’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이름은 다르지만 야구장이라는 본질은 같고 최우선은 관중 안전이다. 지난 3월 한국프로야구는 관중 사망사고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KBO와 야구장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는 안전한 관람 환경 조성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2023년 3월 시가 전문 기관에 의뢰한 기본계획 용역은 아시아드주경기장 안에서 동북쪽을 바라보는 형태의 야구장을 대체 구장 최적 안으로 도출했다. 시는 기본계획 용역을 토대로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에서 사업 타당성 조사를 받았고 중투심을 신청했다. 따라서 대체 구장은 기본계획 용역에 따라 지어질 전망이다.
기본계획 용역에 따르면 최소 1만2000석 규모 관람석의 상당 부분은 ‘가변식 관람석’이다. 가변식 관람석이란 임시 구조물 위에 좌석을 놓는 것이다. 문제는 안전성 확보다. 야구장 시설물은 한 시즌을 소화하는 동안 굉장히 높은 피로도가 쌓인다. 많은 경기를 짧은 기간에 치르고 경기당 평균 관중도 2만 명(2025년 사직구장 기준)이 넘는다. 가변식 관람석은 세 시즌을 버텨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가변식 관람석을 3년 연속으로 운영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업계는 무모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경기장 조성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는 “한국프로야구 특성을 고려할 때 대체 구장 관람석을 가변식으로 만드는 건 너무 위험한 제안이다”며 “가변식 관람석은 그 자체로 안전성이 낮다. 일상적 경기 진행도 불안한데 세 시즌을 그렇게 치르겠다는 건 위험한 이야기다. 또 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안전성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시가 수립한 재건축 추진 계획에 ‘KBO·롯데와 협의해 관람객 안전관리 및 운영 시스템 수립’이 들어 있다.
▮야구조명 없는 야구경기장 가능할까

기본계획 용역에 따르면 대체 구장에 별도 조명 시설은 설치되지 않는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의 기존 조명을 그대로 활용한다. 원활하게 야구 경기를 진행하려면 기준에 맞는 조명이 필수적이다. KBO 야구장 규모·용도별 건립 가이드북에 프로 및 국제경기를 위한 조명 기준이 제시돼 있다. 조명 높이는 40m 이상, 타워 형태로 설치 땐 6개소 이상이 권장된다. 밝기는 내야 2500 룩스, 외야 2000 룩스, 방송 중계를 위해 내야는 3000 룩스를 권한다. 아시아드주경기장 조명은 수평·수직 조명으로 나뉜다. 수평 조명은 2500룩스, 수직 조명은 1500룩스 밝기를 낸다. 야구장 조명 시공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현재 조명이 밝기를 충족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조명탑을 안 만들면 기존 시설물에 추가 조명을 달아야 한다”며 “현재 아시아드주경기장에 야구 경기에 필요한 수준의 조명을 설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야구 조명이 까다로운 건 단순히 밝기만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1개 조명 타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작은 조명으로 이뤄져 있다. 밝기 기준을 맞추면서도 선수가 공을 치고 잡을 때 조명으로 눈이 부셔서는 안 되기 때문에 작은 조명이 각기 다른 방향을 비춘다. 부산 사직구장 조명 탑만 보더라도 조명 타워에 달린 약 140개의 조명이 각기 다른 곳을 향해 있다. KBO에 따르면 기준에 맞는 조명탑 1개를 설치하는데 2억~3억 원이 필요하다. 기존 조명 보강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적어도 6개 조명탑을 지어야 한다. 이때 신설 비용만 최소 12억 원이다. 또한 대체 구장은 추후 허물어야 하기에 철거 비용도 추가로 필요하다.
▮손 댈 수도, 안 댈 수도 없는 지붕 막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대체 구장으로 사용하는 데 가장 큰 변수는 지붕 막이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반개방형 돔 구조다. 경기장 외부를 콘크리트 대신 흰색 유리섬유로 덮고 있다. 기본계획 용역의 조성 계획도를 보면 지붕 막은 손을 안 댄다. 주요 검토 사항에도 지붕 막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이대로 대체 구장을 지으면 프로구단 모두가 기피하는 경기장이 될 수 있다. 지붕막이 야구공 색깔과 비슷해 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돔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고척돔은 외벽이 회색빛이지만 지붕은 공과 비슷한 흰색이다. 건립 직후 공이 뜨면 지붕과 구분되지 않아 선수들이 뜬 공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뜬 공 주의보’라는 말까지 생겼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고척돔보다 심각하다. 지붕 막을 이루는 상하부·중간 막이 공과 비슷한 색이라서 공이 뜨면 시야에서 공을 놓칠 수도 있다.
야구 경기를 위해 지붕 막을 걷은 뒤 추후 복구 때 새로 설치하는 게 최선이다. 이 경우 대체 구장 건립 사업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지붕 막은 상하부 막 96장과 위아래를 잇는 중간 막 48장으로 이뤄져 있다. 상하부 막 신규 설치 비용은 장당 3억 원이다. 중간 막은 상하부 막을 잇는 띠 형태다. 지붕 막 소재 원단을 사 와서 재단해 사용한다. 중간 막 전부를 새로 설치하려면 7억 원이 든다. 지붕 막을 걷고 새로 설치하면 최대 295억 원이 필요하다. 현재 설치된 지붕막을 3년간 보관한 뒤 재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체육시설관리 사업소에 따르면 지붕 막을 장기간 보관한 뒤 다시 쓸 수 있는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지붕 막을 걷으면 콘크리트 기둥과 철골이 드러난다. 그러면 미관이 좋지 않다는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또 주변으로 조명 빛이 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시설물 보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도 지붕 막이 경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본계획 용역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설계할 때 그런 부분도 고려해서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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