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불기심(不欺心)

김종민 2025. 6. 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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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논설실장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보름 여가 지났다. 워밍업도 없었지만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다. 특히 국정을 잘 수습해달라는 호남의 바람은 크다. 1년이 남지 않았다. 내년 6월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민주 진영으로의 정권 교체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전략적 선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점쳐진다. 2022년 20대 대선 직후 8회 지방선거 당시에는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12곳을 차지했다. 올해 21대 대선 결과를 대입해보면 9회에서는 수도권과 충청, 호남 제주를 포함해 11곳에서 민주당의 우세가 가능하다. 다만 2018년 7회 때 14곳 압승에는 미치지 못한다.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기울어진 구도에서도 동서 분할이 여전했다. 민주당이 안방인 호남을 튼튼히 하면서 충청을 지키는 한편으로 40% 가까이 지지해 준 부산을 비롯한 경남에 총력전을 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 이내의 득표율로 혼전을 벌인 곳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청권과 PK(부산·울산·경남)지역이 최대 승부처다.

그렇다면 광주, 전남은 전통적인 강세로 민주당이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국내외 정치와 경제, 사회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며 국민적 신뢰를 확고히 한다면 별반 문제가 없다. 물론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단적으로 대선 직전 치러진 담양군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총력전을 펼치고도 조국혁신당에 패했다. 같은 야당에서 이제는 여당과 야당으로 갈라졌고 진보당과 정의당, 민주노동당 등의 도전도 한층 거셀 것이다. 야권으로선 대여투쟁, 선명성 경쟁은 필연 아닌가. 내란사태에 동조한 정당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재창당에 준하는 강력한 쇄신에 성공한다면 이 또한 무시못할 변수다. 여기에 일당 독점의 정치 지형에 따른 폐해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다자 구도에 대한 공감대도 주민들 사이 파고들고 있다.

다가올 지방선거가 지난 대선과는 분명히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경계해야 한다. 호남에서도 야당과 예측 불허의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 민주당은 호남에서 득표율 90% 이상 절대치를 목표로 했으나 최종 80% 중반으로 집계됐다. 15대 대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둔 광주 97.28%, 전남 94.61%,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95.17%, 93.38% 수준을 염두에 뒀을 터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대 대선 때 61.14%, 59.87%를 기록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면서 표를 나눠가져 직접 비교는 힘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 극복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인데, 아쉬움을 남겼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해도 2022년 대선보다도 소폭 하락했다. 내란 심판을 위해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 자유를 침탈하려 한 사유화된 권력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민주당이 과반을 넘지 않는 절묘한 분할이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민 통합과 민생 회복을 기치로 신중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 거대 여당의 힘으로 하지 못할 일이 없겠지만 무소불위의 위세라면 금세 역풍을 맞을 게 뻔하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선 소통과 겸손의 리더십으로 협치해야 한다.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극복하고 국정 안정을 위해 이재명 정부의 100일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것이다. 또 시대적 과제인 지역경제와 균형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속속 이행해 나가야 한다. 광주는 인공지능(AI) 중심도시 조성과 5·18 헌법전문 수록, 전남은 신재생에너지 허브와 국립 의과대학 신설이 대표적이다. 상생 과제로는 광주 민·군공항의 무안국제공항 통합 이전부터 이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어대명’은 굳건했다. 독주였다.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었다. 준비된 최고 리더임을 입증해야 한다. 국민주권과 희망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위대한 대한국민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새 정부와 민주당이 신뢰를 잃지 않는 길이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최근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광주·전남 민주당 소속 입지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전국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호남의 민심을 얻으려면 말이 아닌 말, 말이 못 되는 말을 삼가고,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본보 사무실 옆 광주공원에는 심사 신동욱 선생의 항일사적비가 있다. 전면의 문구는 좌우명인 ‘불기심(不欺心)’이다. 공자는 정치란 옳고 바르게 하는 것이라 했다. 지도자가 올바르면 따르는 국민도 올바르다. 진실되게 마음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한다. 여당이라면 여당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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