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 성황…5·18 역사와 문학의 감동 선사
"좋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마련된 특별한 문학기행,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이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라남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장흥교육지원청, 남도일보, 남도비즈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한강 작가의 문학적 영감을 탐방하는 뜻깊은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번 문학기행은 전남 동부권(순천), 남부권(장흥), 서부권(목포), 북부권(장성)과 광주권까지 아우르는 권역별 출발지를 마련하여 참여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일반부 66명, 학생부 84명이 참여 신청했고 악천후에도 이틀간 전남 4개 권역과 광주지역에서 141명이 참여해 5·18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문학적 감수성을 함양하는 기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문학기행에 앞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기본 자료를 제공받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기행은 출발지 특성에 따라 장흥 문학 명소와 광주 일원 5·18 사적지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남부권과 동부권은 각각 장흥과 순천에서 출발해 한승원문학학교에서 노벨문학상의 산실 '문학특구 장흥'의 문인들과 한승원-한강 부녀의 스토리에 관해 듣고 기념관을 관람했다. 남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해산토굴은 작가의 작품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입구에서 조용히 지나쳤다.
주남마을 민간인 학살지를 둘러보며 아픈 역사의 현장을 마주했다. 이어 전일빌딩 헬기기총난사탄흔을 직접 확인하며 1980년 5월의 비극을 생생하게 느꼈다.


5·18 자유공원에서는 자유관, 군사법정, 영창 등을 둘러보며 민주화를 위한 시민들의 고통과 희생을 엿보고, 군사법정에 방청석에 모여 5·18 당시 녹두서점과 도청본부에서 시민군 홍보를 맡았던 김상집 선생의 당시 사건 재판 상황에 관한 증언을 '당시 시민군을 만나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 듣고 함께 아파하고 분노를 공감했다.

문학기행 일행은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해 엄숙한 참배 의식에 참여했다.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린 12·3비상계엄 사건을 떠올리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말미암아 인류 보편적 정신으로 확산되는 5·18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실천다짐을 열사와 희생자들 영전에 바치며 감명깊은 추모식에 참여했다. 열사묘지를 둘러보다 소설 주인공 동호의 실제 인물 문재학 열사 묘 앞에서 말없이 한강작가가 소설을 통해 던진 질문들과 마주했다.
특히 이번 문학기행은 단순한 답사를 넘어선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5·18 당시 현장 경험이 있는 박시영, 박해현 해설사의 생생한 인솔 해설은 참가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군사법정 옆 담장에 노랑 리본을 달며 각자의 추모와 염원을 담아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다.
차량 이동 중에는 '소년이 온다' 퀴즈를 통해 소설과 5·18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했다. 퀴즈 중에는 상무관에 가족을 찾느라 도열해 둔 시신은 5월 27일 새벽 도청이 계엄군 손에 들어간 후 어디로 어떻게 운반됐을지 질문이 있었는데, 청소차로 망월동 구묘역에 파묻었다는 답을 듣고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경악했다.
남도일보는 문학기행 추진계획을 한강 작가에게 알렸다. 지난 13일 새 작품 집필에 집중하고 있는 한 작가는 "여력이 되지 않아 좋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문학기행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소년이 온다'가 가진 문학적 가치와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대중에게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는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정행중 장흥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학생들에게는 교과서로 배우는 역사 이상의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됐다"며 " 동행한 부모, 교사 등 일반 시민들에게는 광주의 아픈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남도일보와 장흥교육지원청, 남도비즈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의미 있는 문학 및 역사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하여 지역 사회 시도민의 역사의식 함양과 책 읽는 문화 확산에 기여할 계획이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