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답례품] 양산에서 피어낸 두 번째 인생… '칠칠이 부부'의 도라지 이야기

이현희 기자 2025. 6.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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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 좋지아니한가]
(15) 양산시 답례품-천성산약용도라지

2014년 동면 본법마을 귀농 후 재배 시작
천성산과 법기수원지, 친환경농법 3박자

정성 담은 무색소·무방부제·무향료 제품
카페 운영으로 '약용도라지' 활용법 전파
김걸환(사진 오른쪽)·권용순 부부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된 천성산약용도라지 가공식품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현희 기자

양산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걸환(68)·권용순(63) 씨 부부는 천성산 정기와 법기수원지 맑은 물을 먹고 자라는 '천성산약용도라지'를 고향사랑 답례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부부가 힘을 모아 운영하는 '772영농법인'은 이름부터 '초보 농사꾼'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덤벙거리거나 야무지지 못한 행동을 두고 '칠칠하지 못하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스스로 '칠칠이(772)'라고 부르는 것은 첫 수확의 기쁨을 잊지 않고 친환경자연농법을 고수하는 기본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부산 금융기관에서 일을 하던 김 씨는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해왔다. 그러다 부산자전거연합회장으로 동호인들과 우연히 찾은 양산시 동면 본법마을의 따뜻한 풍경을 보고 귀촌을 결심했다. 때마침 권 씨 역시 이곳에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한옥에 반해 사들이면서 2014년 부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처음 본법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길 때만 하더라도 권 씨는 힘들고 어려운 농사일을 할 거라고 짐작조차 못 한 채 고즈넉한 전원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아내 몰래 귀농을 준비해온 김 씨는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인 본법마을에 들어맞는 도라지 농사를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772영농에서 생산·판매하는 천성산약용도라지 즙·조청·인후단·분말·발효숙성차 제품. /이현희 기자

◇귀농으로, 새로운 도전 = 김 씨가 귀농을 고민한 것은 농촌에 살면서 지역주민과 어울리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업주부였던 권 씨는 처음 농사를 짓겠다는 남편 생각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 뜻을 헤아리고 힘을 보탰다. 

남편이 도라지 재배 권위자인 경북농업기술센터 권중배 박사를 찾아 일반 도라지와 다른 약용 도라지 재배법을 배우고 친환경자연농법을 실천하는 동안 아내는 양산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아 강소농, 여성농업인 교육 등을 받으며 전문 농업인 역량을 쌓아갔다. 

김 씨는 "집안 어른들이 농사를 지을 때 농약도 많이 치는 모습을 보고 자라 탈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마침 마을이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이라 농촌 환경을 건드리지 않고, 있는 상태 그대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어 "귀농을 고민하던 차에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목 건강에 좋은 도라지를 재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경북까지 오가며 약용도라지 재배법을 익혔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마을에 빈 농지를 빌려 농사를 시작했지만 물을 잘 빨아들이고 배출도 잘 이뤄지는 마사토를 좋아하는 도라지 습성 탓에 기존 농지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물을 좋아하지만 습기가 너무 많으면 뿌리가 썩기 일쑤인 도라지 재배는 그만큼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농사였다. 김 씨는 부산 기장 정관 등 개발공사가 이뤄지는 곳을 찾아 버려지는 마사토를 수소문해 가져와 농지를 정비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마사토 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개발행위로 오해한 민원도 많았다. 
김걸환 씨가 밭에서 약용도라지 생육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현희 기자
김걸환·권용순 부부가 천성산약용도라지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권용순 씨가 카페 도라지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고집이 만든 천연약재 = 예로부터 도라지는 식용은 물론 한약재로 사랑받아온 작물이다. 무엇보다 772영농에서 재배하는 약용도라지는 다른 도라지보다 뿌리가 굵고 잔뿌리가 많아 영양분이 많다. 

부부가 새 삶의 터전을 잡은 본법마을은 천성산 자락에 있다. 천성산은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가 당나라에서 건너온 스님 1000명에게 화엄경을 설법해 모두 성인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명산이다. 깊은 계곡과 폭포가 많아 소금강산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산습지를 품고 있어 생태계 보고로도 유명하다. 

여기에 본법마을에는 법기수원지가 있다. 부산 일부 지역 식수 공급을 위해 일제강점기인 1932년 완공한 법기수원지는 해방 이후에도 일반인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오랜 세월 측백나무와 편백이 군락을 이루면서 천혜 자연경관을 뽐내는 곳이다. 상수원 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았던 이곳은 79년 만인 2011년 부산시가 전체 수원지 68만㎡ 가운데 둑 아래쪽 수림지 2만㎡ 구역을 부분개방하면서 자연 속 치유를 경험하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자연환경을 잘 보전한 곳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키워낸 천성산약용도라지는 깨끗한 마사토를 폭 45㎝, 높이 90㎝ 비닐포대에 담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종자 한 포기씩 재배하는 포대 방식을 기본으로 생산하고 있다. 772영농은 4∼6년 키운 도라지를 10월 말에서 11월 사이 수확해 햇볕 아래 건조한 후 즙과 환, 조청, 분말, 순장아찌, 차 등으로 가공한다. 제품 가공은 양산시농업기술센터에 설치한 가공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약용도라지즙은 배·수세미·생강·대추·감초·계피 등 몸에 좋은 국내산 재료와 함께 만든다. 아무리 재료 가격이 올라도 양과 질을 속이지 않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현재 식용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도라지 70%는 값싼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약용도라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772영농은 친환경자연농법을 고집하며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천성산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과 신선한 바람, 청정지역 법기수원지 기운을 먹고 자란 약용도라지는 상대적으로 단가는 높지만 효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귀농을 선택한 김걸환·권용순 부부가 양산을 제2의 고향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현희 기자

◇양산은 제2의 고향 =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기 전부터 김 씨는 일본 고향납세제에 관심을 두고 양산시에 수차례 비슷한 제도를 중앙정부에 건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귀농을 준비하면서 일본과 유럽 등 친환경자연농법을 연구하다 농촌을 살릴 해법으로 일본 고향납세제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김 씨는 "일본에서 이미 시행해 정착한 제도가 농촌에 필요하다는 생각에 중앙정부에 건의하면 좋겠다고 계속 요구했다"며 "하지만, 일본 사례나 취지와 달리 대부분 지자체 선호 답례품이 지역화폐가 차지하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772영농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맞춰 답례품 선정을 신청한 것은 지역소멸시대에 작지만 나름 역할을 다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부부는 농사를 시작하고 주거용으로 사들였던 한옥을 개조해 '카페 도라지'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는 자신들이 재배한 도라지를 활용한 라테·약차·꿀차·설기떡·양갱 등과 같은 메뉴를 직접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카페 한쪽에는 '2014년 귀농·귀촌한 부부가 도라지 농사를 지어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을 실현하는 곳'이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그리고 또다른 안내문에는 '고향사랑기부제 참여합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 고향사랑e음 등을 설명하고 있다. 도라지 농사와 더불어 카페 운영은 농촌마을에 도시 젊은이들을 불러와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권 씨는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우리가 농사짓는 도라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힘들게 재배한 도라지를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며 "도라지를 활용한 음료로 특화한 덕분에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카페를 찾는 발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가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어려움 만큼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값싼 중국산에 밀려 판로를 개척하기 쉽지 않고, 자본을 갖춘 제약회사에서 비슷한 도라지 건강식품을 물량공세하는 것도 버겁기만 하다. 

김 씨는 "자본을 가진 기업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대응하려면 어떻게든 차별화한 제품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카페 운영으로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농사짓는 사람이 6차 산업을 이어갈 길이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후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선택한 귀농이었지만 772영농은 부부만이 아닌 모두와 함께 사는 삶을 바랐다. 점점 농사짓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약용도라지 재배 경험과 기술을 공유할 작목반을 만드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친환경자연농법을 지역사회에 홍보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양산을 제2의 고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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