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류경수 '디이펙트', 이유 있는 젠더 밴딩[종합]

황서연 기자 2025. 6. 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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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디이펙트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화제의 국내 초연작, 연극 '디이펙트'가 대학로에 상륙했다.

19일 연극 '디이펙트(THE EFFECT)'(연출 민새롬) 프레스콜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 놀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민새롬 연출, 배우 김영민 이상희 이윤지 양소민 박훈 민진웅 박정복 옥자연 김주연 오승훈 류경수 이설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디이펙트'는 영국 유명 극작가 루시 프레블의 희곡으로 2012년 런던 영국국립극장에서 초연됐고, 비평가협회상 최우수 신작상을 수상했다. 항우울제 임상 테스트에 참여한 코니, 트리스탄, 이 테스트를 감독하는 박사 로나 제임스, 토비 실리 등 네 명의 인물이 약물 실험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 감정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 그 혼란스러운 감정들 앞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젠더 밴딩? 관습적 서사 깨고파"

이번 한국 초연에서는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 젠더 벤딩 캐스팅을 시도해 네 가지 배역 모두 남녀 배우들이 함께 트리플 캐스팅돼, 성별과 관계없이 같은 역할을 소화한다. 로나 제임스 박사 역은 김영민 이상희 이윤지, 토비 실리 박사 역은 양소민 박훈 민진웅, 코니 역에는 박정복 옥자연 김주연, 트리스탄 역에는 오승훈 류경수 이설이 출연한다. 매체와 무대를 어우르는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 젠더 밴딩 캐스팅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민 연출은 젠더 밴딩에 대해 "제작사와 총괄 PD의 아이디어였고 원작자도 동의했다"며 "여자 주인공 코니는 감정 인지가 취약하고,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아 우울의 기전이 있던 인물들이다. 그간 이런 민감하고 예민한 인물들을 관습적으로 여성 서사를 많이 부여했던 것 같더라"며 "젠더 밴딩을 통해 성별이 바뀌어도 자신에 대한 민감하고 예민한 관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이치로 자유 의지가 높은 인물도 남성 캐릭터가 주로 그려졌는데, 반대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원작자도 이런 요소들을 기쁘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 연출은 "젠더에 따라 디렉션이 다른 부분도, 같은 부분도 있다. 우선 이 인물이 뭘 가지고 고군분투하고 있나에 대해서는 통일된 디렉션을 했다"라며 "고백하자면 배우들이 나보다 드라마를 더 잘 쌓는 배우들이다. 이 인물이 바뀐 성별로 인해 더 획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특히 박정복은 "바꿔서 더 좋아야 한다 .의미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내가 나이브하게 그냥 넘어가려던 것도 조목조목 지적하며 분석을 했다. 인물 분석이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연출인 나보다 배우들이 더 뛰어났다"라고 배우들을 추켜 세웠다.

박정복은 "젠더 프리랑 젠더 밴딩은 다른데, '인물이냐 아니면 성별이냐'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단어 하나를 두고도 성별 변화에 따라 각색이 필요한지, 그냥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인지 고민을 했다. 생리학적인 용어는 변경이 불가피했지만, 예를 들면 경구피임약 등은 연출님이 실존하지 않는 남성용 경구피임약을 대체할 수 있는 호르몬 약을 논문을 뒤지며 찾아와주셨다"라고 말했다. "인물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꼭 젠더 밴딩 팀이 아니어도 다 같이 연구하고 단어들을 선택해 줬다. 젠더 밴딩 팀이 외롭게 하지 않고 다 같이 재미있게 작업을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극 디이펙트

◆ 김영민·이상희·이윤지, 연기 천재들 다 모였다

'디이펙트'는 드라마, 영화를 주 무대로 활동하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됐다. "요즘의 공연 생태계가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를 문법적으로 갈라서 캐스팅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체,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도전들이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건강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민 연출은 "인물 간의 입장과 대립이 깊이 있고 격렬하게 일어나는 작품이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몸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기에 예민하고 깊이 있게 본인의 인물을 창출할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이 있는 배우를 찾으려 했다. 비단 영상 매체 뿐만 아니라 무대 쪽에서도 긴 탐색이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불안, 우울 등의 주제를 전면으로 다룬 만큼 배우들을 통해 외연이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진을 구성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8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김영민은 프레스콜 시연 현장에서 깊이 있는 독백 연기를 펼치며 객석을 사로잡았다. 그는 "몇 년 동안 연극을 안 했고 이런 걸 떠나서 무대가 마음의 고향이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라며 "항상 공연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있었고, 공연을 계속 관람하고 교류도 있어서 낯설지 않게 친숙하게 연습하고 공연하고 있다"라며 무대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 데뷔를 한 이상희는 "이상희는 "어제 젠더밴딩 페어 공연을 봤다. 수없이 연습하고 많이 봤던 공연인데도, 처음으로 약간 떨어져서 보니 정말 좋더라. 낮에 내 공연을 하고 저녁에 또 공연을 보니 작품이 너무 좋아서 몸은 피곤한데 머리가 개운한 느낌이 들더라"며 "정말 좋은 공연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정말 놀랄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지만, 그 덕에 떨지 않고 첫 무대에 설 수 있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윤지는 연극 '언더스터디' 이후 3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이윤지는 육아로 인한 시간의 제약 때문에 심사숙고한 끝에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그는 "정말 충만했던 연습기간이었고, 연습 마지막 날에는 본공연이 올라가면 모두 함께 볼 수 없으니 헤어지는 기분이 들어 슬퍼지더라. 그만큼 꽉 차게 배우들과 쫀쫀하게 두 달 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라며 "다음에는 더 빨리 돌아오면 좋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3년 간 살아갈 에너지를 연습실과 무대에서 충전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연극 디이펙트

◆ "'공감'의 재미, 생각할 거리 있을 것"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공감'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옥자연과 김주연은 "확실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재밌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가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관람을 권했고, 김영민은 "연습시간을 잡으려고 서로 조율하는 모습들, 따로 나가서 낙산공원 올라가서 연습하는 모습들, 따로 연습실을 잡고, 연출이라고 불릴 만큼 서로 도와주는 모습들 그러면서도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우리 내부에있어서 선배로서 보기 좋았다"라며 "마음의 아픔을 가지고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계신데, 프리뷰 기간 동안 '걱정하면서 봤지만 너무 재밌게 봤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라는 평을 주셔서 보람있게 공연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민 연출은 "이 작품이 주제적으로도 시급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기후위기, 세대갈등 등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우리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과감하게 불안, 우울 등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또 열두 명의 역량 있고 개성 강한 출연진들 많이 보러 와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윤지는 "우리 배우들도 서로를 무대 위에서 안아주고 있지만, 관객분들에게도 이 따뜻함과 위로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찾아와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디이펙트'는 8월 31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스포츠투데이]

디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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