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어의 세계화’ 김경석의 30년 삶…한국웅변 전파에 열정 태웠다
K-스피치 개척자, 한글사랑 한우물인생
세계한국어웅변대회 만들어 지구촌 순회
오는 8월 베트남호찌민대서 제29회 대회
김 회장 “K스피치 글로벌 확산에 이정표”
지난 14일 호찌민대회 출전 연사들 선발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 김경석 한국스피치웅변협회 회장은 ‘세계 K-스피치 시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1983년 강서 웅변학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그러다가 김 회장은 1993년 8월 공보처 장관의 특정국 방문 허가 승인하에 중국 길림성 용정시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되돌아보면, 그의 운명을 결정지은 중국행이었다. 그는 이때 연변조선족자치주 사람들이 주로 북한의 문화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우리 서울 표준어를 보급해야겠구나” 생각했다. 김 회장은 당시 그럴듯한 타이틀이 없었다. 거의 개인 자격으로 중국 관계자와 접촉하다보니 서울 표준어 보급일은 쉽지 않았다. 주변에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굳은 의지와 집요한 설득으로 용정시 문화국(국장 석금철)과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끈기가 일군 큰 성과였다. 이후 1994년 연변조선족자치주군중예술관(관장 석금철), 연변TV방송국(국장 채영춘)과, 1999년에는 연변조선족문화발전추진회(대표 조성일)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2001년까지 제8회에 거쳐 한ㆍ중 우호 증진을 위한 ‘우리말 웅변대회’를 개최했다. 이 웅변대회는 연변TV 방송국이 녹화 방송함으로써 연변지역에 서울 표준말과 한국웅변이 보급되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한다. “K-스피치(한국웅변)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 그리고 제29회까지 대회가 이어져온 스토리는 처음엔 그렇게 시작됐다”고 김 회장은 회고한다.
지난 14일, 한국어 소통과 세계 평화를 위한 ‘제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대한민국 대표연사 선발대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이곳에선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성인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 대표들이 참가(34개팀)한 가운데 열띤 웅변 경연대회가 펼쳐졌다. 대회를 주최한 곳은 사단법인 한국스피치웅변협회(총재 정갑윤ㆍ회장 김경석). 이날 대회를 통해 최종 선발된 대표 연사들은 오는 8월 14일 베트남 호찌민 국립대학교에서 개최되는 제29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본선)에 참가,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뽐내게 된다. “크게 한 번 외쳐봐! 한국웅변!”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될 본선대회는 국내 참가자 뿐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해 호주, 프랑스, 에티오피아 등 전 세계 25개국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친 개인 및 단체 연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한국어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그 문화적 열기가 본대회를 두달 남겨놓고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대회를 29회째 이끌어 오고 있는 이가 바로 김경석 한국스피치웅변협회 회장이다. 그가 없었다면 세계한국어웅변대회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관련 협회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만큼 김 회장의 한국어 세계화 확산에 대한 열정과 노력 덕분에 29회 대회까지 줄곧 명맥이 이어지고, 자부심 큰 대회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세계한국어웅변대회는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인 및 재외동포들이 함께하는 글로벌 K-스피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더욱 진화하고 있다”며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 한글의 우수성과 자긍심을 세계 곳곳에 뿌리는 데 저와 협회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과 현장에서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8월에 호찌민에서 진행되는 세계한국어웅변대회 의미를 짚어달라.
-이번 대회는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웅변 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세계 무대에 나설 대표 연사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며 앞으로도 K-스피치의 글로벌 확산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K-스피치의 개척자라고 하던데, K-스피치를 정의한다면.
-수많은 세계언어 그 중에 으뜸인 우리 한국어는 느낌대로 말하고,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웅변으로 감동을 더해줄 것이다. 자연의 오묘함이 한글안에 담겨 있고 생명의 기상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한국웅변이 바로 K-스피치라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사랑을 기본으로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 그리고 미래 언어로서의 가능성을 웅변대회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K-스피치는 K-팝, K-푸드 등을 망라한 K-컬처의 대표 상징이랄 수 있다.
▷오늘 예선대회에 와보니 평범한 웅변대회와 좀 다른게 많다. 단체팀도 있고, 또 연설 형식이 좀 특이하던데.
-잘 보셨다. 기존의 대회보다 업그레이드 시켰다. 올해 대회에선 우선 단체부 제화웅변을 새롭게 신설했다. 이번에 심석초등학교 학생 6명으로 구성된 단체부팀이 참가했는데 이들은 ‘우리 산, 우리가 지킵시다’를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이 팀은 최근 산불 피해를 보고 느낀 경각심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민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를 초등학생다운 시선과 당당한 태도로 표현해 박수를 많이 받았다. 여럿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인 무대는 개인 중심이었던 기존 대회에 신선한 울림을 더했고 의미가 컸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가였다. 앞으로 단체팀 웅변을 늘려가고자 한다.
또 이번 대회는 형식적인 면에서도 기존 틀에 비해 큰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의 말 중심 웅변을 넘어 주제에 맞는 도구나 영상 배경 등을 활용한 콘텐츠형 스피치를 도입했다. 시청각적으로 더욱 풍부하고 감동적인 무대였다고 본다. 듣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웅변의 새 지평을 여는 진전된 대회였다고 자평한다.
▷이제 ‘인간 김경석’의 스토리에 대해 질문하겠다. 제가 듣기론 김 회장께선 세계 K-스피치의 프런티어라고 들었고, 한국어웅변대회에 큰 열정을 바쳐왔다고 알고 있다. 그런 인생을 택한 이유는.
-저는 한국어의 세계화와 한국의 웅변 문화 확산을 위해 30여년 동안 열정적으로 헌신해왔다. 자랑 같지만,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고 순수한 열정과 비전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 한국어와 우리 웅변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왜 이런 일을 할까, 이런일을 왜 해왔나” 스스로 물어보기도 하는데, 수많은 외국인에게 웅변기법을 가르치고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긍심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한가지 염원때문에 오늘까지 계속 해온 것 같다.
▷세계한국어웅변대회를 세팅한 후 어떤 일을 했나.
-1997년 3월 사단법인 한국웅변인협회 사무총장에 취임했고, 제2회부터 제8회까지 세계 한민족 우리말 웅변대회를 기획하고 집행했다.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과 한국웅변을 지구촌에 보급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한민족 우리말 웅변대회를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이 저다. 2004년 10월 한국웅변인협회 법인대표(회장)로 취임하면서 여러가지 시도를 감행했다. 우선 우리 한국어와 웅변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지구촌에 보급하고자 2004년 제9회 대회명칭을 ‘세계한국어웅변대회’로 변경했다. 또 외국인 대표 연사에게 국제선 왕복 항공료와 2박3일(2인 1실)간 숙박을 제공하는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큰 호감으로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었나.
-2005년 8월 중국 대외경제무역 대학교 강당에서 개최된 제10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엔 일본인 100세인 쇼오치 샤브로 박사님과 조총련 대표 고등학생 강유선 연사가 참가했다. 우리 웅변 역사상 외국인이 인생 100세를 기념해 한국어 웅변대회에 참가한 것은 쇼오치 샤브로 박사님이 최초였다. 물론 최고령자 참가자였다. 이분은 제가 직접 일본 후쿠오카를 찾아가 예를 갖춰 초청한 이다. 당시 한반도 비핵화 6자 회담 취재차 베이징에 온 국내 언론사들이 이 대회가 상징성이 크다고 판단했는지, 집중 취재 보도해 국내와 지구촌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때 대회가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동안 외국을 돌아다니며 대회를 치른 것으로 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국내에서 대회를 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진행하는 것은 열배 이상 힘들다. 그렇지만 세계한국어웅변대회 개최도 중요하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웅변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주최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이상 2회),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 태국 인도 캄보디아 일본 라오스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진행해왔다. 대회는 처음엔 5개국으로 시작했다. 그 작았던 대회가 올해 제29회를 맞이하면서 25개 국가로 늘어난 것은 우리 협회의 노고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김경석이 정말 고생했다”는 말만 들을 수 있다면 영광스럽겠다.
▷내년 대회도 여나.
-물론이다. 2026년 제30회 대회는 10월 8일 여주 세종대왕릉 입구 야외무대에서 30개 나라를 초청, K-스피치 향연을 보여주겠다는 플랜을 갖고 있다. 국가별로 예선(선발) 대회를 거쳐 수많은 외국인 연사가 한국어로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웅변으로 표현하도록 해 한국어와 K-스피치의 세계적 위상을 더욱 확립할 것이다.

▷한국어웅변대회가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제 예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지난해 8월 14일 라오스 방비엠 티마크 호텔에서 대회를 겸해 ‘제1회 K-스피치 토크쇼’를 열었는데, 그때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교 한국어학과 알피 교수가 스피치한 게 기억난다. 그는 기말고사 실기시험을 스피치와 웅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하더라. 이것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K-스피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이처럼 세계로 퍼져나간 K-스피치 문화는 그동안 지구촌을 순회하며 개최한 세계한국어웅변대회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지구촌에 한국어 홍보 효과가 엄청 크다는 말로 들리는데.
-맞다. 특히 2019년 8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제24회 대회에서 인도 네루대학교 ‘갈위 샤르마’ 연사가 외국인 연사로는 최초로 국내 연사를 물리치고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23년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개최한 제27회 대회에서는 에티오피아 대표 크브르트 합테마리암 연사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에 주에티오피아 대한민국대사관에서 국무총리상 전수식을 했고, 에티오피아 공영방송 TV는 토크쇼에 수상자를 초대해 이것이 자연스럽게 소개됐다. 한국어 위상과 K-스피치(한국웅변)가 크게 홍보된 사레다. 2024년 8월 라오스 국립문화예술회관에서 라오스교육체육부, 주라오스 대한민국대사관과 공동주최한 제28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는 동티모르 대표 연사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행사 당일 주라오스 동티모르 대사와 주라오스 캄보디아 공사는 자국의 연사를 응원하기 위해 참석했고, 라오스 교육체육부 장관이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K-스피치가 새로운 한류 문화로 떠오르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 말을 들으니 K-스피치 문화 열기가 더욱더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말씀이다. 2017년 기존 사단법인 한국웅변인협회의 명칭을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단법인 한국스피치웅변협회로 변경한 것이 그런 문화에 일조한 것 같다. 이렇게 세계로 퍼져가는 세계한국어웅변대회를 외국 언론은 물론 국내 언론들도 “이제는 K-스피치 시대”라고 보도하는 것을 보면 우리 한국의 웅변이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신한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김 회장 역시 웅변에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다. 이력을 보니 1996년 제1회 전국남녀웅변대회 대통령상, 1989년 제23회 전국남녀웅변대회 대법원장상을 수상한 것으로 나와있다. 웅변 기법을 멘토링도 하나.
-물론이다. 저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한국어와 한국웅변을 지구촌에 보급하겠다는 열정을 여전히 갖고 있다. 저는 한국어의 말하기 기법인 ‘웅변(K-스피치)’을 효과적으로 보급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베트남 국립 대학교, 하노이외국어대학교, 인도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캄보디아 국립 민쩨이 대학교, 캄보디아 바탐방 대학교, 캄보디아 소금과 빛 국제학교, 인도네시아 반둥교육대학교, 나시오날대학교, 라오스 국립 대학교, 호찌민투득기술대학교, 호찌민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학교 등에서 총 15회에 걸쳐 K-스피치 기법 특강을 진행했다. 한국웅변을 가르쳐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음(목소리) 조절 능력과 발음, 높고 낮음, 시범을 통한 실기 지도를 해 한국어학과 대학교수들로부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좋은 강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다수의 연사가 팀으로 참여하는 단체 웅변(제화웅변)과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창의적 발표기법을 도입, K-스피치를 더욱 매력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작사, 작곡도 하신다고 들었다.
-하하하. 전문가는 아니지만, ‘외쳐봐, 한국웅변’을 작사, 작곡하고 배포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웅변을 재밌게 배우게끔 해주려고 한 시도다. 곡 ‘대한민국’을 작사, 작곡했는데 대한민국의 발전 과정과 정체성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30년동안 K-스피치에 헌신해왔는데, 감회가 있다면.
-긴 세월 동안 한국어와 K-스피치 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위해 청춘을 불사르며 헌신했다고 자평한다. 오늘날 수많은 외국인이 자기 생각을 느낌대로 마음대로 표현하는 K-스피치를 배우고 있는데, 이에 일조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지난 2024년 8월 KBS 뉴스 시간에 ‘이제는 K-스피치 시대’이고 외국인들이 한국웅변을 배운다고 보도한 적 있는데, 그걸 보고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앞으로도 K-스피치를 위해 뛰고 또 뛰겠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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