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쓰레기, 산더미처럼…"이불 치우자 쥐가 툭" 서울역 대청소

민수정 기자 2025. 6. 19. 15: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 하나씩 들어봅시다."

청소 과정을 돕기 위해 광장에는 중구청 관계자, 경찰, 노숙인 지원단체 등 여러 기관에서 30명 넘는 인원이 나왔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건물 철거 과정에서도 과정이 있듯이 여러 절차를 합법적으로 거친 후에 위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거리에 남아있는 노숙인들은 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데 개별적인 특성을 지자체에서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는 노숙인 쓰레기를 대상으로 청소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자, 하나씩 들어봅시다."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는 대형 쓰레기 차와 살수차가 들어왔다. 서울역 광장과 지하도에 대한 환경정화 활동(청소)이 이뤄지는 날이다. 청소 과정을 돕기 위해 광장에는 중구청 관계자, 경찰, 노숙인 지원단체 등 여러 기관에서 30명 넘는 인원이 나왔다.

광장에는 금세 노숙인들이 내놓은 쓰레기로 가득찼다. 서울시 소속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관계자들과 구청 환경미화원은 차례대로 이불·캐리어·식탁·박스 등 갖가지 쓰레기를 쓰레기 차에 실었다. 순간 생쥐 한 마리가 튀어나오자 인근 시민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큰 물건을 치운 뒤 물청소에는 살수차가 동원됐다.

같은 시각 서울역 6~9번 출구 쪽 지하 통행로에서도 적재된 물건을 치우는 청소 작업이 진행됐다. 청소 작업을 사전에 전달받은 노숙인들이 새벽에 미리 짐을 옮겨둔 상태였기 때문에 오전 기준 통행로는 거의 짐이 없어진 상태였다.

지하에 있던 노숙인들은 대부분 버리지 않을 짐만 챙겨 지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노인은 자기 키만큼 되는 짐을 리어카에 실은 채 광장을 누볐다. 다만 10여명은 여전히 지하 통행로에서 누워 잠을 청하거나 모여서 대화를 나눴다.

특히 한 노숙인 할머니는 지하철역과 통행로 사이 계단에 박스와 우산, 캐리어 등으로 성인 허리춤 높이 자신만의 요새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데, 워낙 짐이 많은 터라 거의 마지막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할머니는 청소 작업에 동원된 관계자들을 향해 한때 언성을 높였다.

지자체 "노숙인 물건 치울 근거 부족"…전문가 "인권 생각해야"
A 할머니는 지하철역과 통행로 사이 계단에 박스와 우산, 캐리어 등으로 성인 허리춤 높이 자신만의 요새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데, 워낙 짐이 많은 터라 거의 마지막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할머니는 청소 작업에 동원된 관계자들을 향해 한때 언성을 높였다. 시민들은 큰 소리에 궁금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현장을 기웃거리나 쳐다보며 지나갔다./사진=독자 제공.

해당 구역을 맡은 3년 차 청소부 B씨는 담배꽁초는 별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했다. B씨는 "노숙인들은 쓰레기가 본인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못 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치워달라는 민원을 매번 받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을 위해 위생을 신경 쓰고 있지만 반복되는 상황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행법상 노숙인들의 짐을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이 강제적으로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과거 중구청은 노숙인 짐을 철거해 시민단체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청소'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노숙인들이 쓰레기를 쌓아두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청소는 단순히 미관상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노숙인의 위생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과정이다. 주변 상인·건물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행로 가장자리에는 종종 노숙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B씨는 여름철에 상한 음식물 사이에서 구더기가 발견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강제적으로 노숙인의 짐을 빼앗기보다는 개별 노숙인 현황을 파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건물 철거 과정에서도 과정이 있듯이 여러 절차를 합법적으로 거친 후에 위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거리에 남아있는 노숙인들은 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데 개별적인 특성을 지자체에서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적인 문제를 만들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노숙인 물품을 치울 수 있는 법률이 만들어지기는 힘들다고 본다"며 "공무원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법적 근거가 없는, 회색지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