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정육점 코너서 고기 먹는 사자?... 수백만 조회된 이 영상, 알고 보니

박선민 기자 2025. 6. 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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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마트에 진열된 고기를 뒤적거리는 모습의 AI 영상. /X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마트에 사자가 침입해 정육점 코너의 고기를 먹는 모습의 영상이 온라인에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 영상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 실제 상황이 아닌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여러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자 한 마리가 정육점 마트 코너에 진열된 고기를 먹는 영상이 확산했다. 국내 온라인에도 ‘남아프리카 마트에 사자 출몰’ ‘사자가 난입해서 난리 난 남아공의 한 대형 마트’ ‘남아공 대형 마트 터는 사자’ 등을 제목으로 영상이 다수 공유됐다.

방범카메라(CCTV)를 녹화한 듯한 구도의 영상을 보면, 사자는 정육점 코너 복도에서 태연하게 고기를 뜯는다. 마음에 드는 부위를 찾는 듯 바닥에 떨어트린 고기 더미를 뒤적이기도 한다. 이후엔 아예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고기를 맛본다. 직원이 사자를 밖으로 유인하려다, 잘되지 않자 줄행랑치는 모습도 담겼다.

많은 네티즌은 이 상황이 실제라고 믿었다. 영상의 구도와 화질 등이 크게 이질감이 없는 탓에, AI로 제작된 것일 거라고 의심하는 네티즌은 거의 없었다. 국내 온라인에 공유된 영상에는 “사자한테는 호텔 뷔페겠다” “사자한테는 시식 코너”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해외 네티즌 사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특히 영상이 사파리로 유명한 남아공에서 촬영됐다는 설정이 붙으면서 사자가 마트에 출몰한 상황은 실제처럼 받아들여졌다.

영상 조회 수는 많게는 수백만 회를 기록했다. 한 X 계정에 공유된 영상은 현재 조회 수가 650만회를 넘는다.

마트에 등장한 사자에 직원이 줄행랑치고 있는듯한 모습의 AI 영상. /X

일부 해외 온라인 매체에서는 이 영상을 묘사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 기사가 재공유되면서, 사자가 마트 정육점 코너에서 고기를 맛보는 영상은 어느새 사실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이 영상은 실제 상황이 아닌 생성형 AI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얼핏 보면 이질감이 없지만, 영상을 자세히 보면 사자의 꼬리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구간이 존재한다. 이 외에도 갑자기 사자 뒷다리 옆에 발이 하나 더 달린 듯한 형상이 나타나고, 고기 모양이 바뀌는 등의 어색한 장면이 등장한다. 신체 왜곡이나 물체의 갑작스러운 생성과 소멸, 형태 변형 등은 AI로 제작된 영상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영상에는 @ataquesferoz라는 워터마크가 적혀 있는데, 구글 검색 결과 이는 한 틱톡 이용자의 아이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정에 문제의 사자 영상이 처음 올라온 건 지난 14일. “야생 사자가 식료품점으로 돌진 #동물 #야생동물 #사자 #아프리카” 등의 캡션과 함께 AI가 생성한 영상이라는 안내가 표시됐다.

처음 영상에는 AI로 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 명확히 붙었지만, 이후 영상이 이질감이 없는 장면만 편집되거나 출처 없이 무분별하게 재가공·재공유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실제 영상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자가 고기를 먹는듯한 모습의 AI 영상. /X

AFP통신도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AFP는 19일 ‘마트에 등장한 사자 영상, 온라인에서 오해 불러’라는 제목의 남아공발(發) 기사에서 “남아공의 한 식료품점 고기 코너에서 사자가 고기를 먹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회 재생되며 화제를 모았다”며 “그러나 이 영상은 사실이 아니다. 해당 영상은 AI로 생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에는 AI 생성 콘텐츠의 전형적인 특징들이 드러나며, 최초 게시자도 AI로 만든 것임을 명시했다”고 했다.

이번 일은 AI로 제작된 영상이 정교해질수록 현실과 허구의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벌어졌다. 사자 영상 이외에도 최근 국내 소셜미디어에는 AI 생성 영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 잇달아 게재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 소셜미디어 올라온 AI 생성 영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 /연합뉴스

내년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에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서비스에 AI 결과물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달 콘텐츠 블로그, 카페, 네이버 TV, 클립 등에서 ‘AI 활용’ 표시를 통해 작성자가 AI 활용 여부를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기능 도입 배경에 대해 “AI 활용 표시를 통해 이용자들은 콘텐츠의 출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AI로 생성된 콘텐츠가 실제와 혼동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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