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원 드라마는 왜 그리 폭력이 난무할까? [IZE 진단]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5. 6. 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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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펀치와 발차기의 홍수....폭력이 넘실대는 학원 드라마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ONE:하이스쿨 히어로즈', 사진=웨이브 

'먼치킨' '힘숨찐', 요즘 드라마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한 번쯤 들었을 이야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모두 무력 즉 '힘'에 대한 이야기다. '먼치킨'은 '닭(Chicken)'과는 관계없는 압도적인 실력의 플레이어를 뜻하는 온라인 게임의 용어였다. 이 용어가 웹소설, 웹툰 등으로 옮겨오면서 '압도적인 무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힘숨찐'은 '힘을 숨긴 찐따'의 약자인데, 바보나 멍청이의 의미로 상대를 비하하는 '찐따'를 쓰면서 일부러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은데 약한 척을 하는 인물을 말한다. 좀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힘을 숨긴 주인공' 정도로 쓰인다. 여기서 말하는 힘도 보통은 무력이다.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데 이를 모를 경우이거나, 힘을 쓰는데 아주 재능이 있는데 이를 후천적으로 계발해 낼 때 쓰인다.

왜 이런 '힘'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지금 젊은 취향의 작품들이 이러한 '싸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싸움을 잘 못 할 것 같은 주인공이 등장해 처음에는 곤경에 처하지만, 서서히 자신의 내면에 있는 힘을 깨달아 이를 싸움에 이용하고 그 작품의 세계관에서 손꼽힐 만한 강자로 등극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실제 그러한 서사는 지금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세로 등극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꽤 많은 작품이 공개됐다.  올해 초 신형욱, 유승연 작가의 원작 웹툰을 실사화한 티빙의 '스터디그룹'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였다가 돈 많은 넷플릭스로 전학간  '약한 영웅' 시즌2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도 웨이브에서 이은재 작가의 원작을 각색한 'ONE:하이스쿨 히어로즈'가 공개 중이고, 넷플릭스에서는 채용택, 한가람 작가의 네이버 웹툰 원작을 각색한 '참교육' 역시 비슷한 결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 사이 2021년 티빙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됐던 '샤크'의 시리즈가 '샤크:더 비기닝'에 이어 '샤크:더 스톰'이라는 이름으로 6부작 드라마로 공개됐다.

'약한 영웅' 시즌2, 사진=넷플릭스

'약한 영웅'은 말 그대로 원래부터 강자가 아닌, 아웃사이더에다가 몸도 왜소하고 힘도 약한 연시은(박지훈)이 주인공이다. 그는 애초부터 약한 피지컬을 빠른 두뇌회전과 주변 지형지물 그리고 도구를 이용하는 액션으로 돌파했다. '스터디그룹'의 윤가민(황민현)은 평화주의자에 공부를 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늘 성적은 끝자리에 어른거린다.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그는 '생존형 싸움'에 나선다.

'ONE:하이스쿨 히어로즈'는 조금 더 포커스를 인간의 내면에 맞췄다. 아버지의 폭압적인 교육방식에 형을 잃은 주인공 김의겸(이정하)이 전학생으로 오고, 공부 1등이었던 그는 시비를 걸어오는 새 학교 일진들을 상대하다 내면에 있는 폭력에 대한 쾌감을 얻는다. 싸움능력도 굉장해 빠른시간 안에 학교를 정리하고 '하이스쿨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다른 학교 일진들도 때려준다. 

'참교육'은 원작이 인종차별 논란 등이 일어났으나 제작 중이다. 교권이 붕괴해 교육부 산하에 교권보호국이 신설되고, 그 감독관들이 문제 학교에 파견돼 선을 넘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응징한다. 김무열, 이성민, 진기주, 표지훈 등이 출연한다. 티빙 '샤크:더 스톰'의 경우에도 전작부터 약한 체형에 싸움을 못 하는 주인공 차우솔(김민석)이 불의의 사고로 교도소에 간 후 격투기를 장착해 싸움의 고수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들은 왜 이렇게 학교에서의 싸움에 열광할까. 그 기반이 되는 웹툰이나 웹소설이 이러한 작품으로 도배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 드라마들의 아이디어 원천은 이미 치열한 경쟁에서 화제성을 검증받은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콘텐츠의 주 소비자 층이 10대를 비롯한 젊은세대이고, 이 젊은세대에게 학교에서의 이야기는 가장 실재감이 있는 이야기이자 거꾸로 상상력을 가미하면 가장 체제전복적인 쾌감을 주는 콘텐츠다.

이는 다른 웹툰이나 웹소설이 빙의나, 평행세계, 회귀 등 판타지의 서사를 가지면서 현실 바깥으로 날아가려 하는 것과는 반대의 양상이다. 학교로 상징되는 현실이 갑갑하거나 막막해 아예 다른 자아에 자신을 투영하거나 아니면 학교 안 정글의 법칙에 몸을 맡기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그냥 싸움을 잘하는 현실세계의 일진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면 재미없다. 공부를 잘하거나, 힘이 약하고, 싸움을 몰랐던 주인공들이 단시간에 성장하면 그 재미는 배가된다.

'스터디그룹', 사진제공=티빙

그렇다고 단순히 젊은세대만 학원 액션을 즐긴다면 확장성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서사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 평범한 권선징악의 결말로 보편성도 획득한다. 마치 병원이나 교도소처럼, 많은 인간 군상이 모이고 이들의 계급이나 욕망 등이 넘실대는 지금 사회 시스템의 축약판이 바로 학교라는 인식이다.

아이들의 싸우고자 하는 욕망 위에 어른들의 계급에 대한 욕망, 권력을 가져 위에서 다른 이들을 짓밟으려는 욕망이 더해진다면 좀 더 넓은 사회적 담론을 획득한다. 그래서 '스터디그룹'의 싸움 위에는 학교를 방치하며 이권을 취하는 어른들이 있고, 'ONE:하이스쿨 히어로즈'의 어른들 역시 아이들의 싸움을 권력 승계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한다. '샤크:더 스톰'의 어른들은 폭력을 갖고 이를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뿐이다.

결국 '드라마에서 학생들은 왜 이렇게 싸우나'라는 질문은 거꾸로 '누가 우리를 이 세상에 태어나 싸우게 했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학교를 벗어난 사회 시스템 자체가 공정과 상식을 담보하지 않는 '정글'이고 이 모습이 그저 학교라는 거울을 통해 투영됐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의 부조리에 민감한 젊은세대는 그 시스템을 뒤집는 평범한 주인공을 보면서 쾌감을 느낀다.

말은 인간의 거울이라면, 드라마는 사회의 거울이기도 하다. 당대 대중의 가장 큰 욕망과 응어리를 투영해 보여준다. 그토록 싸움이 지나친 지금의 드라마는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싸우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말도 된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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