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만으론 부족?…‘헤메·킬힐·여성성' 요구받는 여성 보디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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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대회에서 활동하는 3년 차 여성 보디빌딩 선수 이아무개(35)씨는 한국에서의 대회 활동을 떠올리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 본인의 장점인 큰 키와 긴 팔다리에서 나오는 활발한 이미지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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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회에서는 좀 더 여성스럽게, 차분하고 얌전하게 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육체미를 심사하는 대회인데 그런 이미지까지 보여줘야 하니 답답했어요”
국외 대회에서 활동하는 3년 차 여성 보디빌딩 선수 이아무개(35)씨는 한국에서의 대회 활동을 떠올리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 본인의 장점인 큰 키와 긴 팔다리에서 나오는 활발한 이미지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대회가 끝난 뒤 심판들이 ‘동작과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고 해서 괴로웠다”며 “체격적인 측면에 강점이 있고 힘이 넘치는 편인데, 대회 주최 쪽은 수동적인 여성성을 바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건강하고 균형잡힌 육체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보디빌딩의 일부 여성 종목에서 머리 스타일과 화장, 하이힐 착용과 여성스러운 분위기 연출 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건강한 육체에 대한 평가를 넘어 외모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보디빌딩협회의 여성 ‘비키니 종목’ 규정을 보면 “헤어는 스타일링할 수 있다”, “하이힐의 앞 굽 두께는 최대 1㎝이고 힐의 높이는 최대 12㎝”라는 규정이 있다. 헤어 스타일링과 하이힐 착용, 화장 등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헤어와 메이크업을 통해 ‘전체적으로 다 갖춘 모습’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이를 외면하기 힘들다. 심지어 규정에는 “전체 이미지는 침착함, 여성스러움 및 자신감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여성성을 못박아 놓기도 했다.
여성 보디빌딩 선수들은 고충을 토로했다. 이씨는 “힐을 신고 대회에 나가면 무척 힘들다. 훈련할 때 힐을 신지 않으니 자세 연습을 따로 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며 “키작은 선수들은 신체 비율 때문에 매우 높은 하이힐을 신는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지도자로 활동 중인 ㄱ씨는 “여성 종목은 백 포징(등 자세)을 할 때 긴 머리를 쓸어넘기는 동작이 암묵적으로 있고, 심판들도 긴 머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나는 머리가 짧은 편이라 비키니 종목은 일부로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ㄱ씨도 최근 비키니 종목 출전을 고려하고 있다. ㄱ씨는 “비키니 종목 출전·수상 경력이 없으니 가르치는 회원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번은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체육 지도자나 헬스 트레이너 취업에 대회 출전·수상 기록이 도움되기 때문에 비키니 종목 규정에 불만이 있어도 출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남녀 보디빌딩 종목에 성차별적인 관행도 있다. 남성의 경우 근육량을 강조하는 ‘클래식 보디빌딩’ 종목이 있지만 여성 종목에는 없다. 대신 여성성을 강조하는 ‘비키니’, 근육의 크기보다 탄탄함을 평가하는 ‘피지크’, 건강미를 중시하는 ‘스포츠 모델’ 등의 종목이 있다.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여성들도 근육을 키우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지만 여성의 근육질 몸매에 대한 사회적 혐오 등으로 스폰서가 붙지 않아 (그런 대회가) 잘 열리지 않는다”며 “몸을 키우고 가꾸고 멋있게 만들려는 욕구에 남녀 차별적 인식이 개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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