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첫인상'도 관리하는 시대… 2030세대 SNS 알고리즘 세탁법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30세대가 실천하는 소개팅 전 SNS 세탁 가이드
[우먼센스] 디지털 시대, 첫인상을 결정짓는 건 외모나 말솜씨가 아니라 '탐색 탭'일지도 모른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소개팅할 때 '인스타 탐색창 보여줘'라는 말이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고 한다. SNS가 이제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거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 플랫폼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청소'하고 리셋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 아무개 씨는 "최근 소개팅 전날, 밤을 새워 인스타그램 탐색 탭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남자의 경우 소개팅에서 휴대폰을 보여줄 때 여성 수영복 사진 등이 많이 뜨면 곤란하기 때문에, 밤새 강아지 사진을 클릭해서 알고리즘을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처럼 '소개팅 전 소셜미디어(SNS) 정리'를 한 경험담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또 다른 대학생 김 아무개 씨는 "친구가 내 유튜브 홈 화면을 우연히 보고 '너 요즘 뭔 일 있냐'고 물어본 경우가 있었다. 우울 관련 콘텐츠와 정신건강 영상들이 가득해서 걱정했다고 하더라"며 "그때 '내 마음 상태까지 알고리즘에 고스란히 드러나는구나'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소개팅 전날, 밤새워 알고리즘 바꿔
내 취향과 마음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알고리즘 리셋을 결심하게 된 더 깊은 이유를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30대 중반 회사원 이 아무개 씨는 "어느 순간 내 유튜브 추천 영상들이 모두 특정 정치성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봤던 정치 콘텐츠였는데,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영상들만 추천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이 정치인이 요즘 괜찮지 않아'라고 말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며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게 바로 필터버블이구나 싶어서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란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과거 행동을 바탕으로 비슷한 정보만 제공해 다양한 관점을 차단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씨는 "내가 극단적 사고를 갖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돼서 알고리즘을 완전히 리셋했다"며 "이제는 의식적으로 다양한 관점의 콘텐츠를 찾아보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정치적 편향성이나 사회적 편견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해 알고리즘 청소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의 SNS는 사용자의 시청, 검색, 좋아요, 팔로우 활동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관심사와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첫인상 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탐색 탭, 유튜브 홈 화면, 틱톡 FYP(For You Page), 페이스북 피드는 모두 사용자의 디지털 발자취를 알고리즘이 분석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점점 더 자극적, 극단적 영상만 추천
"필터버블", 정치적 편향성, 사회적 편견 우려
이 때문에 최근엔 자신의 SNS를 의식적으로 리셋해 새로운 관심사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특정 관계나 상황을 앞두고 SNS 알고리즘을 정돈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알고리즘 클렌징', '알고리즘 세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024년부터 인스타그램은 보다 명확하게 추천 콘텐츠 재설정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보지 않던 주제의 콘텐츠를 새롭게 접할 수 있다. 프로필에서 오른쪽 상단 메뉴를 선택한 후 콘텐츠 기본 설정 탭으로 이동해 추천 콘텐츠 초기화를 클릭하면 된다. 기존 추천 알고리즘이 초기화돼 이때부터 추천하는 콘텐츠 중 원하는 방향의 콘텐츠를 클릭하면 알고리즘이 새롭게 구성된다. 다만 초기화는 취소가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알고리즘 리셋 후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며 "평소 전혀 모르던 분야 콘텐츠가 추천으로 떴는데, 보다 보니 진짜 흥미로워졌다"고 후기를 남겼다. 반면 일부 사용자들은 '리셋 후 맞춤 추천이 엉성해져서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초기화해도 데이터는 삭제되지 않으며, 사용자의 활동은 여전히 Meta(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모회사) 맞춤형 서비스 및 광고에 반영된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가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는 시청 기록이 추천 콘텐츠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youtube.com/feed/history에 접속해 모든 시청 기록을 삭제하거나 일시 중지할 수 있으며, 영상 우측 메뉴에서 '관심 없음'이나 '채널 추천 안함'을 선택해 알고리즘 변경을 시도할 수 있다. 이후 새로운 관심사 관련 콘텐츠를 반복 시청하면 추천 알고리즘이 재구성된다.
틱톡의 For You Page(FYP)는 짧은 시청 활동만으로도 빠르게 변화한다. 리셋하려면 의도적인 행동 반복이 필요하다. 만약 원하지 않는 추천을 받고 있다면, 설정에서 시청과 검색 기록을 삭제하고, 보기 싫은 영상을 눌러', '관심 없음'을 선택한 후, 새로운 관심사 관련 영상을 연속으로 시청하고 좋아요나 저장 혹은 팔로우를 통해 알고리즘을 유도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팔로우한 페이지, 친구 활동, 광고 클릭 이력 등 다양한 정보로 피드를 구성한다. '좋아요한 페이지' 목록에서 불필요한 페이지를 언팔로우하고, 게시물 우측 메뉴에서 '숨기기'나 원치 않는 광고는 '이 광고 보기 원하지 않음'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피드를 정리할 수 있다.
시청 기록 삭제, 관심없음… 새로운 영상 '좋아요' '팔로우' 등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알고리즘 청소법
대학생 이 아무개 씨는 "노출이 심한 사진이나 자극적인 기사 혹은 썸네일이 많이 떴다. 특정 인물을 누가봐도 심하게 비난하는 콘텐츠도 보이길래 그때마다 '관심 없음', '채널 추천 안함' 버튼을 눌렀다"며 "덕분에 이제 소셜미디어 볼 때 보기 싫은 콘텐츠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전문가 A 씨는 "가장 쉬운 건 어떤 소셜미디어든 피드에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 콘텐츠만 계속 누르면 곧바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강아지 사진만 계속 누르면, 얼마 뒤 강아지로 가득 찬 피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리해보면 이러한 알고리즘 청소 열풍의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첫인상 관리가 중요해졌다. 탐색 탭만 봐도 성향 파악이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SNS를 의식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연인이나 관심 있는 상대의 SNS를 자주 확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 편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이 만든 필터버블에서 탈출해 새로운 정보와 시각,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려는 것이다. 이직, 연애, 취미 전환 등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시도
알고리즘 조작… '건전하지 않아'
하지만 이런 트렌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인스타그램 마케팅 전문가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보다는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을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SNS 상의 모습이 곧 그 사람의 전부라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알고리즘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진정성 있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며 "겉모습만 포장하기보다는 실제로 관심 있는 분야를 탐색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SNS 알고리즘 리셋은 단순한 이미지 관리가 아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도록 활용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