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1년... 北, '누적 2만명' 파병하며 러시아 군수 창고 전락
북미 협상 국면에선 관계 변할 수도

북한과 러시아가 19일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북러 조약)' 1주년을 맞는다. 그 사이 양국은 '피를 나눈 형제국'으로 거듭났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파병과 군수 물자 지원을 통해 러시아에 격전지 전세 역전의 기반이 돼 줬고, 러시아는 북한이 원하는 자본과 첨단 군사기술 등을 제공하며 '윈-윈' 관계로 거듭났다. 전문가들은 혈맹 관계 정점에 오른 이들의 밀착 효과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러우 전쟁 종료와 북미 협상 여부에 따라 관계는 옅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혈맹 거듭난 북한-러시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러 조약 체결 1주년이 되는 ‘뜻깊은 시기’에 방북한 쇼이구 서기와 ‘따뜻한 담화’를 나눴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쇼이구의 방북을 계기로 공병 1,000명과 군사 건설인력 5,000명을 포함한 6,000명 규모의 북한군 3차 파병이 이뤄지게 되면서, 두 나라 관계는 한층 끈끈해졌다.
이날 쇼이구 서기 방북은 지난 3월 21일과 6월 4일 이후 올해에만 세 번째이자 13일 만이다. '푸틴 대리인'으로 평양과 모스크바 왕복이 부쩍 잦아진 건 그만큼 서로 긴밀하게 대면으로 논할 중대 사안들이 갈수록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유엔 대북 제재 감시 조직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관계는 사실상 한 몸과 다름없었다. 북한은 지난 한해 동안 화물선을 통해 총 49차례에 걸쳐 러시아군에 포탄(방사포탄 포함) 약 900만 발을 전달하고, 완성차와 방사포, 자주포, 재장전 차량 등을 포함해 러시아군 3개 여단이 사용 가능한 분량의 200대 이상의 중포(重砲)를 이전하는 등 사실상 러시아의 ‘군수공장’ 노릇을 했다.
이에 러시아는 북한에 단거리 방공 시스템 및 전자전 체계, 전파 교란 장치 및 사용법, 한 대 이상의 판치르 전투 차량을 북한에 제공하는 등 확실한 보상도 이행했다. 북한 자체적으로 해내기 힘든 탄도미사일 관련 데이터, 유도 기술 등도 북한에 이전한 것으로 MSMT는 봤다.
혈맹 1년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격전을 벌이던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북한은 '피의 대가'로 자체 개발할 엄두를 내지 못한 기술력 등을 이전 받으며 자체 군사력을 키웠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는 등 대미 협상력을 키운 것도 러시아의 뒷배가 크게 작용했다.
북러 직항편 개설 등 협력 가속화할 듯

전문가들은 북러가 조약 1주년 이후에도 한동안 밀착 강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쇼이구의 3개월 내 3차례 방북 회담과 쿠르스크 복구 병력 추가 파병은 북러 밀월 관계의 정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쿠르스크 지원은 전쟁과 복구 과정에서 북한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러시아 외무부에서 밝힌 북러 항공편 확대 논의를 언급하며 “다양한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인프라 및 시설 건설을 언급한 건 북한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향후 교류·협력 및 지원의 양적·질적 증가를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다만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 나라 간 협력은 '뉴 노멀'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하면서도 "결국 북한이 원하는 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완화"라고 봤다. 조 연구위원은 "휴전 이후엔 러시아로서도 '안북경남(안보는 북한, 경제는 남한)'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미 간 협상도 서로에 원하는 점이 워낙 선명해, 이를 좁히다 보면 현재 수준의 북러 밀착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북러 밀착을 지속적으로 견제할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해외 노동자의 접수·고용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우방국과 공조 아래 북러 협력 관련 동향을 계속 주시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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