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집값까지 들썩…트럼프發 관세전쟁 '정보전' 치열해진다

워싱턴 D.C.(미국), 멕시코시티(멕시코)=박광범 기자, 조규희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25. 6. 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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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관세전쟁' 현장을 가다]<1>①
[편집자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후 150일이 지난 현재 WTO(세계무역기구)와 FTA(자유무역협정)로 상징되던 '자유무역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공격은 세계 무역 질서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자유무역은 선(善)'이란 믿음은 한때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보호무역'이 새로운 현실로 자리잡고 있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벼랑 끝에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세계 경제 지형이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관세전쟁의 현장을 조망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수출 위기 돌파구를 모색한다.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 참석해 웃음을 보이고 있다./사진=로이터=뉴스1
"해고되면 집값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올랐어요."

미국 워싱턴 D.C. 일대의 집값 상승은 글로벌 관세전쟁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1호 친구(first buddy)'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에게 연방정부 구조조정의 전권을 줬다. 머스크는 국제개발처, 소비자금융보호국, 인사관리처 등 7만5000명 이상의 연방 공무원들에게 퇴진 압박을 가했다.이들이 떠나며 워싱턴 지역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워싱턴 지역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브라이트 MLS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기준 워싱턴 D.C. 지역 주택 중간 매매가는 62만4925달러로 1년 전보다 1.6% 상승했다.

워싱턴 D.C. 주재원으로 근무중인 한 공공기관 직원은 "후임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외곽 지역에서 집을 찾는다"며 "버지니아 옥턴, 센터빌까지 밀려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연방공무원이 빠졌지만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 기업 관계자들이 새로 유입되면서 집값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전경/사진=박광범 기자

관세전쟁의 진원지인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종전에 볼 수 없던 긴장감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상호 관세 유예 시한 90일이 다가오면서 각국 경제관료들은 미국 정부 및 의회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벌이고 있다. 자국 기업과 산업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행사장과 호텔 로비는 연일 각국 대표단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쓰인다. 비공개 브리핑과 전략 공유가 쉼 없이 이어진다.

우리 정부 관료들도 수시로 워싱턴 D.C.를 오가며 관세정책 대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트라(대한무역진흥공사)의 물밑 움직임도 활발하다. 코트라는 올해 초 관세전쟁 최전선인 워싱턴 D.C.로 북미지역본부 거점을 옮기며 관세전쟁 대응력을 높였다.

민간 차원의 대미 정보전도 치열하다. 미국 로비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는 올해 1분기 대미 로비에 3만달러를 썼다. 한경협이 대미 로비에 나선 건 2023년 8월 한경협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절에도 대미 로비는 한 차례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별 기업들도 트럼프 정부와 연줄이 닿을만한 네트워크를 발굴하느라 분주하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의 비서실장은 물론 가족 등과 연관있는 사람 혹은 로비기업과 계약을 맺고 하나의 정보라도 더 캐내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한 기업 대관 관계자는 "미국 관세청은 '국경 보호'(Border Protection)라는 개념이 명칭에 들어있을 뿐 아니라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이란 점에서 관세가 가지는 의미가 우리와는 다르다"며 "그렇게 보면 '관세전쟁'이란 말은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관세청의 영문명은 'Korea Custom Service'이지만 미국 관세청은 'Custom and Border Protection'이다. 우리나라 관세청 업무가 통관 지원, 세수 징수, 밀수 단속, 지식재산권 보호 등 경제·무역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미국 관세청은 관세징수뿐 아니라 국경 보호, 이민 및 농업 검역 업무까지 포괄하는 강력한 통제·집행 기관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글로벌 관세전쟁 주요 일지/그래픽=최헌정


일각에선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나오기까지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세전쟁 이후를 대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체수출처를 발굴하고 '글로벌 사우스'와 같은 신시장 개척에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아세안이 주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전자,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 품목 중심으로 현지 진출도 활발하다.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축인 중남미도 주목된다. 칠레·페루와는 이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돼 있어 관세 혜택을 활용한 수출 확대가 가능하다. 남미 최대시장 브라질 역시 소비재,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가 열려 있다

이금하 코트라 북미지역본부장은 "90일 관세유예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최종 관세율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관세 정보와 함께 대체사업도 살펴보고 있다"며 "이제는 기업들이 저비용 효율 협업 소싱 체계에서 일부 비용이 오르더라도 안정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국지역본부, 동남아지역본부, 유럽지역본부 등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D.C.(미국), 멕시코시티(멕시코)=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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