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증시 부양, 내수 살리기 ‘묘수’ 될까
‘자산 효과’ 주가 오르면 소비 진작
기업 현금 가계로 돌리는 효과도
상법 개정만으론 5000 어려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임기 내 코스피 5000 돌파’를 공약한 이 대통령은 주가 2900 돌파에 고무된 듯 취임 후 첫 경제 현장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도 “상법 개정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면서 “민생 법안 중 상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먼저 호응한 투자자는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은 대선 이후 5조원가량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인으로 지적돼온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상법 개정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관망하던 개미 투자자들도 매수 행렬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제2의 동학개미 운동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새 대통령과 민주당이 ‘증시 부양’을 우선순위에 두는 이유는 뭘까. 새 정부의 당면 과제는 경제 살리기이다. 증시 부양이 내수 진작의 묘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주가가 오르면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로 인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 증시 호황은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높여 투자·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이 대통령 말대로 투자금이 부동산 대신 증시로 흐르면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이 억제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늘어나면 증시로의 달러 유입이 늘어나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환율이 안정되면 한미 간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기준 금리를 더 내려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새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상장기업의 배당 확대 압력이 높아지면 기업의 금고에 잠겨 있는 현금이 배당 형태로 풀려 가계 소득 상승을 낳고, 이것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 사내 유보금을 배당·투자·임금 인상 재원으로 쓰도록 압박하기 위해 ‘기업소득 환류 세제’를 시행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엔 재벌 대기업에만 실시돼 효과가 미진했지만, 상법·세법 개정으로 상장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면 이번엔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배당률(26%)은 선진국 중 꼴찌 수준인데도,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현금배당액은 45조5000억원에 달했다. 배당 성향이 우리나라 2배인 대만 수준(55%)으로만 끌어올려도 매년 100조원에 가까운 돈을 기업에서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호주머니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법과 세제의 개혁만으론 ‘코스피 3000’은 몰라도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가를 결정하는 근본 변수는 기업의 이익 창출력이다. 국내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4.3%)은 미국 S&P500기업(12%)의 3분의 1 수준이다. 상장기업 40%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 기업들이다. 배당은커녕 생존조차 버겁다.
한국 증시가 미국처럼 장기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려면 산업·기업의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 매출·수익의 장기 우상향을 믿고 주식에 노후 자금을 맡기는 장기 투자자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늘려 신성장 동력을 찾고, 낡은 기업들은 혁신 기업으로 물갈이되는 건강한 증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는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 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교육·노동·규제 개혁에서 성과를 내 국가 경쟁력을 더 높여야 ‘코스피 5000 시대’의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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