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남겨진 아이들···돌봄 사각 '심각'

신섬미 기자 2025. 6. 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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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미등록 30대 여성 적발
5세 자녀와 보호소에서 생활
신체 이상 자녀 분리후 불안 증세

외국인 근로자 느는데 제도 미비
긴급상황 대응 제도장치 마련 시급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해 보호소에 구금하는 과정에서 5세 자녀가 홀로 남겨져 돌봄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발생했다.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자녀 수가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사무소는 지난 11일 경주에서 출근 중이던 캄보디아 출신 30대 미등록 이주여성 A씨를 단속해 보호소에 구금했다.

당시 A씨의 5세 자녀 B 군은 어린이집에 등원한 상태였는데 이 소식을 듣고 오후에 함께 보호소로 보내졌다.

그러나 보호소에 머물던 B 군이 스트레스 받았는지 코피를 흘리는 등 신체적인 이상 증세를 보였고, 결국 이틀 뒤인 13일 보호소에서 퇴소했다. 

문제는 몇달 전 아버지도 캄보디아로 강제 출국해 국내에서 B 군을 돌봐줄 가족이 없는 상태인데도 유일한 보호자인 A 씨 없이 홀로 내보내졌다는 것이다. B 군은 현재 A 씨 지인의 집에서 임시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형편이 마땅치 않아 장기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루 아침에 A 씨와 분리돼 일주일 가까이 낯선 환경에 놓인 탓에 B군은 심각한 충격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춘기 센터장은 "B 군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채 매일 엄마만 찾는 등 심리적으로 극심하게 불안해 하고 있다"라며 "지인 역시 미취학 아동을 양육하고 있어 힘든 상황인데 보호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B군의 상태까지 좋지 않아 심리적·육체적으로 한계에 놓여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센터 측은 울산사무소에 A 씨에 대한 보호일시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보호일시해제는 보증금 등을 받고 조건부로 피보호인을 풀어주는 제도다.

하지만 보호위원회를 거쳐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최대 3주가 예상됨에 따라 우선적으로 B군에 대한 긴급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이들이 분리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 안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A 씨도 아들을 보고 싶어 하고 있다"라며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들이 최대한 빨리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제도가 미비한 탓에 기약없는 기다림만 하고 있어 마음이 조급하다"라며 고 말했다. 

이에 관해 본지는 법무부와 울산사무소에 대해 질의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단속되는 과정에서 방치 아동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에서는 경기 포천시 한 공장에서 일하던 필리핀 출신 30대 미등록 이주여성을 구금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여성이 혼자 키우고 있던 3세 아들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방치해 논란이 일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엄마가 어린이집에 있는 아동을 찾으러 오지 않아 엄마의 친구에게 아이를 맡겼는데 밤에 잠도 못자고 계속 불안해 하니까 더 이상 맡을 수 없어 다시 어린이집으로 보냈다"라며 "어린이집 원장도 계속 맡을 수가 없어 우리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 아동을 데리고 양주사무소에 가서 항의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양주사무소는 이들이 방문한지 3시간 만에 보증금 300만원과 신원보증을 받고 조건부 석방 방식으로 여성을 풀어줬다. 

김 목사는 "당시 사건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아동을 돌봐줄 가족이 없다는 걸 알면서 보호소 밖으로 혼자 내 보냈다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정"이라며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는 양주사무소 사례보다 더 나빠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미등록 외국인 수도 계속 늘고 있는데 이들의 자녀에 관한 보호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 센터장은 "A씨가 구금된 상황에서도 아들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없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수소문해야 했다"라며 "센터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 아동이 훨씬 더 위험한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판단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