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곳곳 ‘애물단지’ 전락 의류수거함 해법 없나
쓰레기·악취 多…허가 불구 사유 재산
행정 개입 어려워…“처벌 규정 등 필요”

18일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소태동 한 주택가 골목 어귀에 놓인 의류수거함 주변에는 낡은 솜이불과 주차 금지 표지판, 쓰레기가 잔뜩 담긴 파란색 봉투가 널브러져 있었다.
초록색 수거함 겉면 곳곳은 녹이 슬어 있었고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안내하는 스티커도 떨어져 나가 관리가 안 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같은 날 오후 남구 주월동 한 거리에 설치된 의류수거함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 수거함 앞에는 입구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큰 이불이 놓아져 있었고, 바로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 소재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이처럼 의류수거함이 쓰레기 투기지처럼 되버린 현상에 대해 주민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주월동 주민 A씨는 “이 동네에 산 지 5년이 지났는데 수거함에 옷을 넣는 사람은 물론이고 수거해 가는 이들도 못봤다”며 “수거함 주위에는 늘 쓰레기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할 구청에 쓰레기를 치워 달라는 민원도 몇 차례 넣었는데 그 때뿐이었다”며 “이럴 거면 철거하는 게 맞는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민들의 목소리는 실제 광주 5개 자치구에 관련 민원으로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각 자치구별로 설치된 의류수거함 수는 ▲동구 106개 ▲서구 396개 ▲남구 268개 ▲북구 307개 ▲광산구 222개 등 총 1천272개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의류수거함 관련 불편 민원은 서구가 7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남구 68건, 북구 60건, 동구 4건으로 나타났다.
광산구의 경우 민원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처리만 하고 있다.
주된 민원은 쓰레기 불법 투기, 악취, 미관 훼손 등이다.
민원이 접수되면 자치구들은 의류수거함 설치자에게 쓰레기 수거 등 주위 정돈 또는 이동 조치를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쓰레기 수거 요청의 경우 의류수거함 설치 당사자가 버린 게 아닌 만큼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동 조치 요청의 경우도 의류수거함 자체가 사유 재산인 만큼, 거부하더라도 행정 당국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광주 5개 자치구들은 의류수거함 설치를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 법에선 의류수거함 관리 의무를 설치자, 즉 허가를 요청한 사람으로 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할 때 처벌 규정은 없다.
이에 각 자치구들은 조례를 제정하며 미비점을 보완하고 있으나, 법에서 정하지 않고 있는 처벌 규정을 별도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의류수거함은 민간 수익 시설이기에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도 지자체에서 철거 등 조치에 나서기 어렵다”며 “민원이 반복되는 지역 중심으로 계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문현철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법 제정을 통해 관리 체계를 명확히 하고, 위반 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한 시민 의식 제고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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