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쓰고 오픈런" "문재인이 책방지기로"… 서울국제도서전 성황리 개막

"오늘 하루 연차 쓰고, 오전 7시부터 기다렸어요!"
직장인 김유빈(31)씨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려고 오픈런(개장 전 줄 서기)을 했다. 100m 남짓의 줄의 맨 앞에 선 그는 "이번이 인생 첫 도서전 방문이라 기대된다"며 "최강록 셰프 사인회에 참여하려고 일찍부터 움직였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제67회 서울국제도서전이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22일까지 열리는 도서전에는 총 17개국에서 530여 개 참가사가 '믿을 구석(The Last Resort)'을 주제로 참여했다. 사전 판매한 입장권이 지난 9일 조기 매진돼 현장 판매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올해도 역대 최대 관람객 수를 기록한 지난해 15만 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날 도서전을 찾은 이들 다수는 '서점가 큰손'인 2030세대 젊은 여성들이었다.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미리 점찍어 둔 부스를 향해 달리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출판사들이 이번 도서전을 위해 한정수량으로 준비한 굿즈나 사인회 대기표를 받기 위해서다. 올해 3번째 도서전을 방문한 대학생 정유라(26)씨는 문학동네 부스로 직행해 세계문학전집 '먼슬리 클래식' 6권을 품에 안았다. 그는 "품절이라 구할 수 없는 책인데 (전종을) 여기서만 판매한다길래 사러 왔다"며 "이번 도서전을 위해 20만 원을 따로 준비해놨다"고 했다.
출판사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2년마다 도서전에 참여하는 현암사는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생일잔치 부스'를 꾸몄다. 녹의홍상으로 곱게 한복을 입고 잔칫상을 차린 조미현 현암사 대표가 지나가는 관람객들에게 사진 촬영을 권했다. 그는 "특별하게 팔순 콘셉트로 입어봤다"며 "특별히 부스 크기(6개 면적)도 크게 마련했다"고 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문학과지성사도 도서관을 테마로 부스를 꾸미고 시집으로 벽을 세웠다.


구름 인파를 끌어 모은 부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과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무제였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김정숙 여사와 함께 평산책방 부스를 찾은 문 전 대통령은 서점 이름이 인쇄된 앞치마를 입고 20분쯤 머물렀다.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2023년 4월 경남 양산시에 문을 연 책방으로, 도서전에는 올해 처음 참여했다.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전부터 퇴임 후까지 직접 추천했던 도서 137종을 가져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해 "출판문화계 일원이 되어 대한민국 최고 책 축제에 부스를 배정받아 참여하고 시상식에도 함께하게 돼 뜻깊고 영광스럽다"며 "지난해 정부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예산 집행이 중단된 가운데서도 도서전이 독자들의 더 큰 성원으로 더욱 성황을 이룬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축사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열리는 도종환·안도현·박성우 시인의 북토크 '그대와 가장 가까운 시간, 시 낭송회'에도 자리한다.

박정민이 검정 마스크를 쓰고 현장을 지킨 무제 부스도 책 구입을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무제는 이날 행사 시작 2시간 만에 "현재 대기 100명 이상으로 구매 대기가 어렵다"고 공지했다. 김영사, 사회평론 등의 출판사들은 부스에서 책 속 문구가 인쇄된 용지를 직접 선택해 책갈피나 필사노트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도서전 운영권을 두고 출판업계의 갈등도 표출됐다.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9개 출판 사회단체 모임인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철호 한국출판문화협회 회장이 도서전을 공공의 이익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본인을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도서전의 의사결정 구조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로서 전체 지분의 70%를 차지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의 백지화, 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논의 기구 구성, 정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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