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진전없는 전남 AI 클러스터 조성
15조짜리 MOA, 두 달 뒤 휴지조각 우려
부지 가격과 추가 면적 확보 놓고 ‘교착’
새 정부 국정과제 반영 ‘분수령’될 듯

전라남도의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허브의 꿈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불과 두 달 뒤, 15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합의각서(MOA)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업 추진의 첫 단추격인 부지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사이, 경쟁 도시 울산에서는 이미 7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착공을 예고했다. AI 인프라 선점 경쟁이 '속도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전남도는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AI 클러스터 구축"
전남도는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 투자유치그룹 '스톡 팜 로드'(Stock Farm Road·SFR) 자회사인 퍼힐스(FIR HILLS), 솔라시도 시행사인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해남군과 함께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구축을 위한 MOA를 체결했다. 김영록 지사가 전남도 개도(開道) 이래 최대 규모 투자 유치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MOA에 직접 서명했다. 이는 미국 순방의 최대 성과로 평가된다.
협약에 따라 퍼힐스 등은 해남군 산이면 구성지구 솔라시도 일원 397만㎡(120만평)에 2028년까지 7조원, 2030년까지 8조원 등 총 15조원을 투자 유치해 세계 최대 규모인 3GW 이상의 AI슈퍼클러스터 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다. AI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센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이는 3GW 이상으로 미국 북버지니아의 2.5GW나 중국 베이징의 1.8GW를 훨씬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다.
◇'부지 문제'가 발목
하지만 본계약 협상 단계부터 심각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투자유치사인 퍼힐스는 부지를 최대한 싸게 구입하려고 하나 부지 소유권을 가진 시행사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는 최대한 비싸게 팔려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부지 추가 확보도 문제다. 전체 사업 부지 397만㎡ 중 곧바로 조성 가능한 부지는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지는 절토, 성토, 정지, 포장 등 대규모 개발행위가 여전히 필요하다. 퍼힐스 측은 198만㎡(60만평)에 달하는 부지를 개발해 달라고 서남해안개발㈜ 등에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8월 데드라인 임박
이런 사이, MOA에 명시된 '6개월 내 본계약 체결' 시한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상호합의에 따라 1차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 부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본계약은 불가능하고 프로젝트 전체가 무산될 수 있다.
투자사인 퍼힐스의 신뢰성 문제도 있다. 자금 조달 계획이 '글로벌 빅테크와 투자사 펀드레이징'이라는 원론적 수준에 그쳐 구체적인 자금 출처나 투자 주체가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퍼힐스 핵심 인물의 과거 투자 실패 이력까지 거론하며 이번 투자의 실현 가능성 자체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구원투수 될까
일말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해남 솔라시도에 AI 슈퍼클러스터 허브를 구축하고 필요한 전력을 서남해안의 풍력발전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재생에너지와 AI에 대한 적극 지원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같은 공약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반영된다면 전폭적인 지원에 힘 입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퍼힐스측도 투자 위험 부담을 덜게 되면서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석훈 전남도 정책기획관은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구축 사업은 향후 대한민국 AI, 디지털 경제의 심장을 짓는 일"이라며 "이번 사업이 국가정책사업으로 확정될 수 있도록 도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