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사라진 시내버스 안내양 부활?.."이번 정류장은 종합버스터미널입니다"….
정류소 도착 자동안내 시스템 미설치
공무원 84명 배치 승하차 ‘육성’ 안내
시민들 "하루빨리 문제 해결 기대"

"이번 정류장은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입니다."
18일 오전 7시 30분께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 앞 시내버스정류장. 출근길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인 가운데 '비상수송차량' 명찰을 단 한 남성이 시민들에게 손짓하며 버스 승차를 유도했다.
다름 아닌 광주시청 소속 공무원 A씨. 광주시는 시내버스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전세버스 탑승해 안내방송을 대신할 인력을 소속 공무원으로 대체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이날 하루 동안 버스 안내원으로 활동했다.
앞서 시는 각 부서별로 협의를 거쳐 버스 안내인력 1~2명씩 총 84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부서별로 하루씩 돌아가며 일일 버스안내원으로 봉사한다. 시내버스 노선에 긴급 투입된 전세버스에는 음성 승하차 안내 시스템 등이 설치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을 겪고 있어서다.
시는 노조 파업 열흘째인 이날부터 운행률이 급감하고 출·퇴근 시간 혼잡도가 높은 버스 14개 노선에 전세버스 42대를 투입했다.
A씨가 이날 담당할 버스노선은 송암31번이다. 그는 광천동터미널 시내버스 정거장에서 도착한 버스에 내려 시민들에게 차량 번호를 확인시키고 "시내버스 차량이 맞다"며 안심시켰다.
직장인 박윤지(29)씨는 "평소엔 버스 도착 시간을 앱으로 확인하고 나갔는데, 앱에 나오지 않아서 헷갈렸다"며 "버스에 동승한 공무원이 일일이 손짓하며 '여기 맞다'고 해주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버스벨과 안내방송이 시작되면서 사라진 '안내 방송원' 역할을 하는 공무원을 보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A씨는 탑승객이 승하차 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좋은 하루 되세요 이번 역은 화정 현대아파트입니다", "조심히 가세요" 등 멘트를 건네며 직접 도착 정류장을 안내했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던 시민 김현덕(37)씨는 "파업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공무원이 직접 동승해 정류장을 안내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했다"며 "많은 분들이 고생하지 않게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70~80년대 버스 안내원을 경험한 이문심(80)씨는 "오래만에 버스 안내원이 탑승해 하차하는 승강장을 안내 받은 것 같다"며 "안내양이 있던 옛 향수도 떠오르고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지만 시민들 불편이 가중된 만큼 하루빨리 시내버스가 정상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투입한 전세버스에 대해 크고 작은 혼선도 발생했다. 전세버스 외형이 일반 시내버스와 달라 처음 보는 시민들은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정말 타도 되는 건지 묻는 분이 상당히 많았다"며 "전세버스는 도착 안내 앱에 나오지 않으니 시민들이 불안해하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공무원들의 피로도 등을 감안해 이날까지만 버스 승하차 안내에 공무원을 투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