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약중독, 거버넌스 구축이 우선이다
마약중독은 단순한 범죄의 문제가 아닌 사회 총체적 주제다. 삶 전체를 송두리째 갉아먹는 중대한 질병인 탓이다. 중독에 빠진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길 바란다면 단속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본보가 연재하고 있는 마약류의 현실만 봐도 그렇다. 대검찰청이 최근 발간한 '2024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만7천611명에 달해 이미 23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남고 있다. 단속 시스템이 정교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사회 곳곳에서 마약의 그림자가 넓고 깊게 퍼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작 문제는 단속된 마약중독자가 2만3천 명을 넘었음에도 이들을 치료·재활시킬 수 있는 병상은 전국에 333개뿐이라는 점이다.
이 마저도 경기도의 경우 고작 35개 병상이 전부라는게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검찰·경찰·관세청 인력 800여 명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키며 강력한 단속에 나섰고 경기도에서만 5천800여 명이 마약사범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이 중 단 0.6%만이 병상에 들어갈 수 있는 현실과 이러한 병상이 지역적으로도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 7개 지정 치료기관 중 6곳이 남부에 몰려 있으며 북부 지역은 단 5개 병상만 운영 중이라는 현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더구나 여성 중독자 전용 병상은 아예 마련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료 의지를 가진 이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병상이 없으니 대기하거나, 그 사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독자 한 명을 돌보는 일이 알코올중독자 열 명을 상대하는 것과 맞먹는다는 의료현장의 절절한 호소는 곧 현장의 붕괴를 암시한다. 간호사, 상담사 등 중독 전문 인력의 확보와 처우 개선 없이는 제대로 된 치료는 시작조차 어렵다. 예산 문제로 수년째 병상 확충조차 중단된 상황은 중독 치료를 있으나 마나 한 정책으로 전락시킨다. 국가는 단속만큼 회복에도 책임이 있다. 단속과 처벌은 출발점일 뿐이며, 진정한 마약퇴치는 중독자를 끌어안고 다시 사회로 이끌어내는 데서 완성된다. 이를 위해선 지정 치료기관과 병상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지역 편중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정신의학, 약물치료,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통합된 전문센터를 전국적으로 설계해 중독자들이 입원부터 재활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마약류 중독을 질병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치료를 주도할 수 있는 중앙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경찰, 민간기관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로는 실질적 대응이 불가능하다. 특히 청소년·여성 중독자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 단기 입원이 아니라 장기적 추적·재활 프로그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