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사라지는 길목…혜택 축소·가격 상승에 수요 급감, 대도시 실용차 위기
“日처럼 실용차 유인 정책 필요”…경차 외면에 교통안전·도시환경까지 영향 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를 거듭해 2021년에는 9만8781대로 줄었다. 캐스퍼 출시 효과로 2022년에는 13만4294대로 반등했지만, 2023년에는 다시 12만4080대로 줄었고, 2024년에는 약 10만9600여 대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025년 1~5월 누적 등록 대수는 3만809대로, 2024년 같은 기간(4만6517대)보다 33.8% 급감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판매량은 7만 대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차는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 레이·레이 EV 등 3~4종에 불과하다. 경차는 길이 3600㎜ 이하, 너비 1600㎜ 이하, 높이 2000㎜ 이하, 배기량 1000cc 미만 차량을 말하며, 한때는 생애 첫 차이자 서민형 자가용으로 각광 받았다.
경차는 연비 효율, 운전 편의성 외에도 취득세 감면, 자동차세 경감, 유류세 환급, 보험료 할인, 공영주차장 50% 감면, 전용 주차구역 등의 혜택으로 꾸준한 수요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들 혜택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과거 차량가 1875만 원 이하 경차에 취득세 전액 면제가 적용됐지만, 현재는 1000만 원 이하만 면제되며 그 이상은 최대 75만 원까지만 감면된다. 유류세 환급은 연간 30만 원 한도로 유지되나, 경차 전용 카드 사용 조건과 2026년까지의 한시적 연장 제약이 따른다. 책임보험은 여전히 10% 할인이 적용되지만, 종합보험의 경우 일부 보험사에서 할인율이 낮아지는 추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상승에 대한 체감도도 높다. 캐스퍼와 레이 등 일부 경차는 옵션을 더하면 2000만 원대에 진입하며, 가격대가 겹치는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차를 저렴한 차로 보던 인식은 점차 흐려지고, 자동차를 '사회적 지위'나 '자산'으로 보는 경향은 경차 외면을 가속화하고 있다.
차량 대형화는 주차환경 문제로도 이어진다. 2000년대 이전 건축된 아파트 주차면은 대부분 폭 2.3m 이하로, 현대 중형 SUV(평균 폭 1.8m 이상)에 비해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 차량 문을 열다 옆 차를 긁는 '문콕' 사고도 잦고, 경차 전용 구획은 일반 차량보다 폭이 50cm, 길이는 1m가량 짧아 중대형 차량은 진입 자체가 어렵다.
대구시는 2022년 기준 주차장 확보율이 98.6%에 달해 전국 평균 수준에 근접했지만, 구도심이나 주거 밀집지역은 여전히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고 있다. 경북은 같은 해 90.7%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일부 시·군의 여건은 더 열악하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중소형 차량 위주의 주차 공간 설계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형 차량이 늘면 교통사고 위험과 주차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주차면 기준 상향과 더불어 실용차에 대한 정책적 유인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세제 감면과 등록 조건 완화를 통해 경차 점유율 40%를 유지하고 있다. 도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차고지 증명이 면제되며, 고령화·1인 가구 증가 속에서도 경차 수요가 견고한 편이다. 반면, 국토가 넓고 휘발유 가격이 낮은 미국은 픽업트럭과 대형 SUV가 주력 차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