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소수 야당' 할 결심
'尹 탄핵' 반대로 무능한 야당으로 전락
쇄신 없다면 10여 년 암흑기 각오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현재 여대야소 정국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10여 년 전 여의도에선 "일본 자민당처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장기 집권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바라보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2016년 총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친노·비노 계파 갈등에 빠져 지리멸렬했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안철수 의원과 텃밭 호남 의원들의 집단 탈당에 따른 국민의당 창당으로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민주당은 10년 동안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전연패 중이었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덕분에 '탄돌이'로 불린 초선 108명을 포함해 과반 의석(152석)을 얻은 이후 승리 기억이 없었다.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승부를 거둔 게 그나마 내세울 만한 성적이었다. 총 15개 의석이 걸린 '미니 총선'이었던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선 11석을 새누리당에 내줬다. 3개월 전 세월호 참사로 정부 심판론이 컸음에도 민주당은 텃밭(전남 순천)마저 뺏기며 참패했다. 민심이 야당을 버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민주당 난맥의 원인은 ①취약한 리더십 ②반복된 계파 갈등 ③정책 노선 및 전략 부재 등이었다. '선거 패배→비대위원회 구성→전당대회 개최'라는 악순환으로 반복됐다. 2004년 총선 이후 10년간 민주당 대표의 평균 임기는 6개월에 불과했다. 당직 배분과 공천 과정에서 지도부는 계파 챙기기에 바빴고, 비주류는 선거에서 질 때마다 지도부를 넘어뜨리는 게 일상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내건 무상급식 이후 별다른 어젠다를 생산하지 못했다. 정책과 전략이 없으니 정권 심판론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주어만 바꾼다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국민의힘 상황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 이후 국민의힘은 3년간 지도부 교체를 반복했다. 당원이 직접 뽑은 이준석 김기현 한동훈 대표는 각각 윤 전 대통령과 갈등, 2023년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윤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 등으로 조기 교체됐다. 그사이 수많은 비상대책위 체제를 거쳐 현재 30대 초선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선에서 드러난 대로 '반이재명'과 후보 단일화 외엔 전략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친윤계와 친한계는 차기 당권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 중이다.
국민의힘 상황은 10년 전 민주당보다 심각하다. 법치주의를 망가뜨린 대통령 탄핵 반대를 고수하며 당원이 선출한 대선후보를 지도부가 야밤에 갈아치우려 했다. 당원과 국민 앞에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이에 가장 책임이 큰 친윤계는 물밑 지원을 통해 대구·경북(TK) 출신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켰다. 민주주의와 보수 가치를 훼손한 세력이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며 차기 당권을 넘보고 있다. 국민의 시선보다 당권만 잡으면 된다는 친윤계와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된다는 영남 현역들의 이해를 우선한 결과다. 당내 기득권을 유지한 채 여권 실수만 기다리면 기회는 다시 온다는 심산일 것이다.
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서 12년 만에 전국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연승을 거둔 배경에는 진박 감별사 논란 등 여권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만 있었던 게 아니다. 당원 확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소통, 호남 및 중진 의원들의 험지 배치 등 개혁을 명분으로 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일부 저항과 부작용에도 새로움이 낡음을 대체하려는 부단한 시도가 있어야 쇄신이 가능하다. 그 첫 단추인 '탄핵의 강'조차 건너지 않으려는 국민의힘에 과분한 주문일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소수 야당' 할 결심이 선 듯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연패 수렁에서 벗어나는 데 걸린 12년보다 긴 암흑기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김회경 논설위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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