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계속 오르는데 왜 불안하지"… 코스피 3000이후 투자 전략은?
상승해도 불안… 코스피 하락에 베팅
상법개정 등 주식 활성화정책 기대감
증권가, 중동리스크 속 흐름 견조 전망

'꼴찌의 대명사'였던 한화이글스가 최근 1위 자리에 오르자 팬들이 고산병을 호소했다. 익숙하지 않은 너무 높은 곳에 있다보니 어지럼증과 함께 언제 내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일종의 '인터넷유행'(밈·meme)이다.
요즘 한화 팬과 함께 고산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다. 코스피 투자자다. 그동안 "잘 나가는 미국주식을 두고 코스피 투자하는 사람이 있어?"라는 조롱을 그대로 되갚아 줄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3년도 넘어 찾아온 '코스피 3000'이라는 숫자에 마냥 웃기 어려운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주일(11~18일)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나타났다. 코스피200 선물지수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는 일주일 동안 이 상품을 1587억원어치 사들였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ETF 'KODEX 200'의 순매수 금액 651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향후 코스피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단순히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인버스도 360억원 순매수로 상위 4위에 위치했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승에 환호하면서도,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6개월간 전 세계 주요 증시와 비교해 보면 코스피는 '나홀로 급등'을 이어왔다. 지난해 12월 17일 2480대였던 코스피는 이제 30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미국 S&P500와 일본 닛케이는 1% 이상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3% 가까이 내려왔다. 대만 가권지수 하락률은 4%가 넘는다.
모든 지수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급락한 뒤 회복세에 접어드는 모양새를 동일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코스피만 홀로 이를 모두 회복하고도 급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 3일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코스피의 상승폭은 더 가팔라졌다. 코스피의 최근 1개월 상승률은 14%에 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증시 부양을 강조했고, 당선 후 상법 개정과 배당 분리과세 등을 강조하며 길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해소 기대감도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식을 팔던 외국인 투자자도 돌아오며 지수 상승을 부추겼다.
증권가에서도 코스피 상승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코스피 상단이 3000을 넘어서고, 아예 상단을 완전히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박석현 우리은행 연구원은 "코스피의 글로벌 대비 수익률 호조가 뚜렷한 이유는 대외보다 대내에서 찾아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새정부 출범에 따른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완성됐고, 이재명 정부의 시장친화정 정책 도입 기대를 대표적인 대내 요인으로 꼽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낙관론과 한국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신정부 출범과 정책에 따른 유동성 창출 기대감이 코스피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4월 초 이후 코스피 주당순이익 증분 효과는 2.3%포인트에 그친 반면 밸류에이션 상승 효과는 19.2%포인트였다"며 "현재는 정책 기대에 따른 유동성 랠리 구간이므로 지수 상단을 제한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감이 점차 줄어들면서 하반기에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경제지표는 이달까지 큰 문제를 겪고 있지 않지만, 3분기부터는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의 지표 약화가 서베이 중심이었다면, 점차 실물에 영향을 주면서 본격적인 모멘텀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영향력이 발생하는 구간이 주식시장의 첫 번째 상승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LS증권 정다운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3200으로 높였다. 최근 불거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전 가능성이 높아 강력한 상승 모멘텀에 단기적인 제동이 걸릴 수 있고,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지만 오히려 주가 조정기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 연구원은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본다"며 "이는 이제 시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책이 가시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을 고려하면 지수 하락시 순매수 강도가 높아 하방 경직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서면 주식을 현금화한 뒤 대기하는 전략을 추천하는 곳도 있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3000을 상회할 수도 있지만, 이는 주식을 현금화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포모'(소외공포심리)를 느끼며 주식시장에 진입하고, 특정 대형 종목에 쏠림이 나타나며 주가지수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 신용잔고가 증가한 종목은 카카오와 현대로템, 한전기술, 한화오션 등이다.
현재 고객예탁금이 2022년 4월 이후 최대를 기록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말라 간다고 보긴 어렵지만, 추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뒤 장기금리가 반등했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신중해진 점을 들며 유동성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6월 코스피 상승 동력은 유동성인데, 실적 장세는 마진율이 꺾이면서 끝나고 유동성 장세는 주식 공급이 증가하며 끝난다"며 "지금은 증거들을 기다리며 시장을 지켜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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