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예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틈만나면' [예능 뜯어보기]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2025. 6. 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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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사진=SBS

"이게 시즌3까지 갈 프로그램이야?"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SBS 화요 예능 프로그램 '틈만나면'의 첫 회에서 게스트 차승원이 유재석과 유연석에게 던진 이 농담 섞인 질문은 되레 이 프로그램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보여준다. 대부분의 지상파 예능이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현실 속에서 '틈만나면'은 시즌제 예능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증명한 몇 안 되는 사례다.

'틈만나면'은 일상의 틈새 시간을 공략해 행운을 선사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시즌3 첫 방송은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전국 4.1%·수도권 4.5%, 닐슨코리아 제공)을 기록했으며, 2049 타깃 시청률에서도 꾸준한 강세를 보였다. 이는 자극보다는 디테일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젊은 시청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반영한 결과다.

사진=SBS

이번 시즌의 전략적 변화가 눈에 띈다. 방송 시간을 오후 10시대에서 9시대로 당기고, 방송 분량은 약 30분 줄였다. 덕분에 핵심 재미 요소를 압축해 속도감과 몰입도를 높였고, 회차별 하이라이트를 클립 영상으로 재가공하며 멀티 플랫폼 확산 전략도 강화했다. 예능이 본방송만으로 소비되지 않는 시대적 흐름을 영리하게 반영한 것이다.

세 번째 시즌까지 이어진 유재석과 유연석의 진행 호흡은 더욱 견고해졌다. 단순한 적응 단계를 넘어 서로의 장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율하는 진짜 파트너십으로 발전했다. 유재석은 언제나처럼 상황을 유연하게 통제하며 중심을 잡고, 유연석은 안정적인 진행에 뜻밖의 개그감까지 더해 MC로서의 존재감을 키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온도감을 조화롭게 버무리며 사연 신청자의 틈새 시간에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끼어든다.

이 프로그램의 진짜 묘미는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서사'에 있다. 시청자가 자신의 일과를 공유해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을 하면, 그 일상 틈새에 출연진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함께 게임을 펼친다. 게임 결과에 따라 출연진이 신청자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구조는 마치 한 편의 짧은 드라마처럼 감정을 이끌어내며 시청자를 서사의 제3의 인물로 끌어들인다.

사진=SBS

게스트 전략도 흥미롭다. MC들과 친분 있는 인물부터 홍보 목적의 출연자까지 출연 배경은 다양하지만, 신청자를 만나러 가는 동안 이뤄지는 유재석·유연석과의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모두가 경계를 허문다. 신청자와 만난 후 출연진은 마치 소원을 이뤄주는 지니처럼 진심을 다해 임한다. 언뜻 가벼운 흐름으로 비치지만, 그 안에 깃든 반전의 진정성이 또 하나의 재미를 만든다.

시즌제 운영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하다. 신청자와의 가벼운 대화 후 이어지는 3단계 게임 도전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시즌마다 세부 규칙과 장치를 유연하게 변경하며 신선함을 더한다. 특히 10회의 기회 안에 미션을 완수해야 하고, 실패 시 모든 상품이 사라지는 긴장감 있는 구조는 매회 몰입도를 유지하게 만든다. 지난 시즌부터 도입된 '보너스 쿠폰' 제도도 전략적 재미를 높인다. 이처럼 구성과 룰을 다듬고 방송 시간과 분량을 시청자 피드백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은 시즌제 예능의 이상적인 운영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에게 재정비의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사진=SBS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포맷의 반복성이 누적되면 장기적으로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출연진의 매력에 의존하는 구조는 강력한 게스트를 확보하지 못 할 경우 프로그램 동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즌제 예능이 지속 가능하려면,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본질적인 재미와 균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수받을 때 마침표를 찍기란 쉽지 않다'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장기 방영 구조에서 '틈만나면'은 시즌 단위 콘텐츠 전략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한국 예능이 글로벌 포맷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화요일 밤 9시라는 시간대에도 존재감을 입증한 '틈만나면'의 행보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성과를 넘어 예능이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되고 있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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