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국립공원 탐방문화, ‘정복’에서 ‘향유’로 전환할 때

2025. 6. 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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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국립공원 선재길에서 지난 6월 7일 열린 걷기대회에서 숲길을 걸었다.

지난해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4065만명.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Leave No Trace(흔적 남기지 않기)' 원칙을 통해 쓰레기 되가져가기, 야생동물 존중, 탐방로 이탈 금지 등을 탐방객이 스스로 실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국립공원을 아끼고, 이해하며, 공존하는 탐방문화에 동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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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국립공원 선재길에서 지난 6월 7일 열린 걷기대회에서 숲길을 걸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계곡과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바람결에 실려 오는 새소리는 바쁜 일상에 깊은 쉼을 선사했다. 천천히 걷고, 바라보는 그 시간 속에서 국립공원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돼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정상을 향해 빠르게 오르는 산행과는 또 다른 가치였다.

지난해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4065만명. 국민 대부분이 해마다 한 번 이상 국립공원을 찾은 셈이다. 오는 2030년에는 5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공원이 단지 ‘보호받는 자연’을 넘어, 일상 속 쉼터이자 정서의 터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탐방 양상의 변화는 새로운 과제를 안기고 있다. SNS 인증을 위한 특정 명소 집중, 탐방로 이탈, 라면 취사 등 비정상적 이용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대중적인 탐방 방식이었던 ‘정상 정복형’ 산행문화는 생태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탐방문화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보다, 여정 속에서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알아가는 경험이 국립공원이 주는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국립공원공단도 이런 변화를 적극 뒷받침하며, 책임감을 갖고 정책과 현장에서 균형 잡힌 실천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런 변화는 국립공원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Leave No Trace(흔적 남기지 않기)’ 원칙을 통해 쓰레기 되가져가기, 야생동물 존중, 탐방로 이탈 금지 등을 탐방객이 스스로 실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도 품격 있는 탐방문화를 실천해 왔다. 조선시대 유학자 남명 조식은 1558년 지리산 유람기를 남기며 사전 여정 계획과 감상의 기록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표현했다. 이는 단순한 등산이 아닌, 공간에 대한 깊은 사유와 존중의 표현이었다.

공단은 현재 탐방문화 전환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추진 중이다. ‘착한탐방 인증제’를 통해 정해진 탐방로 이용, 쓰레기 되가져가기 등 자발적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또 오대산 북대미륵암 탐방로 조성 사업과 설악산 백담사 구간 정비사업이 진행 중으로 향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걷기 좋은 길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가족이 함께 머무르고, 자연을 천천히 즐길 수 있도록 저지대 중심의 탐방 기반 시설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다.

탐방문화의 변화는 제도나 시설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이를 실천하고 지속시킬 주체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다. 이제는 “자연을 보호하자”는 구호를 넘어, 자연을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실천, 생태계를 이해하려는 태도, 동식물을 존중하는 마음이 모두 자연과의 공존으로 이어진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월리스 스테그너는 “국립공원은 미국이 낳은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도 국립공원은 단지 우수경관을 갖춘 휴양공간이 아닌, 국민이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자연유산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국립공원을 아끼고, 이해하며, 공존하는 탐방문화에 동참하길 바란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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