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안착 위해서는 처벌보다 예방 초점 둬야…전문성 갖춘 산안감독관 양성 필수”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연
“안전보건, 기업경영 중심 의제 돼야”
“전문성 갖춘 산업안전감독관 양성 제도 필요”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후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관리자 스스로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조치 등 적절한 예방조치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중대재해예방정책의 방향과 위험성평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전 교수는 강원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화학물질평가 실무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전 교수는 과거 1947년에 발생한 탄광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 영국 국립석탄국(NCB)에 대한 판례를 소개하며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안전보건조치(As Low As Reasonably Practicable)’를 통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당시 탄광 노동자인 에드워드는 갱도 내부에서 무너진 갱목에 깔려 사망했다. 해당 구간의 지주는 정기점검 대상이 아니었고, 추가적인 보강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요 쟁점은 해당 구간에 지주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기존 지주를 보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조치였는가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위험의 크기와 해당 위험을 회피하거나 줄이기 위한 조치에 드는 비용과 시간, 노력 간의 비례성 판단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이 판례는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의 의미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중처법은 단순히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한다’는 공포의 법이 아니다”며 “적절한 예방조치를 통해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중처법의 본질이 있다”고 봤다.
그는 “위험을 생산하는 자가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단순한 관리자의 처벌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물론 ‘위험성 평가’를 경영자의 핵심 의무로 정해 사업자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 적절한 예방조치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최근 부산지방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중처법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제청한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항소4-3부(부장판사 김도균)는 지난 3월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원청업체 대표 A씨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인용했다. 중처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중처법의 위헌성 논란과 관련 전 교수는 “중처법의 기본 철학이나 작동 방식에 대한 오해에 기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처법의 경우 죄질의 경중이나 책임, 비난 가능성을 살펴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 만큼 ‘법정형이 너무 높아서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처법에 관해) 가장 큰 오해는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라는 문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재해를 예방하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라는 것”이라며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하위 법령에서 자세히 규정돼 있다. 중처법 작동 방식의 근간이 되는 ‘위험성평가’에 대해 재판부의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중처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과제로 ▷비례성에 기초한 안전보건체계 수립의 허용 ▷수사단계에서 불기소와 기소의 통일적 기준 정립 ▷유능한 전문 감독관의 양성 등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중대재해 관련 위험성평가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전문성의 부재’”라며 “서구 선진국의 경우 산업안전감독관 자리에 일반 공무원을 순환 배치하는 방식이 아닌 전문가 인력을 배치하며, 전문가인 이들이 하는 행정처분의 재량 상당 부분은 존중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수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체계와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위험성평가의 적정 정도를 판단해 줄 수 있는 유능한 감독관 양성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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