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기’ 배달수수료에 ‘시름’ 앓는 제주 소상공인들

"짜장면 시키신 분~!" 가게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음식을 주문해 먹던 시절은 갔다. 현관 앞에서 철가방을 열어 갓 만든 음식을 하나씩 꺼내던 장면도 옛 추억이 됐다.
음식을 배달하는 가게라면 으레 붙어있던 '신속배달'도 요즘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식되면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 자리에는 '배민', '쿠팡', '요기요' 같은 배달앱 스티커가 붙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떠오른 민간 배달앱은 단군으로 시작되는 한민족의 정서 '배달민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고 한순간에 우리나라 외식문화를 뒤집어 놨다. 전화 대신 터치 몇 번만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획기적인 서비스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배달 중개서비스 시장은 요기요와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가 생겨나며 열띤 추격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정작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소상공인들은 소외됐다. 되려 늘어나는 중개서비스 수수료 부담만 짊어지게 됐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외식점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점주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배달앱 수수료'였다. 다음으로 세금과 식재료비, 공과금, 인건비, 임차료 순이었다. 또 절반가량은 배달앱 수수료 때문에 판매가를 높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제주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거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배달앱은 어느새 '한집배달'까지 가능한 자체 시스템이 도입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상공인 부담이 늘자 제주도는 기존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를 대체하기 위해 민관협력형 공공 배달앱 '먹깨비'를 내놨다.
공공 배달앱은 저렴한 중개수수료와 지역화폐로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본을 내세운 민간 배달앱에 밀려 시장경쟁에 제대로 합류하지 못했다.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낮고 계속해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여파가 소비자에게까지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먹깨비에 입점한 제주시 모 치킨 프랜차이즈는 배달앱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먹깨비에서 2만3000원인 치킨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는 2만6000원으로 팔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메뉴인 '후라이드 치킨'의 가격 차이는 4000원에 달했다. 공공 배달앱에서 2만원인 치킨이 민간 배달앱으로 주문할 경우 2만4000원이 된 것이다. 이는 결국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와 배달비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증거다.
공공 배달앱인 먹깨비의 경우 배달플랫폼 최저 수수료 1.5%, 입점비·월사용료·광고비 무료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하지만 공공 배달앱은 가맹점이 많지 않아 이용자가 적고, 이를 늘리기 위해 막대한 지자체 예산이 투입된다는 문제가 따른다.
그래서 결국 소상공인들은 수수료가 높은 민간 배달앱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다. 어찌 됐든 주문이 들어와야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는 결과가 된다.
관련해 서귀포시에서는 배달대행사 연합이 민간 배달앱 주문에 대한 배달 대행 중단(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 주도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통해 수수료를 내린다면서 기본 배달료를 높이는 등 민간 배달앱이 사실상 인하 의미가 없어지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이유다.
이들은 "독점과 다름 없는 배달앱이 가맹점을 우롱하는 행태로 순이익을 더 낮게 만들고 음식가격 인상 및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나마 제주에서는 한 해 예산이 상반기 모두 소진될 정도로 공공 배달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먹깨비 주문 건수는 6만2500건을 넘겼다. 가맹점도 늘어 도내 2만여 외식 업체 중 20% 정도가 참여 중이다. 하지만 철가방에 드리운 그늘이 걷히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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