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보다 '언론개혁'…뉴스민이 만난 TK 시민들

윤유경 기자 2025. 6. 18. 07: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 '광장: TK리부트' 시민 41명 심층인터뷰
언론개혁 강조한 시민들, 내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변해야 할 과제로 꼽혀
이상원 편집장 "언론의 노력, 시민들의 고민 촉진할 사회 전반 노력 필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뉴스민 '광장: TK리부트' 인터뷰에 응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사진=뉴스민 제공.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이 12·3 비상계엄 이후 매주 지역 곳곳 광장에 섰던 시민 41명을 만났다. 뉴스민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지역의 문제, 내란 극복 대책을 물었고, 이는 기획기사 '광장: TK리부트'로 완성됐다. 광장의 힘으로 대구·경북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지, 즉 'TK리부트'가 가능할 지를 광장 시민의 목소리로 풀어낸 기사다.

뉴스민이 만난 시민들은 특히 언론보도를 내란의 배경 중 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내란 이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로도 '검찰개혁'보다 '언론개혁'을 말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약 3배 더 많았다. 시민들은 언론개혁의 방향으로 상업성과 정파성에서 벗어난 지역 독립언론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도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17일 오전 이상원 뉴스민 편집장과 통화에서 '광장: TK리부트' 기획에 대해 물었다. 이 편집장은 기획 취재로 “위기를 통해 고민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개혁의 성공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언론의 노력과 시민들의 고민을 더 촉진할 수 있는 정치권,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 국면 '지역언론이 할 수 있는 보도'

기획은 조기 대선 국면 '지역언론이 할 수 있는 보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중앙정치에서 대다수 이슈가 발생하는 선거 국면에서 매번 지역언론이 직면해 온 한계를 벗어나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고민이다. 이상원 편집장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후보자들이 지역에 오면 현장 유세를 팔로우하는 정도다. 그 외에는 특별히 의제, 공약 관련해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내란 국면에서 벌어진 조기 대선이니까 광장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고, 그 의견을 받아 안는 후보가 누구인지 말하는 기획이 필요했다. 동시에 대구·경북의 정치·사회적 변화도 짚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역의 독립언론으로서 시민들 곁에 가까이 있어 온 뉴스민 기자들은 역시 시민들에게서 답을 찾기로 했다. 최소 40명의 광장 시민을 만나보자는 목표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뉴스민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부터 매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시국대회를 생중계하며 이미 광장의 시민들과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탄핵 국면 시국대회 차원의 토론회 패널로 참석하거나 함께 모임을 기획하면서도 시민들과 호흡했다. 2030 여성이 많은 광장이었던 만큼 이들을 우선적으로 상당수 섭외했지만, 다양한 세대와 성별, 연령, 활동 영역, 지역 등을 고려해 추가로 섭외하려 노력했다. 뉴스민이 대구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경북지역의 경우에도 북부권·동부권·서남권 등 권역별로 분배해 섭외했다.

▲ 뉴스민 '광장: TK 리부트' 연재.뉴스민은 인터뷰 내용을 종합 분석한 기사 8개에 더해 41명 시민의 인터뷰를 하나씩 개별 기사로 풀어냈다. 뉴스민 홈페이지 갈무리.

4월 중순부터 약 20일 간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처음 잡아놓은 기획 방향이 바뀌기도 했다. 본래 '민주주의', '노동', '다양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반복될 거라고 예상해 이에 맞는 지역의 상징적 인물을 소개하고 광장과 연결시킬 계획이었으나, 인터뷰 결과 더 구체적인 대답이 쏟아졌다. 이 편집장은 “단순히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가 아닌, 왜 민주주의가 망가졌는지, 윤석열'들'을 만들어낸 사회 구조의 문제점 등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왔다”며 “기획 전체 제목도 바꾸고 기사를 소화하는 방식도 바꿨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전해준 진심에, 뉴스민은 본래 계획과 달리 인터뷰 내용을 종합 분석한 기사 8개에 더해 41명 시민의 인터뷰를 하나씩 개별 기사로 풀어냈다.

기획은 지난달 28일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문을 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의 원인을 묻자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역사'를 언급한 대다수 시민들의 생각을 분석한 기사다. 특히 다수의 시민들은 '대구·경북이 내란 사태에 특별히 더 기여한 게 있는 것 같으냐'는 물음에 박정희를 소환했다.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상황에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구조적 배경에는 박정희로부터 시작된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와 지역주의, '공포형 보수주의'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은 내란의 계보를 끊어내려면 출발점인 박정희부터 청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편집장은 “시민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까지 이야기하며 과거 청산되지 못한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줬다”며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세계관으로 현재의 상황을 해석해서 말해주니까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기획은 뒤이어 또 다른 '윤석열'들을 만들어 낼 기득권 카르텔과 혐오적 분열, 정치·사회 제도적 한계를 짚었고, 깊어진 혐오 사회, 양당체제 문제와 내란 청산 과제 등을 분석했다. 마지막 기사에서는 각 과제를 해결하고 만들어야 할 민주주의 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기획을 마무리지었다.

검찰개혁보다 언론개혁 꼽은 시민들

이 편집장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41명의 시민 중 다수가 먼저 '언론' 이야기를 한 점을 꼽았다. '내란 이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언론, 미디어 개혁 등을 키워드로 답한 시민은 41명 중 14명이었다. 언론개혁은 내란 청산과 정치제도 및 선거제도 개혁 다음으로 많은 시민이 화두로 꼽았고, 검찰개혁을 말한 시민들보다 언론개혁을 말한 시민들이 약 3배 더 많았다. 언론은 내란의 배경으로도, 내란 이후 더 심각해질 사회 문제로도, 내란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변화돼야 할 과제로도 선정됐다.

▲ 뉴스민 '광장: TK리부트,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보도화면 갈무리.

이 편집장은 “언론 관련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내란 국면을 넘어오면서 사회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기자로서 언론계 자체가 문제라고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또 한 번 언론의 민낯이 드러난 게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뉴스민이 만난 시민들은 언론이 내란 사태 이후 탄핵에 이르기까지 123일 동안 “가짜뉴스”, “편향보도”, “받아쓰기 보도”, “왜곡”, “기계적 중립” 등으로 내란의 진상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내란이 더 빨리 종식되지 못했고, 갈등과 사회적 분열이 확대됐다는 비판이다. 가령 송미정(53, 대구)씨는 “언론이 편향적으로 하나만 이야기 하니까 우리가 선택할 수가 없다”며 “1번당은 1번만 믿게 되고, 2번당은 2번만 믿고 따라가게 된다. 1번과 2번 간에 소통도 안 된다. 언론이 설명을 해주지 않고 그들의 의견을 그냥 실어준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이 편집장은 “시민들이 정확하게 언론에 대한 개념이나 학습된 용어를 알고 표현하는 게 아닌데, 오히려 그래서 더 이들의 표현이 와닿았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언론개혁을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등 언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아무리 건강한 생각을 갖더라도 생존 문제가 클 수 있다. 그런 지배 구조 속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회사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언론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꼽은 시민도 있었다. 상업성과 정파성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뉴스민과 같은 지역 독립언론의 자생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고민하는 시민 늘어날수록 개혁의 성공 가능성 커져”

뉴스민은 기획보도에서 나아가 'TK 리부트: 광장의 미래' 기획 강연을 앞두고 있다. 내란 이후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지역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의 자리다. 이 편집장은 정파성, 상업성 등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언론과 시민들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편집장은 “언론계에서 정파성과 상업성을 극복하는 데 언론만의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다. 이런 말을 해주는 시민들이 늘어날수록 극복하는 개혁의 노력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기획 취재를 하며) 위기를 통해 고민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개혁의 성공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 지난 2월1일 제17차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대구 도심가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민 제공.

김보현 뉴스민 기자는 뉴스레터를 통해 이번 취재를 하며 “선거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21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은 사람(대구 23.22%, 경북 25.52%), 민주노동당 후보(대구 0.76%. 경북 0.8%)를 찍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TK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과제를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며 “선거 결과만 놓고 대구경북을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있다. 보수정당의 전략이면서 지역 안팎의 간편한 혐오다. 이걸 깨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야 하고, 이는 뉴스민의 과제”라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