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기억과 치유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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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은 1920년대 미국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한 소설 '재즈'에서 재즈의 형식을 빌려 흑인 공동체의 이주 역사를 기술했다.
영화는 블루스를 통해 흑인 공동체의 역사는 물론, 음악이 어떻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할 수 있는지, 더불어 역사가 어떻게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열린 미래일 수 있는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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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은 1920년대 미국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한 소설 ‘재즈’에서 재즈의 형식을 빌려 흑인 공동체의 이주 역사를 기술했다. “나는 그 음악의 지성, 관능성, 무질서, 다시 말해 그것의 역사, 범위, 그리고 현대성이 현현될 작품을 원했다”는 작가의 말은 영화 ‘씨너스 : 죄인들’에도 적용될 만하다. ‘씨너스 : 죄인들’에서 그 음악은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로 시작된 블루스다. 영화는 블루스를 통해 흑인 공동체의 역사는 물론, 음악이 어떻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할 수 있는지, 더불어 역사가 어떻게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열린 미래일 수 있는지 제시한다.
‘금주법’과 ‘짐 크로법’(1876∼1965년 시행된 흑인·백인 분리 법률)이 유효했던 1932년, 시카고 갱단에 몸담았던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이 고향 미시시피로 돌아온다. 형제는 흑인들을 위한 술집 ‘주크 조인트’를 열 계획이다. 블루스 뮤지션이 꿈인 젊은 사촌 새미(마일스 케이턴), 후두교 주술사인 스모크의 아내 애니, 한때 블루스 뮤지션이던 델타 슬림, 중국계 미국인 부부 보와 그레이스 등이 개업을 돕는다. 개업 당일, 새미의 노래가 시작되자 주점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술적 공간으로 변모한다. 새미의 블루스는 뱀파이어들까지 매혹시킨다. “전설에 따르면, 진실된 음악으로 생과 사의 경계를 허무는 이들이 있다. 이 재능은 공동체를 치유하는 힘이 있지만 악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영화 초반의 내레이션처럼 새미의 음악은 악을 깨운다. 스택과 스모크는 뱀파이어 레믹(잭 오코넬) 일행을 막아 세우지만 주점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범죄영화인 듯했다가 음악영화인 듯했다가 호러물로 변신하는 장르 혼합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도발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흑인 공동체를 공격하는 뱀파이어라는 설정과 예측을 불허하는 결말이다. 타인의 피로 영생을 누리는 백인 뱀파이어들은 새미의 재능에 혹해 흑인 공동체 잠입을 시도하고, 해방을 핑계로 공동체를 파괴시킨다. 흑인들을 착취해온 백인들의 역사가 겹치는 대목이다. 이어 화끈한 복수와 끈끈한 연대와 어제와 다른 오늘에 대한 희망의 서사는 쿨한 장르적 터치로 표현된다. 음악이 지닌 기억과 치유의 힘을 느끼게 하는 영화로, ‘블랙 팬서’ 시리즈를 만든 라이언 쿠글러 감독 작품이다.

이주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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