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려식물 시대, 나무 한그루 키워보자

관리자 2025. 6.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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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이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고, 관련 산업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파트보다 마당 있는 집에 거주하던 우리 조상들은 나무 한그루를 단순한 식물이 아닌 삶의 동반자처럼 대하며 지냈다.

하지만 모든 나무가 집 안에 심어진 것은 아니었다.

화분 하나를 들여 작은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은 놀라울 만큼 따뜻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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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이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고, 관련 산업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작은 화분 하나라도 키우는 삶이 많아진 요즘,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을 가까이 두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며, 식물은 정서적 교감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파트보다 마당 있는 집에 거주하던 우리 조상들은 나무 한그루를 단순한 식물이 아닌 삶의 동반자처럼 대하며 지냈다. 예를 들어,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는 풍습이 있었는데 겉으로는 시집 보낼 때 장롱을 만들기 위함이라 했지만, 오동나무가 20년 만에 재목으로 쓰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는 봉황이 오동나무에 깃들인다는 전설에 기대어 집안에 복을 불러들이고 좋은 기운이 머물기를 바라는 상징적 염원이 담겨 있었다.

능소화는 임금이 다시 찾아주기를 바라는 여인의 절절한 기다림이 담긴 나무다. 양반가에서는 딸이 중전으로 간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능소화를 정원에 심었지만, 평민이 능소화를 집 안에 심으면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기도 했다고 한다. 언감생심, 중전이 되겠다는 뜻을 품었다는 죄명이 붙었던 것이다. 이처럼 조상들이 심은 식물은 신분제 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희망과 한계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자귀나무는 아까시나무처럼 좌우 잎이 서로 마주보며 낮에는 잎을 열어 햇빛을 모으고, 저녁이면 두 잎을 맞대어 증산을 막는다. 이를 보고 부부가 밤에 서로 합쳐 잠을 자는 모습을 떠올려 합화수(合和樹),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부부 금실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당 한쪽에 즐겨 심었던 나무다.

하지만 모든 나무가 집 안에 심어진 것은 아니었다. 부잣집에 게으른 나무가 있으면 하인도 게을러진다는 속설에 따라 대추나무와 감나무는 피했고, 복숭아나무는 죽은 조상의 혼이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하여 울타리 안에 들이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행(杏)’ 자가 입에 나무를 심는 모양이라 입이 마르면 재물이 마른다는 이유로 꺼렸고, 느티나무와 팽나무처럼 크게 자라는 나무들은 뿌리가 집을 들어 올릴까 걱정돼 기피하곤 했다.

조상들은 나무를 심을 때 좋은 뜻을 담고, 심지 않을 때는 나쁜 이유를 지어내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 했다. 그래서일까. 수백년을 견뎌온 나무를 바라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겸허한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누워 자라는 나무에게선 지형의 불리함을 감내하는 인내를, 반으로 쪼개지고도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에게선 강인한 생명력을 배운다.

올해엔 자투리땅에 반려나무 한그루를 심어보면 어떨까. 꼭 텃밭이 아니어도 괜찮다. 화분 하나를 들여 작은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은 놀라울 만큼 따뜻해질 수 있다. 작은 화분 하나가 집 안의 공기를 바꾸고, 마음의 여백을 채우며, 일상의 리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식물과 함께하는 삶은 분명 새로운 행복의 시작이 될 것이다.

물론 반려식물이 언제나 즐거움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병들거나 시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도 같이 아프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조차도 귀한 이유는, 우리가 생명을 돌보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식물은 말이 없지만, 우리 삶을 더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조용한 친구가 돼준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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