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힐링속으로-경북을 걷다] 70. 포항 송도솔밭-송도해수욕장

바둑은 특히 우리 인생길도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평생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끊임없이 활로를 찾는 바둑과 닮았다. 또한 흑과 백이 공존해야 성립할 수 있는 바둑은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조화와 상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한편,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길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다. 농경시대에는 농사를 짓는 데에 필요한 물을 대는 '논·밭의 물길(관개수로·灌漑水路)'이 중요했다면, 경제 발전시대에는 경부고속도로로 대표되는 산업화를 위한 '물류·효율성의 길'을 최우선으로 뒀다.
요즘은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도심 속 숲길, 도시숲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도시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높아져 가는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시대적인 화두인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과거에는 여름 최고의 여행지로 사랑받던 해수욕장 역시 백사장을 걷는 맨발걷기 길로 변모하며 사시사철 발걸음이 이어진다.
맨발걷기가 건강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그린웨이(Green Way)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포항시는 '맨발로(路)'를 40선까지 늘려가며 걷는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송도에는 도심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과 아름드리 도시숲 송도솔밭이 포함됐다. 백사송림(白砂松林)의 휴양지이자 시민 휴식처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두 길을 걸어보았다.

추억의 소풍 장소에서 이제는 편안한 산책로이자 힐링 공간으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송도솔밭도시숲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0년께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소를 먹이면서 해풍에 강한 측백나무와 해송을 조금씩 조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18년 오우치지로(大內次郞)가 방풍림으로 본격 조성한 인공림이 울창해져, 1929년 어부보안림(魚付保安林)으로 지정됐고, 광복 이후 더 많은 나무를 심어 포항을 대표하는 방풍림이 됐다.
이후 부침이 있었지만, 2016년 송림테마거리에 이어 2018년에 '송도솔밭도시숲'을 포항시가 조성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바닷바람을 막고 어부에게 이로운 숲을 넘어 도시의 허파이자 시민의 정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해송 등 3만4000여 본이 빼곡한 솔밭은 32㏊에 이르며, 송도해변을 끼고 송도동 남북을 크게 가로지른다. 또한 2020년부터 심은 10만 본의 맥문동은 8~9월께 보랏빛 양탄자처럼 숲을 수놓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넉넉한 주차장과 다양한 운동기구, 세대별 맞춤 편의시설은 남녀노소 발길을 자연스레 이끌기 충분하다.

솔밭은 둘레길, 유아숲체험원, 물빛누리공연장, 체육시설 등을 두루 갖췄다. 최근에는 숲 산책로 1.5㎞에 마사토·황토를 포장한 맨발로까지 조성하면서 연간 50만 명이 찾고 있다. 인근에는 솔파랑벽화거리, 송림장미테마거리, 송도송림근린공원 등이 있어 유년기 향수와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고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여기에 가족행복센터, 송림노인복지관, 송도국민체육센터까지 주변에 연이어 둥지를 틀었고,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숲을 공연장 삼아 열린다. 시민 여가와 건강 증진은 물론 복지 서비스와 체육 활동까지 폭넓게 지원하며 솔숲을 기반으로 한 문화가 울창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낮에도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한 숲에 들어서면 시원한 나무 그늘과 푹신한 솔가지가 반긴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녹색 터널을 지나면 몸과 마음은 시원해진다. 다양한 운동기구를 선물 삼아 걷기운동에 최적화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시름과 걱정은 덜고 한결 가벼워지며 에너지를 얻는다.
'맨발걷기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송도솔숲에 바로 맨발학교 포항지회가 있고, 오는 6월 22일에는 '제3회 대한민국 맨발걷기 축제'가 열려 전국의 '맨발의 청춘' 건각들의 발자국(footprint)을 새기게 된다.

송도해수욕장은 포항이 읍으로 승격되던 1931년 정식으로 해수욕장으로 개장되면서 '백사송림의 휴양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송도해수욕장은 폐장 18년 만에 올 여름 재개장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송도해변의 재생을 촉진시켰다. 2010년대 해안도로가 개통되면서 낡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한 카페 거리가 생기고, 조개구이와 치킨가게 등이 늘어난 '맛집 로드'로 젊은이들이 찾아 활기를 한 층 되찾았다.
시원한 바다 바람과 포스코 야경을 배경으로 휴식과 충전을 얻을 수 있어 해수욕장 개장을 계기로 상권과 지역경제가 더욱 활력을 띌 전망이다. 특히 연말에는 송도해수욕장과 영일대해수욕장을 잇는 해상교량이 개통돼 관광 활성화와 교통흐름 개선 등 송도로 연결되는 길이 더욱 넓어진다.

이렇듯 송도솔밭과 송도해수욕장은 많은 시민들의 추억과 문화, 삶이 서려있는 곳이다. 소나무 숲, 하얀 백사장, 푸른 파도에 더해 밤이면 조명이 어우러진 송도가 새로운 희망의 색으로 채워가고 있다. 새롭게 생명력을 얻어가는 송도를 거니는 모든 이들이 소중한 기억을 소환하고 새로운 추억을 담아가길 소망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해수욕장과 도시숲의 재생을 넘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랜드마크 길로 부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