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힐링속으로-경북을 걷다] 70. 포항 송도솔밭-송도해수욕장

곽성일 기자 2025. 6. 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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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솔향기 매력 가득 백사송림 절경 발길 이끌어
맥문동이 만발한 송도솔밭 맨발로
최근 바둑을 다룬 영화 '승부'가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제자에게 패한 조훈현 국수가 절치부심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뤘다. 그의 스승이자 현대 바둑 규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세고에 명인의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 "답이 없지만,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 바로 바둑이다".

바둑은 특히 우리 인생길도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평생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끊임없이 활로를 찾는 바둑과 닮았다. 또한 흑과 백이 공존해야 성립할 수 있는 바둑은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조화와 상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한편,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길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다. 농경시대에는 농사를 짓는 데에 필요한 물을 대는 '논·밭의 물길(관개수로·灌漑水路)'이 중요했다면, 경제 발전시대에는 경부고속도로로 대표되는 산업화를 위한 '물류·효율성의 길'을 최우선으로 뒀다.

요즘은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도심 속 숲길, 도시숲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도시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높아져 가는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며, 시대적인 화두인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과거에는 여름 최고의 여행지로 사랑받던 해수욕장 역시 백사장을 걷는 맨발걷기 길로 변모하며 사시사철 발걸음이 이어진다.

맨발걷기가 건강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그린웨이(Green Way)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포항시는 '맨발로(路)'를 40선까지 늘려가며 걷는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송도에는 도심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과 아름드리 도시숲 송도솔밭이 포함됐다. 백사송림(白砂松林)의 휴양지이자 시민 휴식처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두 길을 걸어보았다.

도시숲내 체육시설에서 건강한 몸을 가꾸는 시민들
△송도솔밭, 포항을 대표하는 방풍림에서 시민 사랑받는 편안한 산책로로 - 테마거리 이어 도시숲 조성으로 시민 휴식 공간&맨발걷기 최적지 각광.

추억의 소풍 장소에서 이제는 편안한 산책로이자 힐링 공간으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송도솔밭도시숲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0년께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소를 먹이면서 해풍에 강한 측백나무와 해송을 조금씩 조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18년 오우치지로(大內次郞)가 방풍림으로 본격 조성한 인공림이 울창해져, 1929년 어부보안림(魚付保安林)으로 지정됐고, 광복 이후 더 많은 나무를 심어 포항을 대표하는 방풍림이 됐다.

이후 부침이 있었지만, 2016년 송림테마거리에 이어 2018년에 '송도솔밭도시숲'을 포항시가 조성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바닷바람을 막고 어부에게 이로운 숲을 넘어 도시의 허파이자 시민의 정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해송 등 3만4000여 본이 빼곡한 솔밭은 32㏊에 이르며, 송도해변을 끼고 송도동 남북을 크게 가로지른다. 또한 2020년부터 심은 10만 본의 맥문동은 8~9월께 보랏빛 양탄자처럼 숲을 수놓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넉넉한 주차장과 다양한 운동기구, 세대별 맞춤 편의시설은 남녀노소 발길을 자연스레 이끌기 충분하다.

송도 솔밭 도시숲
송도솔밭을 관통하는 테마거리에는 정화된 물이 분수와 솔개천을 통해 흐르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최고의 물 놀이장'으로도 손색없다. 스틸아트 작품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거리는 최근 인기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의 주요 촬영지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솔밭은 둘레길, 유아숲체험원, 물빛누리공연장, 체육시설 등을 두루 갖췄다. 최근에는 숲 산책로 1.5㎞에 마사토·황토를 포장한 맨발로까지 조성하면서 연간 50만 명이 찾고 있다. 인근에는 솔파랑벽화거리, 송림장미테마거리, 송도송림근린공원 등이 있어 유년기 향수와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고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여기에 가족행복센터, 송림노인복지관, 송도국민체육센터까지 주변에 연이어 둥지를 틀었고,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숲을 공연장 삼아 열린다. 시민 여가와 건강 증진은 물론 복지 서비스와 체육 활동까지 폭넓게 지원하며 솔숲을 기반으로 한 문화가 울창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낮에도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한 숲에 들어서면 시원한 나무 그늘과 푹신한 솔가지가 반긴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녹색 터널을 지나면 몸과 마음은 시원해진다. 다양한 운동기구를 선물 삼아 걷기운동에 최적화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시름과 걱정은 덜고 한결 가벼워지며 에너지를 얻는다.

'맨발걷기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송도솔숲에 바로 맨발학교 포항지회가 있고, 오는 6월 22일에는 '제3회 대한민국 맨발걷기 축제'가 열려 전국의 '맨발의 청춘' 건각들의 발자국(footprint)을 새기게 된다.

송도해수욕장 바다시청 조감도
△송도해수욕장, 올해 재개장으로 옛 명성 회복하며 관광객 발길 이끈다 - 추억 어린 공간, 카페와 맛집 등 젊은이들 몰리는 활력공간으로 재탄생 중.

송도해수욕장은 포항이 읍으로 승격되던 1931년 정식으로 해수욕장으로 개장되면서 '백사송림의 휴양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1930년대 향도해수욕장(송도해수욕장)
해방 이후에도 길이 1.3㎞, 폭 50∼70m에 이르는 은빛 모래사장이 아름다워 동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이름 높았다. 마치 공식처럼 '여름=송도바다'으로 시민은 물론 대구 등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 교통이 불편한 시절임에도 연평균 12만 명이 찾아 여름철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대표 상징물인 '다이빙대'와 '평화의 여상(女像)'에서 포즈를 취한 옛 사진들이 증명하듯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관광지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대규모 매립공사와 태풍 피해 등으로 점차 백사장이 유실되고 수질이 악화되면서 2007년 폐장했다.

송도해수욕장은 폐장 18년 만에 올 여름 재개장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송도해수욕장 워터폴리와 맨발걷기 세족장
그동안 포항해수청은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수중방파제 설치 및 깨끗한 모래 15만㎥를 채우며 백사장을 복원해 아늑한 옛 풍경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시도 이에 발맞춰 주차장, 친수 공간, 다이빙대 경관조명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수질·토양 개선에도 집중해 왔다. 다음 달에는 현대적인 디자인에 구조대 사무실, 샤워장은 물론 전망대까지 갖춘 바다시청을 준공하고, 오는 7월 지정해수욕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송도해변의 재생을 촉진시켰다. 2010년대 해안도로가 개통되면서 낡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한 카페 거리가 생기고, 조개구이와 치킨가게 등이 늘어난 '맛집 로드'로 젊은이들이 찾아 활기를 한 층 되찾았다.

시원한 바다 바람과 포스코 야경을 배경으로 휴식과 충전을 얻을 수 있어 해수욕장 개장을 계기로 상권과 지역경제가 더욱 활력을 띌 전망이다. 특히 연말에는 송도해수욕장과 영일대해수욕장을 잇는 해상교량이 개통돼 관광 활성화와 교통흐름 개선 등 송도로 연결되는 길이 더욱 넓어진다.

송도해수욕장 전성기 시절 모습.
앞서 시는 송도해변 일대를 '해보는대로(大路)'라 이름 짓고 스틸아트 조형물과 입간판 등을 설치하면서 트렌드에 맞는 새 옷을 갈아입혔다. 평화의 여상을 복원하고, 거대한 상징 조형물인 송도 워터폴리를 해변에 설치하며 걷거나 자전거로 송도를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준비를 해왔다. 직접 걸어보니 세족시설 등이 완비돼 있어 백사장을 따라 맨발족들은 물론 해변을 달리거나 주행하는 러닝 크루와 자전거 애호가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었다.

이렇듯 송도솔밭과 송도해수욕장은 많은 시민들의 추억과 문화, 삶이 서려있는 곳이다. 소나무 숲, 하얀 백사장, 푸른 파도에 더해 밤이면 조명이 어우러진 송도가 새로운 희망의 색으로 채워가고 있다. 새롭게 생명력을 얻어가는 송도를 거니는 모든 이들이 소중한 기억을 소환하고 새로운 추억을 담아가길 소망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해수욕장과 도시숲의 재생을 넘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랜드마크 길로 부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