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or 과몰입…홍역 치른 ‘게임 성지’ 성남시 [오상도의 경기유랑]
게임 관계자들 ‘반발’…국내 게임 본산 ‘판교 밸리’에 영향?
성남시, 2021년부터 ‘게임힐링센터’ 운영…주체는 게임재단
성남시 “복지부 올해 ‘정신건강사업안내’ 참고해 공모 진행”
“중독 물질 규정 아냐”…고민 없는 단어 사용은 책임 물어야
‘한국의 실리콘 밸리’ 판교 밸리의 게임산업으로 먹고산다는 경기 성남시가 때아닌 ‘중독 논란’에 빠졌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한 공모전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사업’을 참고해 진행했다”는 공모전이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집중적인 화살을 맞으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발단은 이렇다. 최근 성남시중독관리통합센터 누리집에 올라온 인공지능(AI) 활용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은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마약·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했다. 이 공모전은 시가 주최하고, 산하 중독관리통합센터가 주관한다.
총상금 1200만원의 공모전에선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해시태그를 함께 넣어야 하는데 4대 중독 물질을 빠짐없이 써야 하는 방식 역시 논란을 부추겼다.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도 같은 날 올린 글에서 “도대체 게임이 뭘 그리 잘못했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21대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복지 분야 공약에 ‘청소년기 사행성 게임 상담 제공’이란 내용이 포함됐다는 걸 지적한 논객도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성남시장과 김 전 후보가 막역한 사이라는 걸 꿰뚫은 것이다.
비판의 배경에는 성남시가 과거 추진하던 ‘e-스포츠전용경기장’ 조성 사업을 중단한 데 따른 게임업계의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성남시는 관련 공모전 홍보 활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흥미로운 사실은 성남시가 2021년부터 분당구 정자동에 게임 과몰입 예방시설인 ‘성남게임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 대기업이 주축을 이룬 ‘게임문화재단’이 실질적 운영을 맡았다. 다만, 예산의 90%는 성남시가 책임진다. 게임문화재단의 지점 성격이 강한 이 센터에선 게임 과몰입 검사와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센터 관계자는 “이제는 중독이라는 표현을 안 쓰고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방문객 대부분은 초등학생 아이와 부모들이다. 과몰입이라는 게 초등학생들이 조절하기 쉽지 않으니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몰입의 형태가 워낙 다양해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면서도 “저도 한때 게임에 몰입했지만 지금은 멀쩡해 질병으로 치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부가 ‘중독’이란 표현을 두고 조율하는 등 민감한 부분이 많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성남시 역시 문제가 불거진 지 사흘 만인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부의 올해 ‘정신건강사업안내’에서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마약·도박과 함께 중독 유형으로 명시해 이를 반영해 공모주제를 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시가 인터넷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했다는 일부의 해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상현실(VR)과 가상화폐(Cyber coin)가 지배하는 21세기에 벌어진 때아닌 중독 논란은 이제 잦아드는 분위기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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