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혁칼럼] 백련어, 그리고 중국산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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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어는 최대 1m 넘게 자라는 대형 민물고기다.
중국산 제품은 한국에 또 다른 백련어 악몽이 될 수 있다.
'외국산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한국 가전시장에 로봇청소기와 대형 TV 등 중국산 가전의 침투가 만만치 않다.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가격 경쟁력이 중국산의 무기인데, 이제는 품질 경쟁력도 매우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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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기업 생존 보장 어려워
산업 생태계는 국민 생명줄
'백련어 교란' 막을 지혜를

백련어는 최대 1m 넘게 자라는 대형 민물고기다. 중국 양쯔강 유역이 원산지다. 미국은 수질 정화 목적으로 1970년대에 이 어종을 도입했다가 쓰라린 대가를 치렀다. 미시시피강 전역으로 퍼진 백련어는 플랑크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개체 수를 급격히 늘렸다. 토종 물고기의 멸종을 우려한 미 정부는 뒤늦게 백련어 퇴치에 나섰지만 이미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 뒤였다.
중국산 제품은 한국에 또 다른 백련어 악몽이 될 수 있다. '외국산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한국 가전시장에 로봇청소기와 대형 TV 등 중국산 가전의 침투가 만만치 않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토종 기업이 설 자리를 박탈하는 생태계 파괴자가 될까 우려스럽다.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가격 경쟁력이 중국산의 무기인데, 이제는 품질 경쟁력도 매우 위협적이다.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까지 등에 업고 다층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추세면 정부가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산업 생태계는 국민의 생명줄과 같다. 이걸 중국 기업에 넘겨준다는 건 경제 주도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때 수출의 20%를 책임졌던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핀란드 경제는 된서리를 맞았다. 2013년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어가자 노키아 공장 소재지인 살로와 오울루에서 실업자가 쏟아졌다. 당시 핀란드 총리는 스마트폰을 탄생시킨 애플이 핀란드의 추락을 가져왔다고 한탄했다. 트렌드 변화에 뒤처진 노키아의 실패는 한국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아찔한 시나리오다.
글로벌 기업들의 영토 확장 전쟁은 처절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나무랄 일이 아니다. 자국 시장을 벗어나 제2, 제3의 판매처를 확보해야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인도 공장 확충에 쓸 계획이다. 14억 인구의 인도는 기회의 땅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에어컨 보급률은 10%에 불과하다. 여기에 100달러대 에어컨을 공급해 '국민 브랜드'로 인정받겠다는 게 LG의 포부다.
그런데 국내 일각에선 LG전자의 인도법인 상장을 못마땅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 해외법인을 상장하는 건 물적분할과 같은 지분가치 희석을 초래해 LG전자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해석에서다. 그러나 LG전자가 인도 수요를 장악한다면 글로벌 위상과 기업가치는 한층 높아질 게 자명하다.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은 5대 그룹 회장과 경제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이고,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방향은 제대로 짚었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하면 기업이 신나게 뛸 수 있는지를 제대로 살피는 것이다. 겹규제와 각종 여론 재판으로 기업의 팔다리를 묶으면서 뛰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국산 브랜드의 국내 1위를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자동차는 현대차, 스마트폰은 삼성, 이커머스는 쿠팡이 1등이라고 누구나 쉽게 답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돌변할 수 있다. 차는 BYD(비야디)로, 스마트폰은 화웨이·샤오미로, 유통은 알리·테무로 바뀐다고 생각해보라.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차이나 파워의 급팽창에 속절없이 당하는 토종 기업들의 절규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외래종 포식자가 산업 생태계를 독식한 뒤에야 후회한들 상황을 되돌릴 묘안은 난망하다. 그래서 백련어의 교란을 막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깨어 있어야 한다.
[황인혁 지식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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