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린과 저속노화의 꿈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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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속노화'가 유행이다.
2023년 6월9일치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타우린이 알고 보니 노화 바이오마커라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자들은 동물실험 결과 몸의 타우린 농도가 나이가 듦에 따라 줄어들고 이를 보충해주자 노화가 늦춰져 수명이 늘었다고 보고했다.
당시 이 논문은 큰 화제였고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겠다고 다른 노화 바이오마커보다 훨씬 싸면서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타우린 보충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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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요즘 ‘저속노화’가 유행이다. 생활 습관을 개선해 노화 속도를 늦춰 건강하게 장수하자는 주장으로 꽤 바람직한 방향이다. 예전에는 안티에이징, 즉 항노화라는 솔깃하지만 불가능한 헛꿈을 꾸게 했는데 이제 현실감을 되찾은 것 같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2000년대 진행된 수많은 노화 연구가 있다. 특히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노화 관련 생리 메커니즘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과학자들도 많이 겸손해졌다. 하나를 풀면 열가지 궁금증이 생기는 노화의 복잡함 앞에서 “이제 정복이 눈앞이다” 같은 허풍을 떨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노화 연구 성과 가운데 하나가 ‘노화 바이오마커(생물지표)’의 발견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생체분자 가운데 노화에 영향을 주면서 몸의 노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엔에이디(NAD)라는 생체분자는 세포호흡을 비롯해 여러 생리 과정에 개입하는 분자로 나이가 들수록 농도가 줄어든다.

2023년 6월9일치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타우린이 알고 보니 노화 바이오마커라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자들은 동물실험 결과 몸의 타우린 농도가 나이가 듦에 따라 줄어들고 이를 보충해주자 노화가 늦춰져 수명이 늘었다고 보고했다. 타우린은 피로회복에 좋다고 주장하는 한 음료의 주성분으로 다들 귀에 익숙할 것이다. 당시 이 논문은 큰 화제였고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겠다고 다른 노화 바이오마커보다 훨씬 싸면서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타우린 보충제를 샀다.
그런데 꼭 2년이 지난 6월5일치 사이언스에 ‘타우린은 노화 바이오마커인가?’라는 제목의 또 다른 논문이 실렸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자들은 2년 전 논문이 횡단면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종단면 데이터로 나이에 따른 타우린 농도 변화를 분석했다. 횡단면 데이터란 나이가 다른 여러 개체에서 각각 한번 얻은 시료의 데이터이고 종단면 데이터란 특정 개체의 생애 동안 일정 주기로 얻은 시료의 데이터다.
어떤 생체분자 농도의 개체 간 차이가 크다면 횡단면 데이터에서 얻은 결론은 신뢰하기 어렵다. 2년 전 논문이 나오자 타우린도 이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년(생쥐)에서 수십년(원숭이)에 걸쳐 정기적으로 채취한 혈액을 분석해 얻은 종단면 데이터 결과는 놀라웠다. 암컷은 나이가 들수록 타우린 농도가 오히려 약간 높아졌고 수컷은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개체 사이에 농도 차가 컸다. 한마디로 타우린은 노화 바이오마커가 아니라는 말이다.
필자는 뭔가 홀린 것 같아 2년 전 논문을 찾아 다시 찬찬히 읽어봤다. 데이터는 깔끔했고 여기서 끌어낸, 타우린이 좋은 노화 바이오마커라는 결론은 전혀 무리가 없었다. 아무리 횡단면 데이터에 기반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적절하게 분포하는(어린 개체는 거의 높은 농도만, 나이 든 개체는 거의 낮은 농도만) 시료를 우연히 모으기는 로또 1등 수준의 확률로 느껴졌다.
아무튼 2년 전 논문의 연구를 이끌었고 지금은 미국 럿거스대 교수로 있는 비제이 야다브는 “타우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는 임상시험 참가자 80명 모집을 마쳤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타우린 보충제를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논문 또는 이를 소개한 기사를 보고 타우린을 사서 복용한 필자 같은 독자들이 경솔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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