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천문연 경남 이전 법안에 충청 의원도 참여…지역 정치력 어디로

조은솔 기자 2025. 6.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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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서천호 우주항공청법 개정안에…성일종·박덕흠·엄태영 공동발의
공동발의자로 이름 올린 충청 야권, 충청권 공동 발전 역행 비판
해수부 이어 대전 연구기관까지…지역 여야 컨트롤타워 필요성 제기
대전일보DB

대전 소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을 경남 사천으로 이전하는 법안에 충청권 국민의힘 중진 의원 3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받은 지역 여당에 이어, 야당까지 핵심 인프라 이전 시도에 사실상 동조한 셈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충청 정치권이 지역 기반을 지키는 데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메가시티 전략과 정치적 신뢰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은 17일 항우연·천문연을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인근에 소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우주항공청 설치·운영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갑)이 추진한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 대전 신설 법안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우주항공청과 대전에 위치한 항우연·천문연 등 소관기관과의 시너지를 확보하고,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체제' 구상을 뒷받침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번 항우연·천문연 경남 이전 법안은 황 의원 법안에 대해 경남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해온 흐름 속에서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성일종(3선·충남 서산·태안), 박덕흠(4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엄태영(재선·충북 제천·단양) 의원 등 3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충청권 공동 발전에 힘을 실어야 할 지역 의원들이 오히려 대전의 핵심 연구기관을 사천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명문화하는데 동참했다는 비판이다.

우주항공청 관련 논의가 다시금 충청권의 정치적 한계를 재소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지정된 후 별다른 공론화나 지역 간 협의 없이 입지가 일방적으로 확정되면서 충청권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채 밀려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였던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이 항우연·천문연의 본원을 이전하려면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어 장치를 마련하는 데 그쳤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문제 역시 지역 정치권의 무책임 논란과 맞닿아 있다. 정부가 세종에 본부를 둔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정작 이를 막아야 할 지역 여당 의원들은 사실상 침묵하거나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해수부 이전에 힘을 실어주는 언행으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항우연·천문연 이전과 해수부 이전 모두 충청권의 핵심 인프라를 흔드는 사안인 만큼, 지역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분명한 대응이나 연대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개별 의원들이 당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채 사실상 이전 논리를 뒷받침하는 역할만 한다면 '충청 메가시티'나 '행정수도 완성' 같은 전략 과제들조차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여야를 떠나 충청권 현안을 공동으로 논의하고 대응할 수 있는 초당적 연합체, 이른바 '컨트롤타워'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처럼 개별 의원이 각자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정하는 구조로는 지역 핵심 인프라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동 대응 기구 차원으로 대응한다면,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중앙 정치권에도 설득력 있는 명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국가의 일은 물론 지역 주민을 대변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며 "지역에 불리한 사안에 동참하면서도 아무런 논의나 명분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지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 간 이해관계에 얽혀 개별 의원이 입장을 내기 난처한 사안이라면 여야 공동 컨트롤타워 차원의 연합이 필요하다"며 "그런 기구가 존재한다면 정치적 부담 없이 명분 있게 지역 발전을 위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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