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할인매장도 결국 계란값 올려… `에그플레이션` 현실로
소상공인, 원재룟값 부담 호소
공정위, 산란계 담합여부 조사
무인 계란할인점 가보니
"사러 갈 때마다 1000원씩 올라있네요. 이런식으론 감당 안됩니다." 계란값 이야기다. 치솟는 계란값에 할인판매하는 무인매장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현 시점에서는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을 피할 방도가 없다.
서울 강서구의 한 무인 계란 할인매장은 17일 5980원이던 대란 한판 가격을 6980원으로 올렸다. 최근 한달 새 가격이 1000원 오른 것이다.
3주 전인 5월 마지막주에 6980원에 팔던 특란 한판 가격은 7480원으로, 7980원에 팔던 왕란 한판 가격은 8480원으로 각각 올렸다.
최근 산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판매 가격표는 계속 바뀌고 있다. 대한산란계협회가 고시한 계란 산지 가격은 지난 3월 개당 146원에서 최근 190원으로 30% 급등했다. 1년 전보다 6.0% 높은 수준이다. 평년보다는 4.2% 높다.
해당 무인매장 측은 "지속적인 달걀 원가 상승과 '달걀 파동'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도·소매를 가리지 않고 치솟는 계란 가격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직결될 조짐이다. 이 매장에서 계란을 구매해 카스텔라, 핫케이크 등을 만들어 파는 한 카페 직원은 "온라인으로 사면 돈만원을 줘야해서 무인매장을 이용해왔는데 여기마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라며 "계란값만 오르면 버티겠는데, 버터부터 우유, 심지어 포장 용기값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김밥집도 김밥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해당 점포 관계자는 "2주에 한번 농협하나로마트에 가서 계란을 구매하고 있는데, 갈 때마다 1000원씩 올라있다"라며 "가장 최근에 산 게 기본 사이즈 한판인데 7990원 줬다"고 말했다.
이어 "장마철엔 채소값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튀김옷 입힐 때 계란을 쓰는 돈가스가 들어가는 메뉴는 최근 전부 1000원씩 인상됐다"고 덧붙였다.
계란 흰자가 대량으로 들어가는 마카롱을 파는 디저트 카페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서울 시내 한 카페 사장은 "최근 왕란을 7200원에 샀는데, 2주만에 1000원이 올랐다"라며 "마카롱 가격을 개당 200~300원 정도 올리려 한다"라며 "특별한 이유 없이 너무 오르는 것 같으니 정부가 확실히 조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밥집 사장은 이달 중 가격을 1000원씩 올리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 가게 사장은 "5월까지는 그동안 사 둔 게 있어 괜찮았는데, 6월초부터는 계란값 오른 게 바로 체감되더라"며 "순두부찌개, 계란찜 등 계란이 들어가는 메뉴가 많아 가격을 1000원씩 올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찬가게 사장들도 고민이 깊다. 서울의 한 반찬가게 사장은 "한달 전에 6500원에 들여오던 특란을 지금은 8000원을 주고 가져오고 있다"라며 "손님들이 달걀 장조림과 달걀말이를 많이 사가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원재료비가 일주일에 1000~2000원 정도 더 들어가게 된 셈이지만, 동네 장사이다보니 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동네 사장님뿐 아니라 조만간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가격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가부담이 가중되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토스트 체인점 점주는 "시장에서 직접 계란을 사오는데, 두 달 사이에 3번에 걸쳐 1000원이 올랐다"라며 "공급처에서는 더 오를 거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계란이 핵심 원재료인데, 프랜차이즈라 금액을 우리 맘대로 올릴 수 없어 가맹점 본사가 조정을 해주기 전까지는 계란값 인상으로 인한 마이너스(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며 "금액 조정도 안되고, 그렇다고 토스트에 들어가는 계란의 양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6일 기준 계란 소비자 가격은 특란 한 판(30개)에 7033원으로, 지난달 13일 7108원을 기록한 이후 700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계란 한 판이 7000원을 넘은 것은 2021년 7월 이후 4년 만이다.
닭 기관지염(IB)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전염병 확산, 노후된 닭과 신규 닭 교체기 등이 계란 가격 급등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으나, 정부는 올해 유독 계란값이 치솟고 있는 데에는 다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산지가격을 고시하는 사업자단체인 대한산란계협회에 조사관 등을 보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고시 가격을 회원사가 따르도록 강제하며 계란 가격을 견인했는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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