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창고형 약국' 가보니…‘소비자 선택권 확대’ Vs ‘약물 남용’
약사가 처방·조제 대신 종합 건강 상담…일반 약국과 차별화
약물 남용·동네 약국 상권 침해 우려…낮은 사입가에 불만도
[성남=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17일 오전 10시. 최근 경기도 성남에 들어선 창고형 약국을 찾았다. 약국 입구에 비치된 바구니를 들고 매장에 들어가니 잘 진열된 종합비타민제 등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동물의약품과 반려동물용품 등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직원들은 무슨 약이 어디에 있는지 설명해줬고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추천이 필요할 땐 계산대에 있는 약사가 찾아와 자세히 상담해줬다. 약사는 2명이 있었는데 계산대에서 손님이 고른 약에 대해 복약지도를 하면서 매장 내 손님 상담까지 도맡아 분주한 모습이었다.
약국을 방문한 손님들은 매대를 둘러보거나 스마트폰과 상품을 번갈아 보면서 가격과 후기 등을 확인했다. 가끔 약사를 불러 같은 브랜드의 종합영양제이면서도 성분이 조금씩 다른 이유와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소개해달라고 하는 모습도 보였다.
A약국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탈모 치료제 등 비급여 처방전을 받고 약을 조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약국 관계자는 “아직 여러 준비가 필요해 준비가 완료되면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A약국은 약사의 친절한 상담을 통해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다. 동네 약국보다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을 부각해 손님을 끌어모으고 소비자 맞춤형 상담으로 방문객의 지갑을 연다. 이 약국을 찾은 이덕희(가명)씨는 “동네 약국에선 진열된 약은 먼지가 쌓여 있고 한눈에 무슨 상품이 있는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면서 “계산대에서 증상만 얘기하고 약사가 주는 약을 받는 수준인데 여기선 내가 고르고 약사가 충분히 설명해줘 만족했다”고 말했다.
창고형 약국의 출현에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약을 싸다는 이유로 대량으로 사게 돼 결국 약물 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이란 필요할 때 복용해야 하는데 집에 대량으로 사서 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라면서 “유통기한 문제도 있고 굳이 약이 필요하지 않아도 약을 남용하는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워 창고형 약국을 통해 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동네 병·의원이 많고 의료접근성이 높은 국내와는 정서상 맞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치영 (cya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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