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질의응답 생중계 어떻게 볼까
"장기적으로 질문과 답변 수준이 올라갈 것"
"질의 응답 공개되면 '관계자'발 보도 사라져"
기자 괴롭힘 우려, 대통령실·언론사 함께 대응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새 정부 대통령실에서 브리핑룸에 카메라를 설치해 질의응답도 생중계하겠다고 발표하자 온라인상에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카메라 설치에 반발한다'며 출입기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유튜브 방송에서도 진행자가 자연스럽게 '출입기자들이 반발한다'고 묻고 패널들이 출입기자들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까지 출입기자들이 카메라 설치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적은 없다.
상당수 유튜브 채널이나 온라인상에서 '기자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출입기자들은 오히려 질의응답이 투명해지면서 대통령실이 구체적이고 책임감있게 답을 내놓을 거라고 기대했다. 비공개 질의응답 내용은 카메라가 없고 실명으로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답변이 정확하지 않거나 다소 추상적인 경우도 있어서다.
통상 대통령실(과거 청와대)은 대변인이나 수석비서관이 준비해 온 내용을 읽는데 여기까지만 촬영해 공개한다. 이어지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의 경우 카메라를 끄고 진행한다. 현재도 일부 대변인 브리핑의 경우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비공개로 전환되면 브리핑했던 대변인이 기자들 질문에 답을 하더라도 기사에는 '관계자'로 표기해야 한다. 대통령실에서는 '관계자'로 표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어길 시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준비해온 내용을 읽을 때는 '강유정 대변인'으로 보도되지만, 카메라를 끈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대통령실 관계자'로 익명화하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대통령실 출입기자 6명에게 질의응답 생중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카메라 설치와 질의응답 생중계를 반대한다고 답한 기자는 없었다. 경제지 소속 A기자는 “한국은행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질문하는 기자들을 비췄다”며 “관심이 훨씬 더 높은 대통령실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인터넷매체 소속 B기자는 “카메라를 끄지 않고 질문을 받으니 대변인이나 수석들이 더 이상 동문서답식으로 눙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기자나 독자 입장에선 보다 양질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지 소속 C기자도 “대변인이 공개브리핑 한 다음 카메라를 정리하고(끄고) 질의응답은 '관계자'로 처리하는데 기자들은 동일인인 걸 알지만 국민들이 읽을 때는 그렇지 않다”며 “질의응답도 정보라는 측면에서 더 투명해져야 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방송사 소속 D기자 역시 “비공개로 전환하면 '대통령실 관계자'라고 보도해야 하는데 비공개 없이 쭉 생중계하면 투명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로 질의응답의 수준이 높아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매체 소속 E기자는 “장기적으로 질문과 답변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인터넷매체 소속 F기자도 “기자들 질문의 수준이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대로 질문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더 부각되면 오히려 기자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겠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테니 조금 더 긴장해서 묻게 될 것”이라고 썼다.
실제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관계자' 뒤에 숨었던 대통령실 대변인이나 수석들이 더 긴장하고 있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질의응답 생중계를 실제 담당했던 천호선 전 대변인도 지난 11일 미디어오늘에 '대변인이 얼마나 긴장할 수밖에 없는지'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2007년 천호선 대변인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성기홍 전 연합뉴스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생중계 브리핑 정례화'는 대변인, 나아가 비서실의 부담이 매우 크다”며 “홍보수석뿐 아니라 비서실의 일하는 시스템에 달라져야 하고 실행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부적으로 꼼꼼하게 준비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정례브리핑이 오후 2시30분이었기 때문에 준비를 위해 천 대변인을 비롯, 홍보수석실 참모들은 외부 점심 약속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관련기사 : 청와대 출입기자 질의 응답 생중계, 18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 했다]
윤석열 정부 때 질의응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 비교되면서 이번 카메라 설치가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C기자는 “지난 정부 땐 대변인·수석들 연락도 잘 안되고 브리핑 때도 친한 매체에만 질문을 받는 느낌이 강하게 드니까 진보 성향 언론사들은 힘들어서 출입기자를 많이 교체한 걸로 안다”며 “초창기지만 이번 정부는 브리핑도 자주하고 이전과는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진 않았다. E기자는 “청와대로 곧 옮기는데도 대통령실부터 설치하겠다는 건 지지층에게 '얼굴 찍어놓겠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며 “벌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부 기자들 얼굴이 캡쳐돼 돌아다니고 있다. 기자들도 노동자인데 기자들 여론을 수렴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F기자 역시 “기자들이 얼굴 공개되는 당사자인데 관련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기자들을 향한 부당한 공격에 대통령실이 외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A기자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고 B기자도 “악의적인 2차 가공에 대한 우려가 당연히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직접적인 경고나 자제요청 등 언급이 있어야 보다 좋은 방향으로 브리핑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한 일간지 기자가 최근 대통령실 질의응답 생중계 관련 기사를 쓰면서 우려되는 점을 일부 담았는데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기자의 얼굴을 캡처한 사진이 떠돌고 있다.
일각에선 '얼굴 드러내놓고 질문 못하면 그게 기자냐' '그럼 바이라인도 가려라'는 식의 조롱 섞인 반박도 있지만 오랜 기간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기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주장은 폭력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시 질의응답 생중계에 찬성 입장인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 직접 지시로 추진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 취지(알권리 등)에 어긋나 우려되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실이 단호하게 '기자들에 대한 괴롭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사 차원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 개인에게 대응을 맡겨선 안 된다”라며 “스스로 체념하게 되거나 무기력증에 빠져 취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 차원에서 소속 기자들이 괴롭힘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준비해서 기자 혼자 고통을 감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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