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회장이란 말도 부끄러워’…대법원 “모욕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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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죄로 처벌받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범죄 사실과 함께 이를 비방하는 글로 현수막을 만든 아파트 주민들에 대해 대법원이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장이 2022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횡령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사실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비방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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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죄로 처벌받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범죄 사실과 함께 이를 비방하는 글로 현수막을 만든 아파트 주민들에 대해 대법원이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에 근거한 비판인 데다 비방 수위도 모욕으로 볼 만큼 높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부산의 한 입주자대표회장을 명예훼손 및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주민 2명에게 벌금 3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9일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피고인들은 2020년 9월 ‘진실은 회장님께서 거짓으로 우리 입주민들을 속이고 우롱하고 다수의 유흥업소에 드나든 사실과 접대부를 부르고 양주를 마시면서 우리의 피 같은 관리비를 법과 규약을 어기면서 물 쓰듯 펑펑 썼다는 것입니다’라고 쓴 벽보를 만들어 아파트 앞에 붙여둬 입주자대표회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이보다 한 달 전에는 아파트 출입문에 설치된 티브이(TV) 모니터에 ‘미쳤구나 입주자대표회장’, ‘당신에겐 회장이란 말 쓰기도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띄워 모욕한 혐의도 받는다.
피고인들은 이런 비방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사실이므로 정당행위나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해 무죄라고 주장했다. 위법성 조각 사유란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 사유가 되는 것을 말한다.
1·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횡령 피해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비방 내용을 볼 수 있게 한 점과 미성년자들도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접대부 관련한 부분을 강조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장이 2022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횡령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사실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비방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봤다. 또 비방내용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횡령과 관련된 내용으로, 입주민 공동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공익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의 비방이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모욕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례한 표현에 해당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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