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시지휘할 B-1벙커에 라돈 기준치 최대 5배…근무장병 피해 사례도
수방사 B-1벙커내 라돈 기준치 3~5배 검출돼와
10여년간 100억↑ 예산 투입에도 공기질 제자리
약 3달 상주 전략사 요원들 '원인모를 두통·피로'
한미연습 장소이기도…국방부 대책 시급


유사시 국군 전쟁 지휘부 역할을 할 B-1 벙커 내부가 방사성 물질 '라돈'이 기준치를 몇배로 초과하는 상태로 10여년간 개선되지 않았고, 군 상주 요원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폭로됐다. B-1 벙커는 한미연합훈련에도 사용되는데, 국방부가 관련 사실을 쉬쉬해 동맹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단 경고도 나왔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현역 군인이라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내 위치한 B-1 벙커 내부의 라돈 수치가 실내 공기질 기준치를 장기간 반복 초과해왔단 제보를 받았다"며 국방부에 요청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은 2013 년부터 B-1 벙커의 공기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해왔으며, 벙커의 일부 구역에서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기준치인 148 베크렐 (Bq/㎥) 을 매번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며 최근 5년간 군이 B-1 벙커의 일부 지역에서 측정한 라돈 수치를 표로 공개했다.
그는 "2020년 벙커 내 임의지역 2곳에 두차례에 걸쳐 측정한 평균 수치는 약 450베크렐이었고 최고 711베크렐까지 검출됐다"며 "2024년엔 총 38곳을 측정한 결과 저감시설 보강공사의 영향으로 평균치는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준치를 상회할 뿐만 아니라 최고 706베크렐이 검출됐다"고 했다.
유용원 의원은 "문제는 단순한 수치 초과에 그치지 않는다. 국방부 시설국은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10여년 간 1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이 위험한 환경을 개선 못했다"며 2020~2022년 라돈 저감 방안 전문 연구용역, 2023~2024년 약 7억8000만원을 들인 저감시설 보강공사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봤다.
그는 "라돈은 무색무취의 자연 방사성 기체로 1급 발암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 다음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라돈을 지목하고 있으며 , 특히 밀폐된 지하 공간에선 지속적인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B-1 벙커는 그 위험성이 명확히 확인된 장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벙커 내 모든 구간에 걸쳐 공조 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공조설비의 용량을 증설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저감방안이지만 공간 부족으로 사실상 매우 어렵다"며 "공조 장치를 완벽히 보완하더라도 일부 장치가 고장을 일으킨다면, 해당 구간은 고스란히 고농도 방사능 노출 위험에 놓인다"고 우려했다.
'라돈 전문가' 조승연 연세대 명예교수가 "B-1 벙커는 천연적으로 라돈이 다량으로 발생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고 , 벙커 내부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협소한 구간이 많아 내부 전체를 자연환기 하기에 불가능한 지역이며 ,단순히 공조기 증설만으로 라돈 수치를 낮추는 해결방안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도 전했다.
유 의원은 "B-1 벙커는 전시 대통령이 지휘하는 국가 전략지휘 핵심시설이다. 매년 한미연합연습이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며, 미군 일부도 이 공간에서 함께 훈련한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주한미군 측에 비정상적인 라돈 수치에 대해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한미동맹 정신을 훼손할 수 있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작년 10월 창설된 전략사령부 일부 참모부 요원 약 40명이 B-1 벙커에 상주하며 근무했었다"며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라돈 수치 초과 사실을 몰랐던 전략사는 공조기를 평균 약 30% 수준으로만 가동한 상태에서 우리 장병들을 3개월 가량 고농도 라돈에 무방비 노출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원인 모를 두통과 피로가 심하다'는 전략사 벙커 근무자들의 호소가 이어졌고, 장병 사이에서 '라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입소문을 탔다"며 "결국 작년 11월 한 간부의 배우자가 나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목했다.
그는 "민원인은 '남편이 일하는 벙커에서 라돈 수치가 300(베크렐) 이상 나왔는데, 이것이 정상적인 근무 여건이냐'고 절규했다. 문제의 전략사 간부들은 상주한 지 약 3달 지나서야 벙커가 아닌 모처로 근무지를 옮길 수 있었다. 이미 라돈에 장기간 노출된 뒤 늦장 대응이자 뒷북 조치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약 두달 뒤 8월에 후반기 한미연합연습이 예정돼 있다. 1000 명이 넘는 장병들이 B-1 벙커에 투입된다. 더군다나 후반기 연습에는 정부 부처 공무원도 벙커에 머물며 함께 연습에 참가할 예정"이라며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 앞에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주로 임무수행을 하는 지휘통제실을 비롯한 핵심 상주공간은 공조 장치가 잘 설치돼 있어 기준치 이하 라돈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현재 설치된 공조시설의 용량은 핵심 상주공간 외 벙커 내부 전체를 커버하기에 턱없이 미흡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벙커 전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라돈 수치를 관리하기 위해 지금보다 공조기 설비 용량을 2배 증설해야 한다'는 2020년 전문기관 연구용역 의뢰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며 "라돈은 공조기로 완벽히 제거되지 않고, 공기중 부유하거나 먼지에 흡착된 입자가 재비산돼 호흡기를 통해 직접 인체에 침투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장병들을 그 공간에 투입하는 건 직무유기이자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국방부가 2013년 이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라돈 저감을 위해 나름 노력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장병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 사안인 만큼 저는 국방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고 3가지 조치를 거론했다.
△B-1 벙커 전 지역 라돈 수치를 낮출 효과적 대책 수립 착수 △6월말 완료 예정인 전략사 간부 40여명 전수 건강검진 철저히 시행 및 치료 △책임 소재 명확화 및 실효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 등이다. 구조적·태생적 문제로 라돈 저감이 불가하다면 B-1 벙커 지속 사용 여부, 제2지휘시설 마련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또 "미 국방부는 1990 년대 중반부터 군사 시설의 공기질 관리 강화를 추진해 왔으며 2018년부터는 라돈 저감을 위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공기 배출 및 환기 시스템 강화 등 대대적인 조치를 통해 모든 군사 시설의 라돈 농도를 148베크렐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대조했다.
그는 "B-1 벙커처럼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인근지하 화강암 지대에 조성된 북미 방공사령부 벙커 '샤이엔 마운틴 콤플렉스'가 여태껏 공기질 관리 이슈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사례를 우리 국방부에서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피해 장병 및 가족에 대한 사과, 실질적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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