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조용히 좀...” 여전히 섬뜩한 현실공포, 영화 ‘노이즈’ [리뷰]

손미정 2025. 6. 17. 09: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를 공포 스릴러 소재로
극도의 소음과 먹먹한 고요함 대비 ‘눈길’
현실 기반 스릴러에 초자연적 공포 접목
영화 ‘노이즈’ 스틸컷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누구를 탓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떳떳할 수는 없다. 남과 무엇하나 나누기 꺼리는 현대 사회에서 무려 천장과 바닥을 함께 공유하는 사이. 그러면서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아슬아슬한 관계. 누구보다 가까운 이웃이 원망과 미움의 대상이 돼버리는 ‘층간소음’ 문제는 공동체 의식 부족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아시타비(我是他非)’의 영역이기도 하다. 배우 이선빈은 “나조차도 층간소음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층간소음”이라고 했다.

16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 ‘노이즈’는 이처럼 층간소음이 만든 이웃 간의 위태로운 긴장을 공포 장르의 프레임으로 끌고 온 현실 공포 스릴러다. 영화는 층간소음으로 시끄러운 한 재건축 아파트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는 윗집의 층간소음에 괴로워하는 주희(한수아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천정에 덕지덕지 붙은 방음재를 뚫고 내려온 소음에 주희는 천장을 치며 히스테리적 분노를 표출한다. 이윽고 화면이 전환된 장소는 소음으로 가득한 한 공장. 그곳에서 일하는 언니 주영(이선빈 분)은 동생이 며칠째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경찰의 전화를 받는다.

영화 ‘노이즈’ 스틸컷

주영은 동생과 함께 살았던 아파트 604호로 향한다. 문 앞에는 ‘고통받고 있으니 조용해달라’는 이웃의 경고장이 붙어있다. 휴대폰도 그냥 둔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주희. 실종된 동생의 흔적을 찾는 사이 누군가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문을 열자 자신을 아랫집 사람(류경수 분)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이렇게 협박하고 돌아선다. “제발 좀 조용히 해주세요. 그 입을 다 찢어버리기 전에.”

주영은 504호 남자를 의심한다. 그리고 우연히 관리실에서 자신들이 사는 604호에서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재건축 사업이 발목 잡힐까 주민들의 주희의 실종을 쉬쉬하는 사이, 주영은 주희의 남자 친구인 기훈(김민석 분)과 함께 과거 604호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을 따라가며 동생을 찾기 위한 단서를 파헤친다.

층간소음은 장르물의 단골 소재다. 아마도 우리의 삶과 너무나 가까운 소재이다 보니 오히려 공포 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어서일테다. 지난해 개봉한 ‘원정빌라’도,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예정인 영화 ‘84제곱미터’도 층간소음 문제를 다룬다.

대신 영화 ‘노이즈’는 설정과 연출로 층간소음이란 소재에 변주를 꾀했다. 주인공 주영은 청각장애가 있는 인물. 영화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설정을 주인공에게 부여해 ‘소음’에 국한되기 쉬운 공포의 영역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순간까지 확장시켰다.

주인공이 보청기가 없어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순간, 휴대폰만이 음성 인식으로 듣고 써 내려가는 기괴한 글자들은 관객들에게 겪어보지 못한 섬뜩함을 안기기 충분하다. 고막을 통해 머릿속까지 긁어대는 듯한 극도의 소음과 불편함 그리고 불안함이 점철된 먹먹한 고요함이 만드는 대비감은 영화 ‘노이즈’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는 현실공포의 새로운 풀이 방법이다.

영화 ‘노이즈’ 스틸컷

‘노이즈’의 메가폰을 잡은 김수진 감독은 “제목이 노이즈인만큼 소리를 잘 표현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면서 “주인공의 설정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보니 소리가 없는 지점에서의 공포를 좀 더 활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성, 그리고 주인공이 결말까지 닿는 전개를 통해 ‘누구나 피해자일 수도,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층간소음 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냈다.

반면 개연성은 다소 아쉽다. 김 감독은 “현실 기반의 스릴러에 초자연적인 공포까지 접목해 아우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질감이 다른 공포를 엮다 보니, 결말을 초자연적 현상의 힘을 빌려 급히 매듭지어버린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노이즈’는 관객들에게 여름의 포문을 여는 공포물이라는 ‘패기’가 무색하지 않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익숙한 형태의 공포가 신선한 연출을 만나 새로운 공포로 재탄생했다.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공식 초청작으로, 일찍이 캐나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 독일의 판타지필름페스트나이츠 등 전세계 총 7개의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25일 개봉.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