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충돌·관세이슈 내성 생겨… 하반기엔 美 증시 ‘체면 회복’기대[서정훈의 월가토크]

2025. 6. 17. 0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서정훈의 월가토크 - 美 공급망 다변화 전략 등 성과
5월 물가 상승률 0.1% 그치고
2분기 성장률 전망 3%대로 견고
투자자 불확실성 우려 줄어들고
증시 침체 신호 없어 반등할 듯

지난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금융시장에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우려했던 만큼의 시장 동요가 크지 않아 당장 포트폴리오를 수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지속적인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온 미국의 관세 정책에도 투자자들이 내성을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 들어 체면을 구겼던 미국 증시가 하반기 명예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불확실성에 익숙해지는 글로벌 투자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확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어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실제,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습 이후 양국 간 교전은 반복적으로 진행됐지만 충돌이 거듭될수록 주식시장의 민감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투자자 불확실성은 미국의 상호관세 이슈다. 해당 이슈가 처음 언급됐을 당시 가파른 물가 상승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게 부각됐지만, 최근까지 확인되는 경제지표에서는 관세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과도한 우려를 표할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는 이전 대비 3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주요국에는 기본 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적용돼 실질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경제 입장에서 수입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했던 이유 역시 이러한 영향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1% 상승에 그치며 4개월 연속 예상치를 밑도는 추세를 이어갔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 기업들이 관세 충격을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투입 물가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판매 가격 인상도 서두르지 않았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 무엇이 ‘투자자 내성’을 담보하나 = 이란 공습 이슈로 국제유가가 지난 주말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으나,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간 봉쇄 조치까지 이어질 확률은 낮다는 게 시장 평가다. 해당 지역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서방 국가들이 미국을 포함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역시 이번 공격에서 이란의 송유관이나 석유 정제 시설 타격에 대해서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 때와 달리 안정적인 유가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이 중동 충격을 흡수할 여력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냉난방비, 운송비 등은 유가와 직결되는데, 여기에서 확보될 수 있는 비용 절감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상품 수입량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미리 수입했던 상품들이 물가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미국의 수입량은 코로나19 당시 공산품 수요가 급증하던 국면에 비견될 만큼 대폭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수입량은 지난 3월 정점에 이른 다음 관세가 발동되기 시작한 4월부터 소강상태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7월 초를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목표 시점으로 삼고 있고, 타협 과정에서 관세 인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관세가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 부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 능력은 최근 수년간 지정학적 갈등과 코로나19 셧다운 등을 경험하면서 크게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극적으로 고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 공급망 차질 지수는 과거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최근 미국의 지역별 수입량을 살펴보면 중국 수입이 급감한 반면, 대만이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중국 주변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수입업체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관세의 영향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으며, 실제 지표를 통해서도 현재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 미국 경제 성장률도 ‘견조’ = 관세에 대한 과장된 우려가 진정될 수 있다면 시장 역시 보다 미국 경제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집중할 수 있다. 미국의 다음 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GDP Now 모델’은 현재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3%대로 예측한다. 1분기 동안 발생했던 관세로 인한 잡음을 제거하고 보면, 상반기 동안의 미국 경제 성장률은 견조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 전망 역시 과도한 경계감을 덜어내면서 최근 반등 추세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5월 이후 미국 증시는 빠른 시간 내 회복하는 추이를 보였는데, 이에 대한 배경도 펀더멘털 측면에서 우려했던 경기 훼손 신호가 부재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반기 비미국 증시 대비 부진했던 미국 증시의 만회가 기대된다.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