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의 이례적 구속, 그의 혐의와 돈 쓴 곳 집중 분석

김태현 기자 2025. 6.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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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개인 350회 vs 회사 업무 6회…12억원 규모 컬렉션

[우먼센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53세)이 5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고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회장은 200억 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가 구치소 신세가 됐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가 구치소 신세가 됐다. 사진은 2025년 3월 조현범 회장이 람보르기니 회장과 면담하기 위해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회장님'들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처벌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조 회장은 왜 구속까지 되었을까? 핵심 이유는 재범에 있다. 조 회장은 과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 유사한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법부가 엄중한 처벌을 내린 것이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고 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며 "법적 대응 방안을 변호인단과 신중하게 협의 중"이라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총수의 일탈을 넘어 조직적 범행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열사 임원 박 아무개 씨가 조 회장을 도운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고, 운전기사를 내세워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 

구형은 12년이지만 선고는 3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핵심 혐의

검찰은 조 회장을 총 200억 원 규모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70억 원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타이어 몰드 제조사 한국프리시전웍스(구 엠케이테크놀로지, MKT)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131억 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조현범 회장은 타이어 제조용 금형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지분 29.9%를 보유한 대주주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대주주인 조 회장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MKT와 유리한 조건으로 타이어 몰드를 거래했다고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한국타이어의 거래 가격이 과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검찰이 항소해 2심에서 판단이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KT 관련 혐의는 검찰이 조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핵심 혐의였기 때문이다. 현재 선고된 징역 3년은 검찰 구형 12년의 4분의 1 수준인데, 만약 2심에서 MKT 관련 혐의가 유죄로 뒤집힌다면 조 회장의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 5월 29일 법원은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사진은 2025년 공판 출석하는 조현범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MKT 지분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대주주는 조현범 회장으로 2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의 친형인 조현식 전 고문도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조현식 전 고문도 이 거래에서 상당한 이득을 봤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점이 바로 향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그룹(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두 사람 사이에 또 다시 분쟁이 불거진다면, 조현범 회장 측에서 '조현식 전 고문도 마찬가지로 MKT 거래에 관여해 이익을 얻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2심에서 MKT 관련 혐의가 유죄로 뒤집힌다면 조현범 회장의 형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같은 거래에 연루된 조현식 전 고문에 대한 수사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결국 2심 재판 결과가 단순히 조현범 회장 개인의 운명을 넘어 한국타이어그룹 내 세력 판도까지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A 변호사는 "1심 판결이 뒤집힌다면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1심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긴 하다"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경개연)도 5월 30일 논평을 내고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단초가 된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는 무죄로 했는데, 이는 회사 내부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에는 가장 불리하고 한국프리시전웍스에는 가장 유리한 안을 조현범 회장이 선택해 131억 원의 이득을 얻게 했다는 검찰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이 부분은 향후 항소심에서 제대로 입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현범 회장 어디에 돈 썼나? - 사치의 실체

법원이 인정한 주요 횡령·배임 내역을 분석해보면 대기업 총수의 특권 의식이 어느 수준까지 달했는지 알 수 있다. 유죄 선고된 혐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회사자금 50억 원을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현대차의 협력사 '리한'에 부당 대여한 건이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리한의 재무상태와 채무변제능력이 좋지 못함을 알면서도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충분한 검토 없이 대여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상 거래를 넘어 공사구분을 하지 못하는 총수 경영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타이어 법인카드 4장을 사적으로 사용해 약 5억 8000만 원을 지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조 회장 본인뿐만 아니라 장인우 고진모터스 대표, 김앤장 소속 변호사 등이 이 카드들을 개인 목적과 가족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고진모터스는 아우디코리아의 국내 최대 딜러사로, 윤활유 업체인 극동유화 장홍선 회장 측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장인우 대표는 장홍선 회장의 장남이며, 차남인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 역시 조현범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장인우 대표는 최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

법인카드 남용은 4년 넘게 지속됐으며, 고급 레스토랑 식사부터 명품 쇼핑, 해외 가족여행까지 온갖 개인 비용이 회사 돈으로 처리됐다. 이는 조 회장 가족과 측근들이 회사를 개인 금고처럼 여겼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호화 주거지 꾸미기에 2억6천만원, 5대의 슈퍼카와

아내 전용 운전기사까지

개인 주거지 이사비용과 가구 구입비 2억 6000만 원을 회사 자금으로 횡령한 혐의도 인정됐다. 조 회장은 개인 거주지를 꾸미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회사 돈으로 충당했다. 고급 가구부터 인테리어 비용까지 개인 주거 환경 개선에 수억 원이 투입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소유의 가구 2개를 자신의 주거지로 가져가 사용했던 점이다. 회사 자산을 개인 용도로 전용한 횡령 행위였다.

한국타이어가 고용한 운전기사를 배우자 전속 수행업무에 담당시켜 4억 3000만 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혐의도 인정됐다.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운전기사를 조 회장 배우자의 개인 기사로 사용한 것이다. 이는 회사 인력을 사적으로 전용한 전형적인 배임 행위로, 대기업 총수 가족들이 회사 직원들을 개인 서비스 요원처럼 부린 실태를 보여준다. 조현범 회장은 페라리 488피스타, 포르쉐 타이칸, 포르쉐 911 타르가, 테슬라 모델X 등 5대의 슈퍼카를 한국타이어 계열사 명의로 구매하거나 리스하여 개인 전용차로 사용했다. 법원은 이로 인한 이득액을 약 12억 원(구매비 5억 1000만 원+사용이익)으로 산정했다.

2020년 조 회장은 '하청업체 뒷돈 수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은 바 있다. 사진은 조 회장이 2020년 당시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속행 공판 법정으로 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항공권 발권 업무 몰아주기로 꼼꼼한 수익 챙기기

조현범 회장은 수익을 꼼꼼하게 챙기는 치밀한 수법도 동원했다. 한국도자기 오너 3세 김영집 씨로부터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임직원의 해외출장 항공권 발권 업무를 특정 업체로 몰아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조 회장과 김 씨가 사업상 의존적 관계에 있어, 조 회장이 김 씨의 사업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조 회장이 내야 할 돈을 회삿돈으로 대신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수법은 이랬다. 김 씨는 2016년 항공권 발권 대행업체 C사 오너로부터 "한국앤컴퍼니와의 거래를 늘려달라"는 청탁을 받자, 조 회장 지인 D씨 명의로 회사를 만들어 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조 회장에게 제안했다. 조 회장이 이를 승낙하면서 본격적인 '수익 창출' 작업이 시작됐다.

김 씨는 2016년 8월 D씨 아버지를 대표로 내세워 여행사 E사를 설립하고, C사와 항공권 총금액의 1.5%를 수수료로 받는 제휴 계약을 맺었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2016년 11월부터 기존 3개 업체 중 C사에게만 항공권 대행 업무를 독점 위탁했고, 2017년 2월에는 본사 및 계열사들의 항공권 발권 업무까지 C사로 완전 일원화했다. 그 결과 C사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E사에 9161만 원을 수수료로 지급했고, 김씨는 그 중 7896만 원을 조 회장 지인 D씨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법원도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탁에 따라 기존 실무와 어긋나는 대행 여행사 일원화 조치가 이뤄졌다. 또한 이런 조치를 정당화하는 객관적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타이어 계열사 임원 박 씨도 차량 구매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또 운전기사를 동원한 증거인멸 시도도 드러났다. 박 임원은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국타이어 소속 운전기사 김 아무개 씨에게 슈퍼카 중 일부를 숨기도록 지시한 증거은닉교사죄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운전기사의 직책과 업무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교사 없이 증거은닉행위를 했을 합리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2020년 집행유예에서 2025년 실형까지 - 반복되는 사법 리스크

앞서 조 회장은 2020년 4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배임수재죄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은 혐의였다. 2020년 11월 28일 판결이 확정되면서 4년간의 집행유예 기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조 회장은 집행유예 확정 이후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대담하게 범행을 지속했다. 2020년 집행유예 확정 이후 2021년까지 계속해서 슈퍼카를 구매하고, 법인카드를 남용하며,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던 것이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을 저지른 점을 중시해 징역 6개월(2020년 11월 28일 이전 범행)+징역 2년 6개월(이후 범행)=총 징역 3년의 형량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한국타이어의 총수 일가로서 지위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유사 수법으로 판결 확정 후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사법 리스크는 조현범 회장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 회장의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문제가 2024년 대법원에서 기각 확정되면서 가족 내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었지만, 이번 구속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조현범 회장이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23.59% 지분을 승계받아 총 42.9%의 지배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친형인 조현식 고문(19.32% 보유)과의 경영권 재분쟁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판교 한국앤컴퍼니㈜ 본사 외관.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조 회장이 구속되자 급등했다. 사진=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 그룹에 드리운 먹구름, 반면 주식시장은 환호

주식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구속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조 회장의 법정 구속이 확정된 날 한국앤컴퍼니주식이 상한가에 근접했다가 전일 대비 18.68%(3130원) 오른 1만 9890원에 마감했다. 

자본시장 관계자 B 씨는 "횡령과 배임을 일삼던 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에 한국앤컴퍼니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영권 다툼이 재발할 것이라는 기대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앤컴퍼니를 보유한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이 추진해온 전기차 부품 사업 확장과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장기 공급계약 협상이나 신기술 개발 투자 결정 등에서 리더십 공백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구속 상태에서도 고액 연봉 이어질까

조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제 막 시작될 2심 재판 기간 동안 구속 상태에서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 이 때문에 상당 기간 옥중 경영을 해야 할 조 회장이 올해 보수로 얼마를 받게 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조 회장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 47억 원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57억 원을 각각 보수로 받았다. 두 곳에서 받은 연봉만 104억 원에 달한다. 조 회장의 연봉은 꾸준히 늘어왔다. 2022년엔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2개사에서 총 58억 원을 받았고, 2023년엔 78억 원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2023년의 경우다. 조 회장은 이번 형사 사건으로 3월 구속돼 11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8개월 가량 구속 상태였다. 반년 이상 옥중 경영을 하고도 연봉을 전년보다 20억 원가량 늘려 받은 셈이다. 이는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총수 보수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구속 기간에도 100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계속 받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재벌 총수 구속으로 재벌 지배구조의 구조적 한계 노출해

이번 사건은 한국 재벌 가문 경영의 구조적 문제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조현범 회장 사적 사용이 문제가 된 페라리와 포르쉐, 법인카드, 항공권 발권 몰아주기 등은 단순한 개인의 사치를 넘어 '기업은 총수 가문의 사유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상징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도 반성 없이 계속된 범행과 증거인멸 시도까지 더해진 조직적 범행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정치적 배경과 한국타이어그룹 총수라는 경제적 지위가 만들어낸 특권 의식이 결국 철창 신세로 이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한편, <우먼센스>는 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 측에 최근 조현범 회장 논란을 포함한 100억 원대 연봉 문제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보냈지만, 끝내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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