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발언이 “승부수”였다니···‘이준석식 정치’의 초라한 결말

이은기 기자 2025. 6. 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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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TV 토론 발언으로 대표되는 ‘이준석식 정치’가, 이번 대선의 “승부수”가 됐을까. 유권자 대부분은 호응하지 않았다. 선거 전 10%대 여론조사 지지율과 달리, 실제 득표율은 8.34%에 그쳤다.
6월2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1대 대선에서 8.34%를 얻었다. 캠프 내부에선 당초 득표율 15%를 최소 목표치로 설정했다. 개표 결과 두 자릿수 득표율도 기록하지 못했다. 6월3일 오후 8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7.7% 득표 전망)가 발표되는 순간, 개혁신당 개표 상황실에는 일순 정적이 흘렀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천하람 원내대표는 탄식을 내뱉었다. ‘기호 4번’ ‘새로운 대통령’ ‘이준석’이라고 적힌 주황색 선거유세 옷을 입은 캠프 관계자들 표정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준석 후보는 ‘적’을 때리면서 체급을 키워온 정치인이다. 갈등을 조정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선명하게 전선을 그어 상대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이름을 알렸다. 공격 대상은 주로 장애인과 여성 등 소수자를 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가 대표적이다. 정치인 이준석은 ‘선량한 보통 시민’과 ‘그들의 발길을 묶는 불법 시위꾼’을 구분하고, 전장연 지하철 시위가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한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호응하는 세력을 기반으로 정치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번 대선에선 기존 ‘이준석식 정치’ 문법을 내거는 대신 앞장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빗대 ‘명분 있는 개혁 정치’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캠프 내부 판단을 통해서다. 계층이동 사다리를 걷어찬 기존 정치세력과 달리, 미래세대가 느끼는 위기감을 알고 해소할 유일한 대안이 이준석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말하는 정치는 누구든 열심히 노력하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더 높은 곳을 꿈꿀 수 있는 그런 정치다(5월30일 서울 신촌 유세 연설).” 캠프에선 이를 ‘이준석식 능력주의’라고 표현했다.

이준석 후보 유세 현장에는 그의 주장에 공명하는 20대 남성 지지자들이 있었다. 서울 신촌 유세 현장에서 만난 김 아무개씨(29·남성)는 “이준석은 기성 정치인과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입법 독재’와도 12·3 비상계엄과도 자유롭고, 걔네들(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을 까는 데 주저함이 없다. 사람들이 피곤함을 느끼는 부분을 잘 안다”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못 유세 현장에서 만난 차 아무개씨(26·남성)는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불편한 걸 잘 말해줘서 좋다. 국민연금처럼 지금 상황에서 내버려두면 심각해지는 문제를 방관하거나 자기 이후의 문제라고 넘기는 게 아니라, 그걸 짚는 게 좋아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시작(5월28일)되기 전, 이준석 후보 지지율은 10%대를 기록했다. 캠프 내부에선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5자 구도에서 득표율 21%를 기록한 안철수 후보처럼 20% 이상을 얻을 수 있다”라는 기대도 나왔다. 개혁신당 한 핵심 관계자는 그 중심에 2030이 있다고 주장했다. “2030 지지세가 되게 좋다. 내부 여론조사 지표를 비롯해 대학생이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왔다. 특히 2030 여성 지지율이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 신·구 국민연금 분리, 건강보험 적자 해소 등 세대 간 형평성 문제는 남녀를 불문하고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는 걸 이준석 후보가 잘 짚어냈다.”

6월4일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시작에 앞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참석해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이준석이 곧바로 사과하지 않은 이유

5월27일 이준석 후보는 세 번째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향한 질문 형식을 빌려, 여성 신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발언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번 대선에서 크게 앞세우지 않던 기존 ‘이준석식 정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실수가 아니다. 당시 캠프는 TV 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 개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개표 전까지도 “자녀 문제를 다루는 태도와 함께 위선과 ‘내로남불’을 검증하자는 문제였다. 어떻게 보면 승부수를 띄운 건데 그게 먹혔는지 어땠는지는 (선거 결과로) 평가받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지지율 하락세가 감지됐다. 한 개혁신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계속 10% 이상으로 상승하던 시점이었다. 3차 TV 토론 발언 이후, 내부 여론조사에서 3%포인트 정도가 빠졌다. 토론 다음 날인 5월28일 아침, 수습을 위한 캠프 대책 회의가 열렸다. 후보가 있는 자리는 아니었는데, 분류하자면 ‘주니어 그룹’이 정면 돌파를 주장했고 ‘시니어 그룹’은 사과를 분명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해 의견 차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곧바로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진보 진영의 위선이 드러났다”라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3차 토론 후 사흘이 지난 5월30일이 되어서야,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때 개혁신당에 몸담았던 인사들은 이준석 후보가 분명히 사과하지 않은 건 2030 남초 커뮤니티 ‘펨코(에프엠코리아)’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는 펨코 여론에 촉각을 기울인다. “이준석 후보는 펨코 여론을 하루에도 수시로 체크했다(김용남 전 정책위의장).” “비공개 최고위원회 때도 그 정치 커뮤니티(펨코)를 확인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다(조대원 전 최고위원).” 한 전직 개혁신당 관계자는 “이준석은 ‘이준석의 정치’에 즉각적인 반응을 해오는 펨코와 상당 부분 동기화돼 있다. 발언이 문제가 된 이후의 대응도 펨코에서 유저들끼리 합리화한 논리랑 결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후보 유세 현장에서도 ‘갈라치기’와 같은 기존 ‘이준석식 정치’의 모습이 목격됐다. 5월30일 서울 신촌 유세에서 ‘차별·혐오 선동 후보 반대한다’ ‘청년을 참칭하여 혐오를 팔아먹지 말라’는 피켓을 든 유권자들은 “이준석 사퇴하라”고 외쳤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뒤에 계신 분들 가재, 붕어, 개구리가 되는 삶에 동의하시면 환호해달라. 환호하고 계신다”라며 조롱했다(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2012년 SNS에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쓴 내용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6월2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서 열린 이준석 후보 마지막 유세에서 이준석 후보 지지자가 3차 TV 토론 발언을 그대로 옮긴 영상을, 해당 발언에 항의하는 시민 앞에서 재생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사흘 뒤인 6월2일 이준석 후보의 마지막 대구 수성못 유세 현장에서 ‘혐오 차별 조장하는 이준석 사퇴하라’는 피켓을 든 김눌(활동명·31), nem(활동명·38) 씨는 이준석 지지자들로부터 물리적 위협을 당했다. 지지자들은 “철판 깔았다, 아주. 꺼져, 꺼져”와 같은 욕설을 하거나 이준석 후보가 TV 토론에서 내뱉은 발언을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관련 표현이 적나라하게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 두 사람 얼굴 앞에 들이댔다.

3차 토론 발언으로 대표되는 ‘이준석식 정치’가, 이번 대선의 “승부수”가 됐을까. 유권자 대부분은 호응하지 않았다. 투표율 79.4%로 거대 양당 지지층이 결집한 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캠프 내부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득표율이 그 답이다. 주요 지지층은 여전히 2030 남성에 국한됐다. 이준석 후보 득표율을 7.7%로 전망(실제 8.34% 득표)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37.2%와 30대 남성 25.8%가 이준석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세대 내에서도 20대 여성(10.3%)과 30대 여성(9.3%)은 지지가 낮게 나타났다. 6월5일 이준석 의원은 3차 TV 토론 발언을 두고 “그 정도로 불쾌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줄 예측하지 못했다. 돌아간다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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